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 “차주 채무불이행 위험이 주요 위험요소”
산업은행 관계자 “ABCP 신용등급 최상 A1...개인 아닌 기관 거래”

2012년 12월 13일자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나온 유동화 개요 ( 사진 / 나이스신용평가)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산업은행이 우리들병원 대출 특혜 의혹에 정면 반박했다.

심재철 의원이 신용평가정보서를 근거로 ‘차주 채무불이행 위험이 주요 위험요소’라고 나온 만큼 대출 자격이 애초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자 산업은행은 “위험요소 언급은 일반적”이라며 맞대응했다.

5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제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이 법정에서 스스로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상황임을 증언했다고 알린 데 이어, 지난 2012년 12월 13일 대출을 받을 당시 신용평가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차주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주요 위험요소’라고 대출 특혜 의혹 주장을 강화했다.

심 의원이 인용한 우리들병원 유동화기업어음 본평가보고서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 주식회사는 지난 2012년 산은이 1400억원을 대출한 건에 대해 ‘본 건 ABCP의 적기상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요소는 차주의 채무불이행위험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ABCP는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해당 보고서는 2012년 우리들병원이 산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당일 날짜로 작성됐다. 심 의원은 이를 두고 “특혜 대출 의혹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라며 “대출 당시 외부 신용평가 기관도 이상호 회장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즉 ‘이 원장의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었고, 대출 심사에 아무런 특혜가 없었다’는 산은의 주장과 배치된단 얘기다.

이어 그는 “이 원장 및 당시 우리들병원의 신용과 경제적 능력이 채무불이행 위험을 강조할 정도로 좋지 않았음이 확인된 이상 조속히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시작해야한다”며 “당시 대출과정에 일조했던 자문기관 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2년 12월 13일자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나온 주요 위험요소 및 통제방안 항목 ( 사진 / 나이스신용평가 ) 

반면 산업은행은 시각이 달랐다. 심 의원 측이 이 회장 개인을 두고 특혜 논란을 주장한 반면 산은 측은 “기관을 보고 결정했다”며 “정치적 관련성이 없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유동화 회사 자료 전문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며 “위험요소 부분은 대출 발생 시 모든 대출에 첨부되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은 상업적으로 판단한 사안임을 밝혔다. 그는 “2012년 우리들병원이 대출을 진행할 당시 5년간 매출채권 8000억 이상 규모와 부동산 900억 상당을 합한 약 8000억원을 담보로 잡았다”며 “이는 1400억원 가량인 대출금액의 7배인 만큼 상업적으로 충분히 괜찮은 딜이라고 판단해 진행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대출 당시 기존에 이 회장이 신한은행에 연대보증을 섰던 부분을 산업은행이 해지하는 조건을 달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서 산업은행은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답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들병원제일차(유동화 회사)는 차주인 우리들병원 6개 지점에 대해 총 1400억원 한도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대출채권과 이에 부수하는 권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액면금액 30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하고 산은과 산은캐피탈로부터 총 1100억원 한도 유동화대출(ABL)을 실행 받을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유동화회사는 차주들에 대한 대출실행, ABCP발행 및 상환과 이에 부수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다.

이에 따라 산은은 유동화회사로부터 업무와 자산관리를 위탁받은 것이지 이 회장 개인 신용을 보고 대출이 시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대출 자격 논쟁으로 불거진 특혜 의혹은 본질을 흐리는 정치적 공방이라는 입장이다. 4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들병원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인 대출’이라며 ‘우리들병원 대출이 정치 쟁점화 되는 게 안타깝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 원장의 연대입보와 상관없이 산은은 기관과 그 기관의 담보롤 보고 결정한 것”이라며 “ABCP 신용평가 등급도 A1으로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제공하는 신용등급표에 따르면 기업어음증권, 전자단기사채의 단기 신용등급은 A1에서 D까지 6개 등급으로 구성된다. A1은 ‘적기상환능력이 최고수준이며 현 단계에서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장래의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라고 설명돼있다.

한편 5년 뒤인 2017년 1월 13일 우리들병원이 ABCP 500억과 ABL 296억을 더한 총 796억원을 대출받아 또 다시 특혜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추가 대출을 한 게 아니라 자산 유동화를 위해 5년 간 원리금에서 남은 일부 잔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을 한 것”이라며 과거 대출에서 또 다른 특혜로 이어진 게 아님을 산업은행 측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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