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당선, 공천 우려한 현역 표심 결집 결과…중진으로서 대여 협상력 고려도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 의원조가 52표 얻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사진 / 박상민 기자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 의원조가 52표 얻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로 심재철 의원이 9일 타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되면서 향후 당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 원내대표에 沈 당선, ‘물갈이 불안’에 黃 견제 표심 쏠렸나

출마 후보 4명이 각각 ‘친황 대 비황’ 구도로 비쳐지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황심’이 선거 주요 변수가 될 거란 당초 예상을 깨고, 오히려 당내 비주류 출신인 심재철 의원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나경원 의원이 황 대표의 최고위 결정에 따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데다 당직자들의 일괄사퇴 후 황 대표가 새로 단행한 당직 인선조차 친황 색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친황계로 꼽힌 후보들은 심 의원의 득표수와 비교해보면 크게 밀렸는데, 비록 과반 득표가 없었던 1차 투표에서도 박근혜 정부 당시 황 대표와 한솥밥을 먹은 적 있는 유기준 의원이 10표를 얻는 데 그쳤고, 또 다른 친황계 후보인 김선동 후보 역시 비황계 강석호 의원과 동수인 28표 득표에 머무른 반면 심 대표는 39표로 다른 후보들을 2위와 10표 이상 앞선 데다 결선에선 아예 투표 참석 의원 수(106명)의 절반에 가까운 52표를 독식하면서 타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특히 결선에선 유 의원이 탈락한 채 비황계 후보 2명과 친황계 후보 1명 간 경쟁 구도여서 친황계 표가 결집될 거란 예상까지 깨고 도리어 김선동 후보는 물론 비황계인 강석호 후보도 1차 투표 때보다 1석 줄어든 27표를 얻는 데 그쳐 친황계 후보에게 표를 줬었던 의원들마저 일부는 심 의원을 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나 원내대표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놓고 불거졌던 원외 출신 대표와 현역 의원들 간 신경전 속에서 원내대표직까지 당 대표의 영향권에 들어가도록 두진 않겠다는 현역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두 비황계 후보 중 강 의원보다 심 의원으로 표가 쏠린 데에는 구 친박계 출신 3선인 김재원 의원이 러닝메이트였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강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택한 이장우 의원도 비록 구 친박계 출신이란 점에서 일부 친박 출신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었겠지만 심 의원과 손잡은 김재원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과정 중 경선에 불복한 황영철 의원으로부터 “나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으로 앉혀 지금까지 당이 지켜왔던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란 항의를 받았을 만큼 구 친박계란 범주를 넘어 나 의원 측근으로 비쳐져온 부분도 있다 보니 원내대표 재신임 불발로 황 대표에 반감 가진 나경원계 의원들의 표까지 흡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원내대표 임기가 6개월에 불과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투쟁을 전후해 줄곧 당 쇄신을 강조해온 황 대표의 ‘현역 물갈이’ 기조에 맞서려는 현역 의원들의 저항감이 반영됐다는 평도 없지 않은데, 이미 지난달 21일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현역 3분의 1을 컷오프하겠다고 공언했었던 만큼 공천에 대한 비황계 의원들의 절박감이 심 의원을 당선시킨 이번 경선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당장 황 대표와 현역 의원 간 전면전으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려운데, 심 의원이 이날 의총에서 황 대표와 직접 각을 세우기보다 “우리가 뽑은 당 대표로서, 대권 잠재후보로서 당연히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며 “당 대표로서 제대로 (황 대표를)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외부에 갈등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던 만큼 낙천 가능성을 우려하는 현역 의원들이 대표와 직접 충돌하기보다 심 원내대표를 메신저 삼아 자신들의 의중을 전해보겠다는 기대심리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정치공학 측면 떠나 원내 협상력에서도 심재철·김재원 조 낙점

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9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물론 이 같은 정치공학적 관점을 배제한 채 봐도 심 의원이 이번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 최다선(5선)에다 국회 부의장도 지냈던 관록에 비쳐 패스트트랙 문제로 꽉 막힌 현 정국을 돌파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란 점이나 범여권이 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를 통해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려는 상황 속에서 국회 예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는 부분을 보면 능력 역시 타 후보들보다 우세하단 주장도 없지 않은데, 실제로 이들은 당선되자마자 당면 문제를 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하루도 안 지나서 성과를 내놨다.

