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의 마지노선은 ‘내일’…여야 협상 분수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을 막기 위해 199개의 민생경제 법안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정국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외에도 비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철회 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필리버스터를 다신 신청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만약 한국당이 이러한 제의를 응하지 않을 경우 4+1 공조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도 보였다.

반면 한국당은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지 않아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무엇보다 ‘문재인 청와대 게이트’ 3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여당이 수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여야 간 대치 상태는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특히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례회동을 하지 않는 등 여야 대화채널이 끊기면서 민주당이 어떤 묘수로 필리버스터 정국을 돌파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과 방패의 대결…민주당 ‘패스트트랙 법안’ 쟁취할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진다는 국회법을 감안해 향후 임시회 일정을 최소 하루 단위씩 쪼개 우선 순위 안건을 처리해나가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활용,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국회법상 2·4·6·8월 임시회만 회기가 30일이지만 12월이나 1월에 열리는 임시회 회기는 국회의장 재량이기에 살라미 전술의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 안건으로 올릴 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려고 해도 다음 임시회에서 곧바로 표결이 가능해진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1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2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2개 등 총 5개이기에 민주당이 살리미 전술을 활용하게 되면 임시회를 최소 4~5번 열게 되면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 모두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민주당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12월 3일 먼저 상정해서 처리하고 마지막 안건으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상정해서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면 정기국회 종료 후 바로 임시회를 소집 할 거다”며 “그러면 그 다음 소집되는 임시회에서는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야당은 민심의 악화를 각오하고 예산과 민생법안도 필리버스터로 막아야 하는데 예산은 12월 3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으로 확정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는 것은 민생 법안인데 그것을 필리버스터로 계속 막을 수 있을지 악화되는 여론을 어떻게 감당할지 그것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역풍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및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한국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안 상정 순서와 관련해 유치원 3법, 민식이 법 등 민생법안을 먼저 상정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을 올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홍 전 대표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당 배제될까…마지노선은 ‘내일까지’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민주당 본회의 봉쇄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민주당 본회의 봉쇄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세력과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공조에 본격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하루 빨리 필리버스터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인영 원내대표가 내일까지 자유한국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변인은 “당내에 강경한 분위기가 굉장히 많다”며 “한국당과 협상이 가능치 않으면 4+1 공조를 띄워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여당이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 원내대표가 받아들였다”며 “방식은 모르지만 나경원 원대대표와 전화를 하든 회의를 통해서든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사안에 대해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도 한국당 내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수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왜 공수처가 안 되고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안 되는지, 왜 이러한 2대 악법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멸시할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하자”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토론에 응해주고 우리의 원 포인트 국회(본회의) 요구에 응해 달라"며 "한국당은 이러한 평화롭고 합법적인 모든 국회의 저항수단을 앞으로 써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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