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 교체 놓고 최고위 vs 의총 권한 논란…일부 현역들의 ‘친황’ 겨냥 견제구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전 국회(본관 228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전 국회(본관 228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하기로 결론내린 데 이어 나 원내대표 본인조차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원내사령탑 교체 후폭풍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당내 반발이 나 원내대표 세력과 황교안 대표 세력 간 충돌이라기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현역 의원들이 불안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황 대표가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사당화 의혹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나경원 임기연장 불허, ‘의총 패싱’ 결정에 비주류 격앙

지난 3일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최고위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놓고 논의한 끝에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론 낸 바 있는데, 바로 다음날인 4일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부터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박계 출신의 4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황 대표가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나 원내대표 교체를 결정한 전날 최고위 결정을 꼬집어 “나 정치 20년 한 사람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너무한다”고 고함을 쳤는데, 심지어 자신을 만류하는 주변 인사들을 향해서도 “고함 칠만 하니까 치는 거다. 왜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되는가”라고 격하게 일갈했다.

이 같은 반발은 정 의원에 그치지 않고,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재선의 김태흠 의원이 공개발언을 요청한 뒤 “저도 나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원내 전략에 대해 이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제일 많이 했다”면서도 “현 원내대표가 연임이 되든,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하든 그 권한은 의총에 있지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3일 전 공고한다’는 당규를 바탕으로 임기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는 최고위 설명도 꼬집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후 간 유·불리 논란 소지를 없애고자 (당 대표에게)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역할을 하라고 (당규에) 선거일 공고 권한을 준 것”이라며 “호불호 갖고 선택했더라도 먼저 나 원내대표에게 뜻을 묻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황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최고위를 겨냥 “이건 선례가 되고 관례가 되기 때문에 다시 되돌려 놓기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는데, 회의 뒤에도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나 당 최고위가 독단적 월권을 저질렀고 이는 민주정당 운영에 해를 끼치는 결정이었다. 이런 당 운영방식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당 대표의 독선과 독주로 흐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회의가 비공개 전환된 뒤 연단에 올랐던 비박계 홍일표, 장제원 의원도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의원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 홍 의원은 의총에 앞서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관련 당헌 당규 해석에 관한 저의 의견’이란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지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 의총에서 먼저 결정돼야 하고, 그 결정의 내용이 임기연장을 불허하는 때에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를 위한 공고를 당 대표가 하여야 할 것”이라며 “당 대표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장 의원은 같은 날 의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의총의 고유권한을 최고위가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으로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문제를 넘어 차기 원내대표의 위상과도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당헌당규에 좀 더 명확하게 원내대표의 임면과 임기문제는 오로지 의총에 권한이 있음을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김용태 의원은 아예 “황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무슨 구상을 했는지 분명해졌다. 친정 체제를 구축해서 당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이라며 “단식 후 단행한 당직 개편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기는커녕 완전히 거꾸로 갔고 읍참마속이라더니 마속이 황 대표 측근이 아니라 나 원내대표였던 셈”이라고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반발이 쏟아져 나온 데 대해 일각에선 내년 총선 공천을 우려한 일부 현역 의원들이 ‘친황 공천’을 우려해 집단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인사나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의원들까지도 황 대표 비판대열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황 대표가 가벼이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총선 불출마 의원부터 원외 인사까지도 ‘黃 사당화’ 우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4일 오전 10시 30분에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4일 오전 10시 30분에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며 당헌·당규 해석 논란 속에서도 자신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승복하기로 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일찍이 지난달 17일 황 대표는 물론 나 원내대표에도 총사퇴를 제안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비박계 복당파 출신 김세연 의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가 의총에서 붙여질 것으로 예고돼 있었던 데도 불구하고 최고위가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당 지배구조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며 “이런 식으로 당이 운영돼선 정말 곤란하고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황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자신이 총선 불출마에도 내려놓지 않았던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최근 당직 일괄 사퇴 속에 함께 물러나게 된 데 대해서도 “내가 정치에 들어왔던 2008년 이후 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렇게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면서 “다 사퇴하는데 나 혼자 사퇴 않겠다는 것은 쇄신을 가로 막는 행위가 될 수 있어서 저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 세상 살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보수통합과 관련해서도 황 대표를 겨냥 “통합이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논의 구조 속으로 들어오도록 더 확장되는 방향으로 가는 의지가 관찰돼야 되는데 최근 며칠 사이 의사결정 방향이 개방적이고 확장을 향해 가기보다 폐쇄적”이라며 “원내대표 임기 연장 문제를 권한이 없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해버린 것은 국가로 치면 헌법을 무시한 건데 통합에 있어 1인 리더십 강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나 그동안 오랜 전통이 지켜져 왔던 부분들이 현재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비단 김세연 의원 뿐 아니라 또 다른 비박계 복당파인 3선의 김영우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뒤인 5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헌당규 해석을 떠나서 의원들의 대표가 원내대표다. 당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도 아니고 이건 의원들이 결정을 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 것인데 황 대표가 크게 실수한 것”이라며 “이렇게 가면 이것은 제왕적 당대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황 대표를 직격한 데 이어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황 대표 체제에 불만을 표하는 당내 인사들의 규모에 대해 “계파나 니런 것과 관계 없이 최소한 반 이상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의원은 “당직 인사하는 것만 봐도 실망스럽고, 국민들이 볼 때는 과연 총선기획단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된 자기 목을 자기가 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공천 개혁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좀 된다”며 “지금 대여투쟁하는데 한국당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지만 원내대표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전략이 부족했으며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게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황 대표의 당직 인선부터 “쇄신이 아닌 쇄악”이라고 혹평했던 원외 출신의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까지 소위 친박이 되면 당은 탄핵 잔당이 돼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며 “보수통합은커녕 분당사태까지 올 수도 있으니 (친·비박) 균형을 맞춰라. 쇄신은 선수별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망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사람들 정리가 바로 국민이 원하는 쇄신”이라고 압박했다.

