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설명의무’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집단소송제도 미도입
적합성·적정성 원칙, 징벌적 과징금서 제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기틀은 세워졌지만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요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고 판매규제 6대 원칙 중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징벌적 과징금 근거에서 제외된 부분 등에서다. 사진 / 금융위원회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기틀은 세워졌지만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요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고 판매규제 6대 원칙 중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징벌적 과징금 근거에서 제외된 부분 등에서다.

27일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금소법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간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처음 발의된 이후 총 14개 제정법안이 논의됐으나 이중 9건이 기한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의결안은 5개 제정법안 및 6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정무위원장 대안이다.

 

◆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설명의무’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집단소송제도 미도입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쟁점에 대한 정무위 논의 결과 먼저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은 ‘설명의무’에 한해 도입하게 됐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은 판매원칙 위반 시 이루어지는 제재 강화 조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금융상품판매업자등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의원안에선 입증책임 전환 대상행위를 모든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신의칙 의무로 규정했으나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넓게 인정해야한다는 의견과 민사소송원칙에 반하고 금융회사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로 의견이 대립해 ‘설명의무’에 한정됐다.

투자형 상품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은 삭제됐다. 투자형 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를 위반해 일반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액을 추정한다는 규정이 의원안·정부안에 모두 담겼지만 규율 대상이 투자형 상품에 국한돼 기존과 같이 자본시장법 규정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제외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미도입됐다. 해당 제도는 판매자의 위법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판매자는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규정한 내용이다. 이는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금소법 제정안에 징벌적 과징금 등 강한 제재가 규정돼 있는 만큼 도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립되면서 배제됐다.

집단소송제도도 도입되지 않았다. 금융상품으로 인한 분쟁의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중요한 쟁점이 다수 피해자에게 공통될 경우 집단소송을 인정한다는 의원안에 대해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전면 개정안이 상정돼있어 별도 논의가 효율적이란 입장이 대립하면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의 경우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사태 등에서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이 요구된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핵심 제도란 측면에서 향후 도입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걸로 보인다. 이번 금소법에 대해 일각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부분도 이들 제도와 관련성이 높다.

추가적으로 정부안으로 제기된 대리·중개업자의 판매수수료 고지의무는 소비자 정보제공을 위해 필요하단 의견과 소비자의 리베이트 요구 우려가 있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미도입됐다.

 

금소법 주요 내용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규제'다. 기존엔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됐으나 제정안에선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사진 / 금융위원회 

◆ 금소법 6대 판매규제 중 적합성·적정성 원칙, 징벌적 과징금서 제외

금소법 주요 내용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규제'다. 기존엔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됐으나 제정안에선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제정안은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위반 시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부과가 가능한 징벌적 과징금 근거를 신설했다. 다만 적합성·적정성 원칙은 제외됐다.

적합성 원칙은 상품 판매 시 소비자 재산상황,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한 내용이며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 재산상황 등에 비추어 부적정할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에 고지하고 확인하는 사항이다.

두 원칙은 앞서 언급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사태 등에서 소비자들이 투자 상황이 맞지 않음에도 판매가 진행된 사항으로 문제가 다량 발생한 걸 감안하면 징벌적 과징금에서 제외된 부분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도입된 상태인 금융투자상품과 변액보험에서 대출성 상품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익률 변동 가능성 있는 예금성·보장성 상품으로 적용 범위만 확대되는 데 그쳐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과태료 부과기준은 원칙적으로 최대 1억원까지 부과 되는 내용이 개별 금융업법마다 달리 적용해왔으나 일원화될 예정이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제도가 배제되고 징벌적과징금에서 제외된 걸 볼 때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관련한 과태료는 그 정도가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다수 도입된다.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판매제한명령권,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자료요구권, 소송중지제도, 조정이탈금지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나 아직 제약 사항이 많다.

이밖에도 금융소비자가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일반인도 전문적?중립적인 금융자문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독립자문업을 원칙으로 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이 신설되며 금융위는 3년 이내의 기간 주기적으로 국민 금융역량 조사 및 그에 따른 금융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금융업권의 금융상품 금리?수수료 등 비교공시 및 개별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 공개 등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는 입법절차가 마무리되면 원활한 집행을 위한 하위규정 제정, 금융당국의 관련 기능 정비 등 후속작업을 신속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번 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지나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공포일로부터 1년 후, 금융상품자문업 관련 사항은 1년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