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부의’ 극적 합의냐, 파국이냐…여당도 야당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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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픈 여야4당 패스트트랙 공조…부결시 정치적 타격 커
한국당, 필리버스터 검토 ‘주목’…실익 없어 선택 가능성 낮아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오는 27일과 다음달 3일 잇따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인 가운데 25일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4월 ‘동물국회’를 촉발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언제든 안건을 상정해 표결할 수 있는 부의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야의 극적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패스트트랙 법안 내용 자체에서 여야가 극과 극 입장차를 보일뿐더러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기에 더 그렇다.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이틀 앞둔 오늘(25일)만해도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헤어질 정도로 여야가 평행선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고 있지 않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공조 했던 정당·정치세력과의 접촉면을 점차 늘리면서 패스트트랙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카드까지 검토하는 등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 저지에 사활을 걸면서 여야가 지난 4월 동물국회 때처럼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갈지 극적인 협상을 이끌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당 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난감한’ 與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은 최대한 한국당과 협상을 해서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협상을 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소 야당과의 패스트트랙 법안 일방 처리 가능성을 연거푸 내보이던 민주당이 내심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한국당을 제외한 채 처리를 강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대목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도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를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총 내 분위기와 관련해 정춘숙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다른 당이 찬성한다 해도 한국당이 반대하면 선거제 개편안 처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와 함께 “한국당을 끝까지 설득해 가야한다”, “선거 국면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마땅하겠느냐, 책임은 다 여당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거법은 예민한 문제이기에 더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발언자 14~15명 중 한국당을 제외하고 가자는 이는 3분의 1이 안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국민 과반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직전 여당인 민주당이 제1야당과의 합의 없이 ‘게임의 룰’을 변경했다는 역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C&I)가 지난 11월 2일부터 11월4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실시한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45.7%로, ‘찬성한다’는 32.9%보다 많은 것으로 지난 6일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욱 골치가 아픈 것은 굳건해 보였던 패스트트랙 공조가 헐렁해졌다는 것이다. 선거제 개편을 추진한 여야 4당 각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 의원 정수 확대 등 선거제 개편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이 있다.

선거제 개혁안의 원안은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비례대표 의석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정의당과 달리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숫자가 줄어드는 원안에 반대하고 있다. 또 야당은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수 확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기에 패스트트랙 4당 공조가 제대로 가동될지도 의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이 전혀 입장 변화가 없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민주당으로서는 대응해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패스트트랙 표결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만약 패스트트랙 공조에 균열로 인해 패스트트랙 법안이 부결될 경우 한국당을 배제하면서까지 표결처리를 강행한 민주당에 엄청난 상처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째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놓고 막판 표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 하지 못했다는 당 안팎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 대표도 이날 엿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황 대표를 방문해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협상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그러나 “(단식 중단‧선거법 협상에) 응할 것 같은 느낌은 못 받았다”고 말한 이 대표 말처럼 한국당과의 합의점 도출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즉생 한국당…필리버스터 고심

황교안 당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며 지켜보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사진 / 임희경 기자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단식농성에 나서면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패스트트랙 철회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토요일 오후부터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다 일요일 ‘기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맥박과 혈압도 낮게 나온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며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기를 내비쳤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찾아왔을 때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운 채 대화를 했다. 이 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가보니까 기력이 많이 약해지셔서 일어나 앉지 못할 정도여서 계속 누워 계셨다”며 “밖이 소란하긴 했지만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제대로 못 알아들을 정도로 기력이 많이 쇠했다”고 황 대표 상태를 전했다.

황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기한까지 황 대표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자동 부의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은 다음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 된다.

황 대표가 ‘앉아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일주일 이상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 단식 중단 명분 없이 단식을 중단할 경우 패스트트랙 투쟁 동력도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이날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비는 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는 임시회든 정기회든 그 회기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3일부터 부의할지, 조금 뒤에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봐가면서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법 106조 2항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3 분의 1은 99명이기에 108석을 가진 한국당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패스트트랙 법안의 일괄처리는 힘들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를 멈출 방법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의결해야 종결하거나, 토론에 나설 의원이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될 경우 가능하다. 129석의 민주당은 자력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없기에 패스트트랙에 협조하는 정당이 동참해야 하지만 패스트트랙 공조에 균열이 보이는 와중이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하지만 한국당은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날(12월 10일)까지 선거법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끝나면 임시국회를 소집해 표결에 부칠 것이기에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지는 못한다.

고민스러운 것은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을 완전히 저지할 수도 없고 선거제 처리 및 예산안, 민생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된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가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셈법도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종료(10일)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 당헌·당규상 국회의원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일 때는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임기 연장이 가능하기에 자당 의원을 만족시킬만한 결과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손익계산상 실익이 크지 않는 필리버스터를 선뜻 선택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한국당이 협상을 통한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2월15일까지 소속 의원들에게 국외 출장 등을 삼가라며 ‘표 단속’에 나섰다. 한국당 역시 황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내부 결집력을 높이는가 하면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시 의원직 총사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의원 총사퇴와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 카드 등 강경론도 거론되지만, 총선 준비에 부담이 따를 수 있어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당이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날(12월 10일)까지 이어갈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는 탓이다. 본회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99명)의 서명이 있을 때 시작할 수 있고, 종료를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177명) 이상 찬성이 요구된다. 범여권이 177표를 만들기는 어렵다.

이 경우 해당법안의 표결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이뤄진다. 한국당이 얻을 실익은 많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이론상 같은 무제한토론 시도를 남은 법안 숫자만큼 하며 지연상태를 거듭 노리는 것도 가능은 하다. 국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상정될 선거법은 표결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가정 하에 각 당이 합의에 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과 영남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한국당 사정을 포함해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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