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도덕성에 흠집 남길 가능성도 배제 못해

입각부터 요란한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사건 전모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입각하자마자부터 인사청탁 문제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는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60) 교수가 지난 1일 세계일보를 통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내정자 신분이었던 당시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을 통해 대학교수 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시킨 사실을 밝히면서 사건이 발단되었다. 또 정 교수가 지난달 25일 청와대 민원실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지철 문광부 차관이 당시 장관 내정자 신분이었던 정 의원의 부탁을 받고 정치논객 사이트 `서프라이즈(www1.seoprise.com)' 서영석 대표 부인의 교수 임용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정 장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 "철저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그것에 근거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결과 인사청탁 의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대변인은 그러나 브리핑에서 "만약 인사청탁이 사실일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정동채 문광장관 (의혹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처리 방침은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지금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 "현재 당사자들의 얘기로 미뤄 상황의 윤곽을 파악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민정수석실이 철저히 조사,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의 인사청탁 의혹 관련 진정서 제출에 대해서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민원제안비서관실에 접수됐으며, 28일 사정비서관실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첩이 완료되기까지는 통상 4∼5일 가량 걸린다"며 "아울러 사정비서관실은 며칠 단위로 민원사항을 확인하며, 오늘 오전 진정서 접수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와대는 김우식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 이번 인사 청탁건과 관련해 민원 접수 및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한 뒤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시스템 개선과 책임자 문책 문제도 검토키로 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회의에서는 이번 민원이 그 중요도에 비춰 별도 분류돼 따로 보고가 됐어야 하는데 보고되지 않은 점, 사정비서관실에 지난 28일 민원이 넘겨졌는데 어젯밤까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이 업무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회의후 김 비서실장이 이번 민원처리 과정과 관련해 그 원인이 업무시스템에 있는지, 업무를 담당한 사람의 잘못에 있는지 정확히 조사한 뒤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사청탁 관련 제보를 둘러싼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비롯한 일부 책임자에 대한 경질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이 취임 초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이라고 처벌의지를 밝힌 이후 처음 드러난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탁 사건이어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흠집을 남길 가능성도 없지 않아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세계일보의 보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같다"고 사실이 아님을 부인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사에서 거론된 어느 누구와도 통화해본 적이 없다"면서 "서영석씨는 내가 아는 정도지 친분을 나눌 정도도 아니며, (임용을 청탁했다는) 오지철 차관은 몇달간 통화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 차관에게 (경위를) 물어볼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정책의원 총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오늘 아침에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며 "그러나 토털리(totally.완전히), 앱솔루틀리(absolutely.절대적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거명된 차관 등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고, 어떤 분의 부인인지도 알지 못한다"면서 "청와대에서 총체적인 조사에 들어가 곧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측근 또한 "보도 내용중 정 장관과 관련된 부분은 허위"라며 "인사청탁과 관련해 서영석씨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서를 낸 정 교수는 같은날 이같은 내용을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같은날 오전 타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 장관측이 인사청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 데 대해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냐"며 "지난달 18일 오지철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오 차관이 분명히 정 장관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오 차관과 만난 다음날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임용 전형에 응시중인 A씨를 만났을 때 A씨도 정 정관의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자신의 얘기는 세계일보에 모두 나와 있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정 교수는 같은날 12시경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오지철 문화부차관이 지난달 18일 A(45)씨의 교수 임용을 청탁하면서 정 장관(당시 의원)을 거명했으며 청탁 당사자인 A씨도 `정 의원을 통해 인사청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오 차관이 A씨에 대한 인사청탁을 하면서 정 의원이 `A씨가 성균관대 교수에 지원하는데 문화부내에 정 교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달라' 했다고 말했다"고 해 전했다. 그는 그러나 "오 차관이 정 의원의 지시에 따라 청탁을 했는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내게 전화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알송달송한 발언을 해 사건의 내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 교수는 이어 "19일 만난 A씨도 청탁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을 통해 차관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A씨에게 '정 의원은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A씨가 '서프라이즈 대표인 남편을 통해 정 장관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오차관, A씨와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려 했으나 전화국이 다음달 말에야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 공개를 미뤘다"며 일부 언론의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서는 "녹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녹취 사실을 부인했다. 