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고액 자산층 뿐 아니라 중산층 이하 소액 투자자문 수요 증가 눈여겨봐야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일반 고객이 접하는 펀드 상품에 대한 주요 판매 창구는 증권사도 있지만 무엇보다 은행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못하는 펀드 상품을 예금할 때 늘상 들리는 은행 직원의 친숙함만 믿고 덜컥 가입했다가 발생한 격인 DLF 원금 손실 사태는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력과 자문이 무척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저금리 시대로 예금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금리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0년대 중반에는 펀드 수익률이 높으면 3-40%에도 다다라 중산층 재테크에 소소한 재미가 되었으나 현재는 4% 수익을 기대했다가도 기대 이상의 손실로 좌절하는 판이다.

그렇다고 해서 펀드 등 금융상품 시장이 마냥 침체된 건 아니다. 최근 은행권들이 자산관리 시장인 WM(Wealth Management)시장을 확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나 자문 등이 시중은행에 주로 집중돼있다는 점이 어쩌면 현재 시장의 문제다. 고액 자산을 관리해주는 투자자문 시장의 주요 고객층인 고액 자산가 등은 은행의 WM시장 확대에 더욱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 중에 자산을 관리하고자 하는 수요가 없을까, 혹은 부유층에 국한될까. 사실 중산층 이하 서민층에서도 비록 소액이라 할지라도 현명하게 투자하고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와 수요가 있다. 이는 최근 투자자문 시장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투자자문 시장은 기관과 개인을 모두 합쳐서는 619조 자산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는 투자자문을 전업으로 하는 투자자문사와 이밖에 은행이나 증권사 겸용 등인 경우로 나뉘는데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전업 자문시장은 18조 규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고액 개인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시장은 6월 기준으로 187개다. 전체 382개 중 은행 등 겸용사는 195개 정도다. 전업사 187개가 18조 시장 파이를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판이다.

그런데 최근 금액 제한 없이 모바일 앱으로 개인들에게 투자자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자산운용사인 디셈버 등이 뜨고 있다. 이 같은 앱에서는 회비를 소액으로 받고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과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사실은 최근 투자자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았다는 측면을, 달리 말하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유층이 확대되는 은행 WM시장으로 가면서 투자자문을 전업으로 하는 개인 투자자문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데 반해 투자자문 시장에서 공급은 진입장벽이 낮아져 늘어나고만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비교적 쉽게 피할 수 있어 투자사기 등이 발생하기도 하는 유사투자자문은 일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로봇이 자산관리를 해주는 개념의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한 시대에서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한 소액 투자는 투자자산 시장의 새로운 수요 확대처인 걸로 보인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펀드를 파는 채널이 은행이나 증권사로 사실상 이미 독점된데 반해 미국의 경우 독립투자자문사가 있어 증권사나 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개별 영업장소나 은행 등 공간을 활용해 전문적으로 금융 상품 판매 상담을 진행한다”며 “우리나라도 독립투자자문사 개념이 있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이미 독점하고 있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은행 힘이 너무 강해서 자신들이 가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체 독점하는 경우가 많으나 외국처럼 독립투자자문업자(IFA)들이 확대되면 투자정보가 확대돼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판매수수료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기존 판매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만 자꾸 팔다보니까 오히려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DLF 사태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건 맞지만 사실상 펀드가 ‘악’은 아니다. 또한 여전히 사람들은 자산을 보다 지혜롭게 관리하고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렇다면 은행을 통한 펀드 창구에만 갇혀 거래비용의 증가, 정보의 비대칭성, 설명 불충분 등을 겪기보다는 다양한 자문 서비스도 활성화되도록 시장의 변화를 소비자들이 깨닫고 금융 트렌드를 유도해가면 어떨까. 첫 단계는 이를 알고 시선을 넓혀보는 변화일 것 같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