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국민 공천’ 내세운 민주당과 ‘현역 50% 물갈이’ 개혁공천 천명한 한국당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이 회의 중인 모습(좌)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의원이 공천 룰 관련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우) ⓒ뉴시스(좌), 오훈 기자(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이 회의 중인 모습(좌)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의원이 공천 룰 관련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우) ⓒ뉴시스(좌), 오훈 기자(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르자 최근 정치권에선 저마다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공천 기준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천 투명성을 강조하는 국민 공천을 내세우고 있다면 자유한국당에선 현역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인적쇄신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치열해지는 여야의 ‘공천 기준’ 경쟁 끝에 어느 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최후에 웃게 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국민공천심사단 통한 비례대표 선출 내세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때문에 어느 때보다 비례대표 선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심사위원단에 일반 국민을 포함시키는 ‘완전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 심사 제도를 최초로 도입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강훈식 대변인은 국민공천심사단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권리당원을 포함해 누구든지 홈페이지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심사단 규모는 100만 명까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번 선출 방식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슈퍼스타K’와 같은 공개 오디션이라 표현할 수 있다.

특히 국민공천심사단 중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등 200~300명을 추려 ‘숙의심사단’도 별도로 구성해 1박2일 간 합숙하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공개 면접을 진행하는 등 비례대표 후보 심사과정을 생중계하는데, 이 공개 오디션 과정을 생중계로 시청한 국민공천심사단이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면 이를 숙의심사단 투표 결과와 합산한 뒤 당 중앙위원회 최종 순위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간 비례대표 선출 기준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공정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공개 오디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공천 투명성은 물론 국민 참여 공천이란 취지도 살리면서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적잖이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비례대표 공천 기준 중 ‘미래 가치’ 요소를 추가하는 대신 직능과 지역 요소는 제외하는 방안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 국민 대상이라 해도 권리 당원이 다수 포함될 수도 있다는 맹점도 있고, 국민공천심사단 투표와 숙의심사단 투표 비중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도 않아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초 기대한 ‘투명 공천’이란 평가보다는 도리어 최근 논란이 된 ‘가수 선발 오디션 투표 조작 사건’을 상기시킬 수 있단 점에서 자칫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이탈한 청년층 표심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지역구 공천의 10%를 20~30대 청년 몫으로 주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데 전국을 서울·제주, 경기·인천, 충청·강원, 호남, 영남 등 권역별로 나눈 뒤 각 권역의 우세 지역구에 한 명 씩 청년들을 전략 공천하는 안으로, 앞서 총선 후보 경선 심사 시 청년에 대한 가점범위를 10~25%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천 룰을 확정한 데 이어 2030세대를 끌어들이려는 또 하나의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 현역 절반 ‘물갈이’하겠다는 한국당, ‘쇄신 공천’ 평가 받을까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그동안 인적쇄신이 화두였던 만큼 현역의원들을 과감하게 물갈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21일 비공개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개혁공천을 하겠다.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현역 의원 3분의1 이상 컷오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현역 3분의1 이상 컷오프 기준은 지역구 의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한국당 지역구 의원 91명 중 하위 30명 정도가 공천 배제될 예정이며 17명의 비례대표와 총선 불출마자 등을 포함하면 박 사무총장이 밝힌 대로 전체 의원 수 108명 중 절반을 교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일찍이 지난 4월 하위평가 20%, 현역 의원에게 20% 감점 등의 공천 룰을 정한 민주당에 비하면 큰 폭의 물갈이라고 평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은 41.7%였고 20대 총선도 19.9%에 그쳤다는 점에 비추어 봐도 절반 이상 바꾸겠다는 이번 공천안은 역대 최대치로서 일견 파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재판을 받고 있거나 여러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의원들, 불출마 선언 의원들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이 때문에 인적쇄신이란 상징성을 살리려면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중진 의원들에 대한 용퇴 압박이 이전보다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과감한 개혁공천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일단 단식투쟁을 시작하면서 ‘내가 칼을 들겠다’고 공언한 황교안 대표의 의중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문제는 컷오프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 사항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어 향후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각기 유·불리에 따라 의원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진복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진복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그래선지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이진복 의원은 21일 총선기획단 전략회의 직후 가진 공천 룰 발표 회견에서 “과거에 누구 찍어내기 위해 하던 그 룰이 아니다.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는 공평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룰을 만들면 당원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22일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공천관리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이번에는 외부에서 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할 수 있는 분을 모셔야 되지 않느냐”라며 외부 영입 쪽에 무게를 실었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모을 컷오프 판단 근거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의정활동 내용, 본회의 참석율, 당 지지율과 의원 개인 지지율의 격차 등을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연히 그 정도는 다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답했으며 막말 전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우리 당의 여러 염려하는 요인들 중 하나니까 같이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한 일부 의원들이 탈당할 가능성에 대해선 “당에서 객관적인 룰을 만들었을 경우 국민들이 그걸 보면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부족했구나’란 걸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컷오프 된 분이 다른 데로 가신다고 유권자들이 동의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대규모 현역 물갈이로 신인을 원내 입성시켜도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별 차이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에 대해서도 “역대 저희들이 총선 승리했던 기록 보면 대다수가 현역 교체하는 지수에 따라 승부가 결정이 났다”며 일축했다.

◆ 잡음 없는 공천될까? 선거제 개편 가능성 등 여전히 변수 많아

하지만 현역 물갈이 과정이 쇄신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 의외의 변수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데,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 합의에 기초해 본회의 통과한다면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들게 돼 통폐합 대상 지역구 의원들 간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될 경우 경선에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지표로 쓰일 가능성이 커 정치신인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다선 혹은 현역의원에 상당히 유리해지는데, 이를 의식한 듯 원외 출신으로서 총선 출마를 천명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여론은 보조적인 틀이지 지역구에서 인기 있다고 100% 올바른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겠나”라며 “당의 정체성, 당이 가야할 길이 뭐냐”라고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한국당의 공천 기준은 영남과 비영남, 중진과 초재선, 친박과 비박, 탈당과 복당 등 지역·세대·계파·탄핵 등 갈등요소들과 더불어 선거법 개정 여부까지 감안해야 하는 점에서 고차방정식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50% 물갈이라는 미증유의 인적쇄신을 강력히 추진해내기 위해선 기준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당 대표의 리더십 역시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황 대표는 지난 18일 부산경남지역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공천제 등 한 가지 방법으로 공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략공천해도 공정한 공천이 우선으로 국민 중심의 공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과거와 달리 요즘 경남도 김해 등 곳곳이 험지로 분류된다”고 주장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공천 완료 시점에 대해서도 “통상 1~2월에 이뤄졌으나 21대 공천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밝혀 그 결과물을 곧 확인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총선에선 진보진영에 치우쳤던 과거와 달리 조국 사태로 인한 2030세대 ‘젊은 표심’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한국당에서도 청년층을 겨냥한 듯 황 대표가 19일 “자녀 등 친인척의 채용비리, 입시비리가 밝혀지면 당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어 청년층 표심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진검승부 역시 총선 공천 룰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 간 경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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