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열린우리당 날개 달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이 최근 쉴새없이 겹쳐지는 악재로 인해 곤혹스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 악재로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연이어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열린우리당 출신인 정동채 신임 문화관광부장관 인사청탁 개입 의혹 사건, 같은당 비례대표 장복심 의원의 금품로비 의혹 등의 잇따른 대형 악재로 제대로 숨 쉴 틈도 없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석방요구안 처리시 기명투표제 도입을 약속하고, 정 문광장관의 청탁 개입설은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정 장관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사퇴하는 것으로 진화됐다. 하지만 뒤이어 제기된 장복심 의원의 금품로비 의혹은 우리당 비례대표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연결되는 것이어서 당 지도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인 장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금품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으로 비례대표 22번으로 당선된 장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앞둔 지난 2월 당 중앙위원 신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1천500만원을 특별 당비로 냈고, 당내 유력인사를 포함한 정치인 7명에게 100만원씩의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지난 2일 알려지면서다. 장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시 유리한 순번을 받으려고 특별당비를 납부했고, 일부 당내 인사들에게 영수증 없이 후원금을 기부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장 의원은 또 지난 3월에는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비례대표 후보 신분으로 당직자들에게 노란색 점퍼를 돌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타 매체를 통해 "누군가 음해하기 위해 흘린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특별당비 납부와 관련, 장 의원은 "당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당을 돕고자 특별당비를 냈다"며 "비례대표 선정위원들은 특별당비를 누가 냈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며 특별당비 납부가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또 "7명에게 후원금을 줬지만 세 명으로부터는 다시 돌려받았고, 4명으로부터는 영수증을 받았다"며 "창당 시점에 여성의원들이 지구당을 창당할 때 조금씩 성의 표시를 한 것일 뿐 대가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시켜줄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일축했다. 당직자들에게 노란 점퍼를 돌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고생하는 여사무원들이 딱해보여 1만5천원짜리 점퍼를 입으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비례대표 후보 자리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당내에서 금품살포설이 떠도는 등 일부 혼탁,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은 당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에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투명한 비례대표 선정'을 강조했던 우리당 지도부도 때 아닌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고심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율사 출신인 최용규 조배숙 의원을 공동단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신기남 의장은 "선입견 없이 조사를 한 뒤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우리당 비례대표 선정이 돈으로 가능하지 않았다"면서 "당 총재가 공천권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의원과 중앙위원, 외부심사위원들이 투표를 하는 시스템으로 비례대표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당에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서 결과에 따라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 문제를 비례대표 로비설과 연결시켜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우리당의 시스템에 대한 모욕"이라며 파문 확산을 차단하려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음해설이 있다면 그 부분도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현안과 악재 등으로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이에 2일 1박2일 일정으로 상임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타개책을 논의하는 등 수습 국면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당 지도부는 지난 2일 오후 용인 양지리조트에서 열릴 워크숍에서 참여정부 2기 내각 출범에 따른 조속한 당정협의 채널 구축, 당.정.청의 일체감 형성, 당내 정비 등을 통한 위기정국의 해법 모색에 나섰다. 앞서 신기남 당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은 같은날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후 워크숍에 합류했다. 이날 워크숍은 당초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열린우리당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주된 화두로 알려졌다. 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좀더 시간을 주셔야 한다. 우리당에는 초선의원들이 굉장히 많지만 과거 정치인들과는 다른 개혁적인 분들로 확신한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또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서는 "인사문제여서 의총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했어야 하지만 비난하듯 설명하기 힘들어 적극 대처 못한 점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항간에서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우리당이 재정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당 내부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결속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108명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의 `튀는' 언행과 지도부 리더십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당은 자율적 집단이고 자기 의견을 자율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건강한 것"이라며 "그러나 당론을 정하면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열린우리당의 악재를 놓칠 새라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정 장관의 인사청탁 및 장 의원의 공천 금품로비 의혹을 거론하며 여권의 도덕성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쳤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개혁과 투명성을 내세워온 여권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문광부 장.차관 모두 대통령 측근인 만큼 측근비리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 비리수사를 주된 조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김형오사무총장은 "정 장관 사건에 대해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가서는 안 되고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면서"장 의원과 열린우리당도 누가, 얼마나, 주고 받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 장관도 차관이 몰래 인사청탁을 하고 다니다 물의를 빚은 만큼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고, 배용수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청탁사건은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투영된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런 여당의 사정을 반영하듯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9일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7%)에서 우리당 지지율은 27.6%로 한나라당(27.7%)에 0.1%포인트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오차범위 이내의 미미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총선 직전과 직후 우리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더블 스코어 이상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급전직하'인 셈이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잇따른 대형 악재로 인해 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추락한 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지도부가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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