국내 대학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파리 7대학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딴 A씨는 4월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직에 지원, 1차 전형인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지난달 24일 학과 발표와 논문 심사를 마쳤다. 정 교수는 지난달 25일 이 같은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접수했으나 새 장관이 임명된 30일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자 30일 오후 비공개로 올렸던 자신의 진정서를 공개했다. 이날 오전 9시 35분께 정 교수가 한국연극협회(www.ktheater.or.kr) 홈페이지에 올린 진정서 전문 내용에 따르면 ‘정동채 신임 문광장관의 교수 공채 인사청탁’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5일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비공개로 신고한 진정서 전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진정서 첫머리에 "며칠 전 본인이 겪은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될 지 고민 끝에 이곳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비공개로 알려드린다"며 "청와대측의 반응을 들어본 뒤에 필요하다면 대응 방안을 찾아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정 교수는 진정서에서 예술학부 주임교수로 현재 내년에 부임할 연극 및 문화이론 전공 신임교수 공개 채용을 위한 심사절차를 진행중이라며 지난달 18일 평소 업무관계로 아는 사이인 문화관광부 오지철 차관을 만나 이번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한 A씨(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 부인)를 잘 봐달라는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확인을 위해 오 차관에게 요청, 다음날 A씨를 만났고 A씨에게 누구를 통해 오 차관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이런 청탁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다며 A씨로부터 차기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돼 있는 정동채 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 의원이 오 차관을 시켜 청탁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정 의원에게는 누가 부탁했느냐고 묻자 A씨는 평소 정 의원과 교분이 두터운 남편(서프라이즈 서 대표)이 부탁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서 끝 부분에서 "참여정부 안에는 강직하고 정직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믿고 싶다"며 "그런 분들의 빛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썼다. 한편 이와 관련 정치논객 사이트 서프라이즈 대표 서 씨는 세계일보의 '鄭문화 임명 전 인사청탁, 차관 시켜 교수임용 압력'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세계일보와 청와대에 진정을 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서프라이즈의 고정칼럼 '서영석의 삐딱뷰정치'에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해명과 대응'이란 제목으로 글을 실어 "정동채 의원에게 아내의 교수 임용과 관련된 일체의 청탁을 한 적도 없는 것은 물론 한 10년간 공.사석에서 만난 적도, 전화 통화한 적도 없고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아마도 참여정부 개각과 관련해 정동채 장관을 옭아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추정하는 한편 "세계일보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나 내 해명을 전혀 기사에 집어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 대표는 이 글 뒤에 수정본을 추가해 "아내에게 물어보니 정진수 교수가 교수 임용에 결정권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짐작되는 오지철 차관에게 추천을 부탁했다고 들었으며, 아마 오 차관이 아내의 남편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정 교수에게 추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도 세계일보의 '鄭문화 임명전 인사청탁, 차관 시켜 교수임용 압력' 보도에 대해 "정동채 장관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균관대 교수임용과 관련, 여성 연극학자 A(45)씨를 정진수 교수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정동채 장관으로부터 어떠한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이 문제에 신임 장관이 간여된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유감이며, 참여정부의 인사청탁 배제와 관련해서도 고위 공직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차관은 "작년 가을부터 문화중심도시 조성기획단에 참여해 알게 됐던 A씨로부터 전화부탁을 받고 정진수 교수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했는데 이것이 인사청탁 문제로 비화할 줄은 몰랐다"면서 "정 교수가 스스로 영향력이 없다고 말한데다, 사립대의 교수임용에 정부가 간여할 입장이 아니어서 정 교수가 이 문제를 그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오 차관은 "김씨에게서 전화를 받을 때 정치부 기자 출신인 남편 서영석(서프라이즈 대표)씨를 통해 정동채 의원을 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정 교수와 지난달 1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당사자인 정 장관은 이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 서 오 차관은 "정 장관으로부터 이와관련해 이야기를 들은 바 없으며, 서영석씨나 그 부인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부탁받은 적이 없다"면서 "정진수 교수의 진정 내용은 무고"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 재개관 행사에 참석한 뒤 이날 새벽 귀국한 오 차관은 "다만 (서씨 부인의 교수임용과 관련해) 정 교수를 만나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확한 내용은 오전 중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을 종합할 때 정동채 장관이 인사청탁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서씨의 부인인 청탁 당사자 A씨는 6월 19일 정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정동채 의원과 잘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1일 취임한 정동채 장관은 "정치부 기자 시절 만난 서씨와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친분이 두텁지 않으며, 서씨의 부인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 차관이 '윗선'으로부터 아무런 청탁을 받지 않은 채 지난해 가을 이후 몇 차례 밖에 만난 적이 없는 A씨의 교수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은 의문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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