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정세균, 총리보다 의원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차기 총리후보 지명이 유력했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 고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측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주말 청와대 고위인사를 만나 총리직 고사 의견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경제 부총리와 사회 부총리를 맡은 바 있는 4선 의원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종교인 과세 문제를 비롯해 신고리원전 중단, 경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등 정부여당과 정면으로 맞서기도 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민주노총,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41개 노동·종교·시민사회단체에서 총리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진보진영에서 임명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김 의원이 본인으로 인해 진보진영이 분열돼 곧 있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총리직 고사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김 의원의 총리후보 지명이 백지화됐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이 총리후보 지명을 고사함에 따라 후임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정세균, 총리보다 의원

정세균 전 국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다. 정 전 의장은 쌍용그룹에서 17년간 재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후 내리 6선을 기록했다. 고향인 전북에서 4선을 한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험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을 꺾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글서글하고 반대 세력까지 포용하는 덕장형 리더로 꼽히며 민주당 지도자로 당 대표를 세 번이나 지냈다.

특히 김진표 의원과 더불어 정 전 의장도 경제통으로 꼽힌다. 정 전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브레인인 경제특보로 알려졌으며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기까지해 경제 총리라는 이미지도 갖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은 “종로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며 총리설에 선을 그었다.

그간 정 전 의장은 총리설에 거리를 두는 등 총리보다 종로구 재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무엇보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이 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가는 것에 대해 떨떠름한 모양새다.

정 전 의장은 지난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리설'에 대해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제의가 오지도 않겠지만 오더라도 입법부의 위상을 감안할 때 수용하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전 의장의 총리설은 애초 지난 5월부터 불거져 나왔지만 본인의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당시에는 정 전 의장 지역구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돌면서 청와대가 정 전 의장을 총리로 지명해 교통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의 종로 출마 의지가 강했고 이에 항간에서는 정 전 의장의 ‘지역구 버티기’ 탓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 종로 출마를 염두에 뒀지만,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비켜줄 것 같지 않은데 대기하는 것을 비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또한 우 의원은 12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서는 “얼마 전까지 정 전 의장이 주변에서 총리 권유가 있을 때 완곡하게 ‘본인은 의사가 없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낙연 유임될까?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 시사포커스 DB]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 원혜영 의원도 거론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낙연 총리 유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당 내에서는 이 총리가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5개월째 1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력 대선주자로 성장하면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이 총리의 역할론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에 이 총리가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 등 당의 간판 역할을 맡겨야 한다거나 민주당 전략지 또는 험지에 직접 출마해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를 만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권자들 손 한번 잡아 주는 것이 당으로선 큰 도움이 될 것 같기에 돌아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총리 본인도 당 복귀 시점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공직 사퇴 시한이 내년 1월16일이기 때문에 인사 청문회 및 국회 인준 통과 과정 등의 기간을 고려한다면 이달 중순에는 총리 인사를 발표해야 공백 없이 교체될 수 있다.

하지만 교체 시기는 연초로 미뤄질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과 검찰개혁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예산안 부수 법안,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을 일괄 상정하고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인 오는 17일 이전인 16일 표결 처리 하겠다는 로드맵이 마련돼 있다.

민주당의 계획표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의 진까지 고려하고 있는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기에 해당 이슈가 가라앉을 1월이 적절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총선을 얼마 안남기고 총리를 바꿔가면서 향후 생길 수 있는 ‘인사청문회’라는 변수를 만들겠냐는 지적이다.

차기 총리를 임명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와 함께 국회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정부여당에게는 부담이다.

행여 차기 총리 자질과 관련해 야당이 반대하기라도 한다면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것은 뻔하다.

조국 사태가 이제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번엔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게 될 경우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후임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는다고 해도 선거를 앞두고 언론 검증, 청문회 그리고 국회 표결로 이어지는 과정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2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총리 유임이 굉장히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아무래도 패스트트랙까지 통과를 시키면 한국당에서 엄청난 저항을 할 것”이라며 “과연 정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으로서 그래도 일말의 야당을 다독거려 줘야 되는데 거기에다 불을 붙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총리의 경우는 인준 표결을 해야 되는데 4+1을 유지하면 인준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굉장히 시끄러워진다”며 “과연 정 전 의장이 지금까지는 종로에서 출마를 해서 당선되면 다음에 꿈을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유임설이 더 유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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