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단식’, ‘갑질단식’…진정성 논란 일어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스스로 ‘목숨 건 단식’에 돌입했다고 했지만 단식농성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황제단식’, ‘갑질단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다.

◆왜 조롱이 쏟아졌을까

정치권에서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시도 등 각종 구설수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던 황 대표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단식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즉 단식 목적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황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만 지소미아와 공수처 설치의 경우 국민 과반이 찬성하고 있어 황 대표 단식농성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지소미아 종료 찬반 여부에 대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4%로 집계됐다.

이같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서도 한국당의 지소미아 종료 철회 입장은 국민적 공감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 설치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한 결과, 공수처 설치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61.5%(매우 찬성 45.3%, 찬성하는 편 16.2%), 반대한다는 응답이 33.7%(매우 반대 24.8%, 반대하는 편 8.9%)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4.8%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C&I)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실시한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45.7%로, ‘찬성한다’는 32.9%보다 많았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나 패스트트랙 법안의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찬성,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황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대선만 생각하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정치 무대에 오른지 이제 막 9개월 여 만에 장외투쟁→삭발→단식 등 극단적인 의사표현만 이어한다는 것이 황 대표의 한계점으로 불거지고 있다.

장외투쟁, 삭발, 단식 등은 사실 약자가 권력자의 양보를 요구하기 위해 선택하는 정치적 수단이다.

정치는 명분과 언론·여론의 추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협상, 조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9개월 동안 장외투쟁→삭발→단식 등 정국을 강압적으로 풀려는 강경책을 동원하면서 정국을 더욱더 대치상태로 흘러가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당 내부에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국민들이 여당에 각을 세우는 야당을 믿음직스럽게 생각하겠지만 명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거나 민생을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등을 돌린다”며 “어떻게든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도는 모습만 보이면 지지층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중도층도 청년층도 합리적 보수층들도 다 잃게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영양제 단식’, ‘단식갑질’…진정성 논란 일어

단식 전날 영양제를 투여 받았다는 논란을 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황 대표가 단식 전날에 영양제를 투여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단식에 대한 진정성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갈무리에서는 “황교안 대표님이 ㅇㅇㅇ의원에 와서 영양제를 맞고 갔다. 머리 많이 기르셨네요. 기념사진 촬영! 활동한 의정활동 기대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황 대표와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기 하루 전날인 19일 오전 10시 6분에 작성됐다. 황 대표가 언제 영양제를 맞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지만 “생쇼”, “꼼수”, “영양제 맞고 단식하는 것은 처음 본다”라는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대안신당에서는 “‘영양제 단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셈”이라며 “건강에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영양제를 맞고 단식한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풍경을 접하고 나니 씁쓸할 따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황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청와대 앞 단식이 아니라 국회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황 대표가 단식 기간 중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의 24시간 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제단식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황 대표 단식 투쟁 근무자 배정표가 확산됐다. 배정표를 보면 당 행정국, 총무국, 청년국, 여성국에 소속된 당직자들이 20일부터 28일까지 4명씩 오전 8시부터 밤8시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주야간 2교대로 보초를 선다.

근무자는 황 대표 건강상태를 확인하거나 취침 시간대에 방해가 안 되도록 소음 등을 통제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배정표 아래에 ‘당대표님 지시사항’이라는 문구다. 황 대표 지시로 당직자가 배치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근무를 ‘미근무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을 하면서 폐를 끼치는 건 처음본다”며 “국민, 정치권, 자기 당, 하위 당직자에게 폐 끼치는 단식을 뭐하러 하는가”라며 “단식을 하면 동정 효과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웅래 의원도 “하늘 높은 의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대접 받으면서 투쟁해도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30분마다 건강 체크, 소음 제어까지 신경 쓰는, 철통 보안 속 ‘의전 단식’에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의 행태만 있다”면서 “의전 쇼를 멈추고, 제1 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찾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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