◆ 黃 “친황 정치하는 것 아냐”…조경태 “108명 조직, 이견 생길 수밖에”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 5일 오전 국회(본관 228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 5일 오전 국회(본관 228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지도부에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인데, 김태흠 의원의 의총 발언 당시 반론을 신청했던 조경태 최고위원은 4일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반박한 데 이어 5일 최고위 회의에선 “108명 조직은 운영하다보면 여러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지도부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함께 하나가 돼 나아가자”며 “오히려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서로 이해하고 조율한다면 더 단단한 정통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황 대표도 지난 4일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친황하려고 정치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한 데 이어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한 게 아닌 당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급기야 5일 최고위 직후엔 “10일까지 나 원내대표 임기지만 좀 더 (경선을) 일찍 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어 9일로 정했다”며 경선 일정도 앞당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이 정권과 싸워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투쟁력을 갖고 우리 당의 미래를 같이 설계해 나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출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는데, 나 원내대표 교체를 계기로 불거진 당내 논란을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당겨 빠르게 수습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록 이날 회의부터 나 원내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황 대표가 전날 최고위 회의 뒤 국회로 가 나 원내대표와 1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그 직후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당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밝힌 데다 이후 나 원내대표가 뒤이어 의총에서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당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최고위에서 내린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승복한다는 의사를 표했으며 조 최고위원이 5일 최고위에서 “마지막까지 헌신하고자 했던 나 원내대표의 충정은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말해 나 원내대표 교체 자체는 그 어떤 번복 없이 매듭지어졌지만 이번 논란의 본질이 ‘사당화 우려’에 있는 만큼 향후 황 대표의 당 쇄신 조치에 따라 반발 여론이 진화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최고위에선 신보라 최고위원이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물러나야 한다’고 했었던 김영우 의원의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런 울림이 찻잔 속 태풍이 되면 안 된다. 불출마 선언한 분들의 의지를 받들어 초강수 인적쇄신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어떤 인적쇄신안으로 황 대표에 대한 당내 일부 불만의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한국당 지도부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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