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 보이는 정의당…민주당에 맞춰주나?

국회 본회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선거법 개정의 마지막 시한인 4.15 총선 예비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16일 더불어민주당의 ‘모 아니면 도’식 협상 스타일로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국이 더욱 꼬이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4+1 협의체 내 핵심 쟁점인 석폐율제를 받을 수 없다면서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확대하는’ 선거제 개혁안 원안을 상정하겠다는 ‘벼랑끝 전술’을 펼쳤다.

현재 정치권은 지역구 의석이 28석 축소되는 선거법 원안이 표결될 시 부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의 벼랑끝 전술은 정의당 등 군소정당에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연동형 캡'을 씌우는 잠정 합의안이 완벽하게 관철되지 못할 시 선거법 부결이라는 카드를 집어들겠다는 태도로 읽히고 있다.

◆ 낯 붉히는 민주-정의당

발언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사진 / 백대호 기자]

때문에 민주당과 정의당은 16일 선거법 협상안을 두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이 요구하고 있는 석패율 제도를 ‘개악’이라며 차라리 ‘원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을 하는 것이지 개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석패율 제도를 통해 개악되는 결과가 오는 것은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석패율 제도는 원래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서 어려운 지역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만든 취지를 가졌는데 요즘 예견되는 이야기는 오히려 중진들 재보선용으로 악용되는 의미가 퇴색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저희 당으로서는 그런 중진들 재선 보장용으로 하는 석패율 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금 늦더라도 바른 길을 가겠다”며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4+1 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원안을 상정해서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 하고 있다”며 “이것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맹비난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민주당은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당과의 합의를 의식해서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다가 결국 4+1 테이블에 개혁의 원칙이 크게 훼손된 안을 들이밀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애초 비례대표 100석을 건의한 선관위 개혁안에서 대폭 후퇴해 75석에 연동률도 50%로 낮춘 선거법 개정안을 성안하고,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60석으로 낮추었다가 또 50석으로 또 줄이고, 이제는 연동의석 30석으로 캡을 씌운다는 안을 내놓고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여기서 개혁 열차는 운행을 멈추고 말았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가 흔들리는 이 틈을 타 자유한국당이 ‘원안 상정’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법이 원안으로 상정되고, 무기명 투표가 보장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된다면 당내에서 표결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안을 상정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거법이라는 개혁 법안의 발목을 마냥 잡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고 자연스레 국회 정상화에 나설 수 있기에 한국당으로서도 손해보지 않는다.

◆여지 보이는 정의당…민주당에 맞춰주나?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공조가 성사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벼랑끝 전술은 막다른 상황에서 상대방의 최대 양보를 얻어 내는 협상 방식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판을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다급해진 것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연동률 캡의 조건부 수용,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협상 여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이 정의당이 요구하는 석패율제도가 ‘개악’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심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석패율제가 중진 구제용이 될까 봐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석패율 제도가 ‘심상정 영구 당선 보장용’이라고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이것은 저와 정의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저는 어떤 경우에도 석패율제를 통해 구제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정의당은 '중진 구제용' 석패율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정의당에 3선 이상 중진은 저밖에 없다.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연동률 캡과 관련해서도 21대 총선에 한해서만 적용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협상에 여지를 두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합의하지 않았지만 만약 캡을 계속 고집한다면 연동형제의 본뜻을 훼손하는 것이니 한시적으로 이번만 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이 협상 여지를 넓히고 이 원내대표가 “4+1 협의체의 재가동을 위해 원내대표 급 회동이 가능한지 다시 타진하고 모색하겠다”고 한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의 협상 재개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공식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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