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밤샘 ‘미근무 시’ 불이익…한 당직자, “갑질행태”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삼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황제 단식, 갑질 단식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황 대표가 직접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의 24시간 배치를 요구했다고 알려지면서다. ‘단식 투쟁 지원 근무자 수칙’과 ‘천막 근무자 배정표’를 보면 20일부터 28일까지 4명씩 주야간 12시간씩 2교대로 보초를 선다.

근무자는 30분마다 황 대표 건강상태를 확인하거나 거동 수상자 접근 제어, 황 대표의 기상 시간인 새벽 3시30분쯤 근무를 강화해야 하고 취침 시간대에 방해가 안 되도록 소음 등을 통제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근무를 ‘미근무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황 대표는 추운 날씨에도 나라가 걱정돼 목숨을 건 단식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지만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강압적인 지시로 울며 겨자먹기식 밤샘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황 대표의 과거 총리·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을 돌이켜보면 늘 이같은 과잉의전은 문제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황 대표가 총리시절인 2016년 3월 20일 KTX에 탑승하려 서울역 플랫폼까지 자신의 관용차를 타고 들어간 일이 알려져 과잉의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황 총리는 검은색 에쿠스 관용차를 탑승한 채 서울역 플랫폼에 진입해 KTX 특실에 탑승한 후 충북 오송역에 이동, 세종시에 있는 총리 세종공관으로 이동했다.

무엇보다 관용차가 플랫폼에 진입한 뒤부터 경호팀은 황 총리가 관용차에서 내려 열차에 탑승할 때 까지 시민들의 승강장 접근과 열차 탑승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시민들 제보로 언론에 보도됐다.

논란에 대해 황 총리 측은 “오전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등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황 총리가 총리 관용차량을 차고 서울역까지 이동해 해당 열차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일 급박한 일정을 수행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 뿐 아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황 총리 의전 차량이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를 몰아내고 정류장에 차를 세우기도 해 문제가 됐다.

같은 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 때 공공임대주택 현장 방문 중에 의전에 치중하는 과잉경호로 “대통령 코스프레 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불호령도 받기도 했다. 2015년 총리시절에는 황 총리가 방문한다고 노인복지관 엘리베이터를 대기해놓는 바람에 노인들이 계단을 오가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사진에는 ‘계급사회의 현주소’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이처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면서 권위주의로의 회귀,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대통령이 직접 커피를 준비하고 스스로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는 모습들이 화제가 되고 그 모습에 국민들은 새삼 정부가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그런데 황 대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당 사무처 노조에서 황 대표가 직접 지시한 사실을 너무 당연한 일로 치부했다.

오영철 한국당 사무처 노조위원장은 지난 21일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당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당대표나 이해식 대변인이 단식을 하게 되었을 때 민주당 당직자들은 6시에 칼퇴근한 후 티브이 드라마를 보거나 ‘죽창가’를 따라 부르고, ‘사케’나 마시라는 말인가?”라고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지만 단식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의전 행태에 대한 비판만 남게 됐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한 당직자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달라 서로 당은 다르지만 당직자의 마음은 당직자만 알지 않겠느냐”며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월급쟁이가 어디겠느냐”고 반박했다.

해당 당직자는 “이 일을 하는 당직자도 월급쟁이들뿐”이라며 “오전 회의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리 출근하고 정치 상황에 따라 야간근무도 할 수 밖에 없지만 최근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밤샘 근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퇴행적인 갑질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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