야3당, 與 ‘연동률 캡’ 요구 조건부 수용…선거법 처리 여부, 민주당에 달려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한  타결을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한 타결을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좀처럼 선거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 하루 지난 18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에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형태로 양보함에 따라 이제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민주당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됐다.

다만 4+1 협의체가 각 당의 이해관계로 인해 흔들리자 이를 기회삼아 반전을 노렸던 자유한국당에 있어선 이 같은 결과는 최악이기에 장외투쟁을 통해 압박수위를 높여온 황교안 대표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3+1, 與 주장인 ‘연동형 캡’ 수용키로…‘석패율제’가 관건

한국당이 전혀 손쓰지 못할 정도로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며 끈끈한 공조를 과시했었던 4+1 협의체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보다 복잡해지는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범위를 놓고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소수정당인 정의당 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한때 파행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 바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일부 후퇴해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조정하는 데에 타협했지만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적용하고 20석은 기존대로 하자는 민주당의 ‘연동형 캡(상한선)’ 제안 때문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는데, 급기야 합의되지 않으면 원안대로 표결하자는 목소리까지 민주당에서 나오자 연동형 캡 도입에 반대해온 바른미래당과 평화당까지 결국 21대 총선에만 한시 적용하자는 선에서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와 관련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평화당 정동영 대표·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과 가진 선거법 관련 회동 직후 합의사항을 발표하면서 “캡 씌우는 것은 맞지 않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보하기 위해 양보키로 했다”며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결론내야겠다는 것이다.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석패율제인데,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들 중 최고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로, 이들 군소정당들은 석패율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손 대표는 군소정당 간 단일안을 도출한 이날 회동 직후 “여야 4당 합의에서 석패율제는 이미 합의가 됐던 것”이라며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손 대표는 ‘최소한 도입’의 의미에 대해선 “석패율 제도가 6개 권역에서 각각 2명씩 (총 12명까지) 하도록 돼 있는데 1명씩으로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안보다 대폭 줄여 6명까지 적용하는 정도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에서 석패율제 대신 제안했던 이중등록제에 대해선 단호히 일축했는데, 지역구 후보자가 전부 비례대표 후보로 자동 입후보되는 석패율제와 달리 특정 지역구 후보자만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 입후보시킨다는 점에서 “이중등록제는 말이 안 되는 것이고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 석패율제를 반대할 때 내세운 이유와 동일하게 “중진 우대제도로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4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한 최소 정당 득표율, 즉 봉쇄조항도 3%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정동영 대표는 “민주당이 (봉쇄조항 상향하자고) 원안 변경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추진한 원동력이었던 시민사회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원래 약속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 석패율제 반대하는 민주당, ‘3+1’ 합의안 수용할까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군소정당들이 내놓은 단일안이 민주당에서 수용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조차 지난 16일 “중진들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을 만큼 당내 반대 기류가 팽배하다.

이는 특정 지역구에 한정되는 이중등록제와 달리 석패율제는 전부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수도권 등 접전 지역이나 험지에선 이들 소수정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될 수도 있는데다 진보진영끼리 맞붙게 되면 표 분산으로 보수 후보에만 유리해질 가능성도 있어 그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왔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에선 이를 간파하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지층이 겹치는 정의당 지역구 후보가 석패율에 도전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경우 민주당 후보의 표를 깎아먹게 돼 선거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라며 이중등록제까지 꼬집어 “석패율제의 경우 당선되는 후보가 누가될지 모르나 이중등록제의 경우 누가 당선될지 애초에 정해져 있는 제도로 석패율 제도보다 더 안전하고 확실한 중진구제책이며 비례성의 가면을 쓴 중진 알박기”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여러 사정이 있다 보니 민주당은 지난 3일만 해도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며 당 대표부터 서두르던 모습이 어디 갔는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인영 원내대표도 18일 최고위 회의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를 더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 대표도 이날 오후 의총에서 “선거법 협상이 매우 중요하지만 국정에 지장을 줘선 안 될 사안”이라며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예산부수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12월 말까지 모든 예산부수법안이 처리되고 청문회가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화제를 돌렸다.

특히 이 대표는 한국당과도 선거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교섭단체 자격을 가진 제1야당이란 점을 고려했다기보다 거대정당으로서 선거법에 있어선 이해관계가 자당과 일치하기에 한국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3법과 관련해 다른 정당과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자 “어떤 내용으로든 대화는 꾸준히 있어야 된다고 믿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생각이 다르고 더 나아가서 정치적 아젠다를 던질 목적이나 과정이 워낙 달라 좀 더 대화를 지속해가야 향방을 알 수 있다”고 에둘러 답하기도 했다.

◆ 한국당, 선거법 국면 돌파구는 민주당과 협상?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1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1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단 한국당은 민주당 측 기대와 달리 외형상 협상보다 투쟁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인데, 18일 오후에도 황교안 대표가 사흘째 국회 본관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부정선거를 하려 한다”고 범여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나마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이날 제안한 것은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지역구 의석수도 270석으로 줄이자던 기존 자당의 선거법 대안을 다시 꺼내놓는 정도에 그쳤는데, 그동안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원안 표결 시 조건부 참석하겠다고 밝힌 부분조차 사실상 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자 내놓은 입장이어서 군소야당과 달리 민주당과 진지하게 선거제 협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무작정 반대하기엔 민주당과 군소야당 간 단일안을 마련해 본회의 표결에 바로 들어가면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계속 투쟁만 외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이를 의식한 듯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 원내대표를 향해 “저와 선거제도에 관해 맞짱 TV토론을 하자. 국민은 누구 의견을 더 존중하는지 공개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고 즉석에서 파격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심 원내대표는 단일안을 도출해내면서 선거법 처리를 위해 속도를 내는 군소야당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는데, 그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야3당과 대안신당이 한시적 연동형 캡과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거제 단일안을 내놨다는 소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율) 계산한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무조건 위헌”이라며 “심상정·정동영·손학규 그리고 대안신당 박지원, 이 사람들이 자기들 살아남아야 한다고 해서 국가 선거제를 흔들고 뒤집어 놓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앞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손 대표와 심 대표, 정 대표, 박 의원을 꼬집어 “정계 퇴출이 마땅한 사람들이 이중등록으로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출마해 어떻게든 목숨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라고 군소야당에만 화살을 집중했는데, 여당과 군소야당에 이렇듯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패스트트랙 법안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엔 미온적인 데 반해 공수처법 설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여당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안이 나오면 오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일괄 상정한 뒤 금주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를 결정하면 23일부터 새 임시국회를 열어 표결 처리를 하려는 계획인데, 과연 한국당이 선거법보다 공수처에 관심 있는 민주당을 흔들어 끝내 ‘4+1 공조체계’를 무너뜨리고 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키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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