9일 오전 당선 직후 “여당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오늘 당장 예산을 추진하려는 것을 스톱하라. ‘4+1’은 안 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고 천명했던 심 원내대표는 곧이어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논의한 끝에 “지난번 본회의에 올린 안건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한국당 의원총회를 거쳐 철회한다”면서도 “예산안은 내일 처리하기로 했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과를 전했다.

한국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대신 정기국회 종료 직전 선거법·공수처법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려던 민주당도 물러서게 한 셈인데, 이로써 핵심 쟁점법안은 임시국회에서 풀 과제로 넘어가버렸지만 이날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저랑 김재원 의원 모두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민주당과의 협상경험도 많고 여당과 협상하는데 경력은 무시하지 못한다”며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게 아니고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 살펴본 후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던 심 원내대표의 정견 발표내용은 빈 말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다만 현재 여야 간 경색 국면이 완전 해소된 게 아니라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 교체를 계기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인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장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놓고도 의총에서 “여야 교섭단체 3당 간 합의처리가 불가능하면 4+1 차원에서 마련한 수정안을 내일 오후 2시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아 심 의원이 밝혔던 필리버스터 철회 역시 이날 오후 의총에서 격론이 벌어진 끝에 여야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으며 오는 14일엔 광화문 광장에서 ‘친문농단 규탄 장외집회’를 열겠다며 다른 방향에서 정부여당을 몰아붙이는 등 갈등수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 보수진영, 제각기 신당 창당 기류…한국당發 ‘대통합’ 물 건너가나

자유한국당  9일 오전 국회(본관 246호)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심재철 의원이 당선되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9일 오전 국회(본관 246호)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심재철 의원이 당선되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여기에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보수진영 재편 상황 역시 새 원내대표에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고 있는데, 지난 1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 발기인 대회가 열린 데 이어 8일엔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소속 의원 중 일부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변화와 혁신’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무엇보다 변혁은 황 대표가 우선 러브콜을 보냈던 상대란 점에서 이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은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8일 변혁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하태경 의원은 한국당을 겨냥한 듯 “새는 좌우 양 날개로 날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지금 오른쪽 날개가 완전히 고장 났다, 올드 보수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올드 보수로는 70~80석, 우리가 중심이 된 새로운 보수야당으로는 150석을 넘겨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10명도 채 안 되는 소수의 보수 성향 의원들이 거대정당과의 통합보다 신당 창당을 하려는 데에는 총선 전 ‘몸값 불리기’에 들어가려는 의도라 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를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도 나오고 있어 황 대표가 강조해왔던 보수대통합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 보수통합 의지를 적극 표명한 유기준, 강석호 의원이 아니라 심 의원이 당선된 점 역시 통합 추진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변혁이 연내 창당을 목표로 속도를 올리고 있음에도 심 원내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 “수도권에선 보수가 갈라져 몇 퍼센트만 가져가도 위협이 되니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도 “통합이라는 것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다. 무턱대고 합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현장에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 그간 당 쇄신과 더불어 보수통합도 중시해온 황 대표와는 일부 온도차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보수통합은 일단 추후 과제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일단 황 대표마저 이날 최고위 회의는 물론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의총에서의 당선 축하 발언에서도 패스트트랙 문제 관련한 대여투쟁이나 내부 단결을 강조했을 뿐 보수통합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아 보수진영이 재편되는 듯한 상황임에도 당분간 한국당에서 통합 관련 움직임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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