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고객중심 성과평가제도(KPI) 전면 개편
은행 관계자 “분조위 결정 따를 것...문제 다시금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
이사회 결의 및 주주총회 통과 후 고객 합의 절차 남아

우리은행이 치매노인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데에 고객에 대한 사과의 말보다는 “고객 중심으로 지표를 개선하겠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우리은행이 치매노인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데에 고객에 대한 사과의 말보다는 “고객 중심으로 지표를 개선하겠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당국은 개인 고객을 상대로 원금 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에 대해 분조위는 사례별로 불완전판매로 인한 배상문제와 관련해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인 79세의 치매환자에겐 80%,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겐 '손실확률 0%' 강조에 대해 75%,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한 경우 40%를 배상하도록 정한 걸로 알려졌다.

은행에 갔다가 자신도 모르게 해당 펀드에 가입한 79세 노인 A씨에게 해당된 배상비율 80%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A씨는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초고위험 상품 가입여부를 판단할 만큼의 의사능력이 없음에도 은행 직원의 말대로 1억 1000만원을 넣었다가 21%인 약 2300만원을 잃게 됐던 걸로 전해진다.

DLF는 ‘공격투자형’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데도 우리은행 직원은 A씨의 투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바꾸고 설명 없이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했던 걸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이 멋대로 투자성향을 조작하고 설명 없이 위험등급 초과가입 확인서에 서명하게 한 부분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중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걸로 판단 내렸다.

금융당국은 상품 출시에서 판매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초래해 다수의 고액 피해자를 양산한 점이 배상 비율에 처음 반영됐다고 밝힌 걸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분조위 결정 사례에 대해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비중이 20%에 불과해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 직원이 난청에 치매를 앓고 있는 고객을 배려하지 못하고 실적에 눈이 먼 행보를 보였다고 꼬집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 논란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100% 수용해 빠르게 배상 절차를 진행하고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달 안에 금융당국의 DLF 종합대책 발표도 남아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달 고객 중심으로 성과제도를 전면 개편했다”며 “다시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진행하는 개편이며 최대한 빨리 보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내년 경영목표를 신뢰, 혁신, 효율로 설정하고, 외형 위주 영업 탈피 및 고객 중심으로 성과평가제도(KPI)를 전면 개편하는 혁신방안을 선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상절차에 대해서는 “일단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이 넘어오면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 고객들에게 설명을 드리고 합의를 하게된다”며 시기에 대해선 “정확히 언제일지 미리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내년도 영업점 KPI 혁신안의 주요 개편방안은 기존 24개 평가지표를 10개로 대폭 축소해 영업점 부담을 덜어주면서 지점별 특성에 맞는 자율영업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고객 수익률과 고객케어(Care) 등 고객 지표 배점을 대폭 확대해 고객중심 영업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가장 비중이 큰 수익성 지표부분에서 종전에 별도로 운영했던 비이자이익 지표를 폐지해 조정 RAR(위험조정이익)로 단일화하고, KPI 목표도 반기에서 연간기준으로 부여해 단기실적보다는 꾸준한 고객기반 확대가 더 우대받는 방향으로 개선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조직개편의 경우 우리은행은 고객자산관리 부문의 강력한 혁신을 위해 WM그룹과 연금신탁으로 나누어진 자산관리 조직을 자산관리그룹으로 일원화하고 상품과 마케팅 조직을 분리해 자산관리 상품의 리스크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손 행장은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실행에 주저했던 과제들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변화와 혁신의 주인공이 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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