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3일 본회의 열어 패트·민생법안 일괄 상정 계획
황교안, 본회의장 앞 무기한 농성…강경 기류에 협상 여지 축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4+1 협의체의 예산안 강행으로 일촉즉발 분위기였던 국회는 11일 임시국회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냉각기를 거치게 됐다.

전날에 이어 국회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게 될 경우 국민적 비난 여론과 함께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걸음 물러나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이날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이견이 크고 민주당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인 오는 17일 이전까지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실상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물밑협상 이어가겠다는 與…여의치 않으면 ‘강행’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일(12일)까지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진행하고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과 검찰개혁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예산안 부수 법안,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을 일괄 상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임시국회에서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로 맞서게 되면 법안 처리 강행과 저지로 인한 국회내 충돌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막판까지 한국당을 협상판으로 이끌려는 입장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수용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동의하면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일관되게 이야기 했다”며 “그 부분이 명확해지면 협상의 문이 더 확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와 선거법 관련해선 이야기를 전혀 못해봤다”며 "어떤 생각이신지 알 길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패스트트랙 관련 협상의 여지가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매듭을 지어야 하다는 것은 다 공감할 것이고, 최선을 다해서 합의를 시도하겠지만 합의가 안되면 일정한 시점에는 결단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 두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 때와 같이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강경해 졌지만...‘협상하자’ 현실론 목소리도 나와

황교안 당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에 맞서는 한국당은 강경투쟁 기류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밤샘 농성을 하며 본회의장을 지켰다. 뒤이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여야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도 예산안에 이어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속수무책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4+1 협의체의 계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과 ‘예산안 합의 처리 시 필리버스터를 철회한다’는 방침이 민주당의 강행처리로 불발 되면서 필리버스터를 강행할 수 있겠지만 민주당이 ‘살라미 전술’을 사용할 복안을 밝힌 이상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을 완전하게 저지할 수 없다.

국회법 106조 2항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3 분의 1은 99명이기에 108석을 가진 한국당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패스트트랙 법안의 일괄처리는 힘들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를 멈출 방법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의결해야 종결하거나, 토론에 나설 의원이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될 경우 가능하다. 129석의 민주당은 자력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없기에 패스트트랙에 협조하는 정당이 동참해야 하지만 단일안 도출을 위한 조율로 패스트트랙 공조에 균열이 보이는 와중이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진다는 이러한 국회법을 감안해 향후 임시회 일정을 최소 하루 단위씩 쪼개 우선 순위 안건을 처리해나가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활용,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국회법상 2·4·6·8월 임시회만 회기가 30일이지만 12월이나 1월에 열리는 임시회 회기는 국회의장 재량이기에 살라미 전술의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즉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 안건으로 올릴 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려고 해도 다음 임시회에서 곧바로 표결이 가능해진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1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2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2개 등 총 5개이기에 민주당이 살리미 전술을 활용하게 되면 임시회를 최소 4~5번 열게 되면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 모두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필리버스터는 시간만 지연시킬 뿐 패스트트랙 법안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안을 줄줄이 제출하는 방법도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대책으로 나오고 있지만 예산안 처리 당시에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를 거부, 4+1 협의체 수정안을 즉각 가결한 바 있어 시간 지연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된다.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가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셈법도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당 내에서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근본적으로 저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협상에 나서 ‘주고 받기’를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심재철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는 ‘연동률을 20%로 대폭 낮춘다면 받을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당 협상에 끼면 4+1 협의체는 ‘닭 쫓던 신세’

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 / 박상민 기자]

만약 한국당이 극적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끼게 된다면 범여 군소정당들은 마뜩치 않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안의 원안은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정의당과 달리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숫자가 줄어드는 원안에 반대하면서 최근 250(지역구)+50(비례대표), 연동률 50%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비례대표 50석 중 25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준연동형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대로 정당지지율에 따른 병립형 선출을 유지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한국당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4+1 협의체에 참여한 군소정당들도 여당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법 즉각통과 정의당 비상행동 국회농성에서 “민주당은 의석수 몇 개에 집착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원칙을 존중해서 4+1 합의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그렇게 4+1 예산공조를 패스트트랙 개혁공조로 더욱 강화해 한국당의 극렬한 저항을 결연히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도 “이번 임시국회의 가장 큰 목표는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제정을 이루어내고, 유치원 3법을 포함해 한국당이 막무가내로 필리버스터를 건 199개의 민생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마지막 본회의 과정에서 한국당은 원내대표가 아무리 바뀌어도 국회 파괴정당이라는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는 정당임이 확인됐다”며 “한국당과의 협상은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4+1 협의체가 마련한 단일안을 빠른 시일 내에 상정할 것을 채근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포함해 4+1 공조에 함께 한 정당들께도 어제 예산안 통과와 같이, 개혁 입법과 민생입법에 흔들림 없이 함께 해달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으로 보면 마지못해 평화당에 끌려온 개혁이지만 국민과 정권을 위해 최소한의 개혁을 하게 된다”며 “한 가지만 못 박아 둔다면 오늘 예산안 처리에 이어서 선거제 개혁을 맨 우선순위를 하는 것은 이미 8개월 전의 합의사항이며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견고한 연합전선을 다지기 위해 “만일 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나 생각만 앞서거나 개혁 대신에 검찰의 로비에 넘어간다면 이 역사적인 개혁법들은 모두 좌초될 수 있다”며 “선거법과 개혁법안 모두 각당이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해야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법안에 합의를 이룰 경우 4+1 협의체가 해체되면서 4+1 협의체에 참여한 군소정당들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범여권 공조가 약화되면 지금처럼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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