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환수 위한 채권추심·재판 언급하면 누가 하겠는가” 제보자들 공통 목소리
2014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수수료 환수’ 약관 개정에 ‘보험회사 책임’ 부분 반영 됐나

KB생명이 수년간 TM센터에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약서를 교부해주지 않았음에도 퇴사한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수료 환수’라는 금전적 책임을 물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KB생명이 수년간 TM센터에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약서를 교부해주지 않았음에도 퇴사한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수료 환수’라는 금전적 책임을 물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KB생명이 수년간 TM센터에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약서를 교부해주지 않았음에도 퇴사한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수료 환수’라는 금전적 책임을 물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19일 알린 KB생명 퇴사직원 A씨는 “책임만 지우고 권리는 없었다”며 수년 간 진행됐다는 ‘수수료 부당환수’ 문제를 압축해 표현했다.

KB생명은 지난 2004년 6월 보험영업을 개시한 이후 2009년 지주사에 편입돼 KB국민은행의 전국 영업망을 통한 방카슈랑스 채널과 텔레마케팅을 통한 TM채널,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GA대리점 채널, 금융컨설턴트(FC) 채널을 통해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M채널에서 사측이 보험설계사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떠넘겨 수수료를 부당 환수했다는 내용이 최근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KB생명에서 근무했다는 일부 직원들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KB생명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KB생명 퇴사직원 A씨, “책임만 지우고 권리는 없었다”

KB생명에 7-8년간 근무했다는 A씨는 “회사에 다닐 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슈화되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먼저 환수절차와 관련해 A씨는 “판매를 한 이후 환수 민원처리 내용증명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두 건 들어왔는데 그 과정이 너무 불투명하다”며 “티엠센터에서 보통은 일반적으로 민원 처리할 때 고객이나 상담원 양쪽 의견을 통해 경위서를 작성하고 민원처리가 되는 게 원래 보험사 민원처리 프로세스인데 일방적으로 민원처리가 된 상태에서 환수통지서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민원이 들어왔는데 퇴사한 상황이라고 하면 어떤 방어권도 없는 상황”이라며 “민원 경위서도 당시 상담원 의견 없이 들어오고 설명하게끔 돼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걸로 보아 가짜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개인정보 문제도 의구심이 들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사측에 해지한 고객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하자 ‘퇴사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라 못 알려 주겠다’는 답을 들어 고객 정보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상담원의 개인정보는 퇴사하고 몇 년이 되도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도 개인정보 수집동의를 받는데 ‘깜깜이’ 환수과정에 퇴사한 지 3-4년 된 사람에게 내용증명을 날리고 반론권도 없이 통보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으로 A씨가 지적한 부분은 퇴사 후 유지수당은 지급되지 않음에도 판매에 대한 책임은 수년 뒤에도 따라오는 데서 오는 불합리함이다. 보험회사에서는 보통 2년에 걸쳐 초기에는 50~100만원에 이르는 유지수당을 일시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을 몇 개월 간 걸쳐 10~20만원 나눠 지급한다.

“퇴사하고 나면 유사수당을 안 줘서 많은 사람들이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도 유지수당을 못 받고 나오는데 ‘기존 계약을 관리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사측이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도 민원이나 계약관리에 대해선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고 퇴사 직원들이 아무 권리 없이 책임만 지는 게 불합리한 부분”이라며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는 유지 수당을 퇴사하고도 주기 때문에 권리와 책임을 같이 물게 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 “전액 환수 위한 채권추심·재판 언급하면 누가 하겠는가” 제보자들 공통 목소리

A씨는 “피해사례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채권추심이나 재판에 이르기까지 환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퇴사 후 몇 년 후에 전액 환수를 위해 채권추심이나 재판 등이 입사할 때 고지됐다면 애초에 누가 근무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약관 부분은 상담하는 설계사들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약 6개월 근무했다가 5년 뒤 채권추심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아 약 500만원의 환수금을 물었다는 C씨는 교육은 물론 계약서를 받지 못한 채 채권추심을 당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C씨는 “TM채널에서 부실한 교육과 함께 숙지하지도 받지도 못 한 계약서로 5년 만에 채권추심 통보를 받았다”며 교육과 관련해 “첫날 교육을 받을 당시 교육실장이란 분이 없어 기존에 하시는 분이 하는 콜을 하루 이틀 듣고 바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을 당시 “보험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들어갔던 상황이라 시험을 안 봐도 됐었고 설계사로 인지하고 있었다”며 “신입들에 대해서도 교육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 게 당시 교육 실장도 없었고 교육장도 보통 따로 있는데 없었으며 담당 실장이 바로 콜 들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C씨는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직원은 100명 가까운 규모였다.

C씨는 “재판까지 가야할지 변호사도 알아보고 금감원 민원도 넣어보는 등 그때 당시 많이 알아봤는데 대기업을 상대로 하다 보니 만약에 잘못됐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채권추심업체 직원이 ‘신용불량자로 만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 결국 돈을 물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 돈을 물어주게 됐는지 묻자 “법원에서 내지는 않았고 ‘분할로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법원 소송까지는 가지 않게 합의형태로 채권추심업체에다 냈다”며 “‘소송은 해도 소용없다’, ‘소송해도 진다’ 이런 얘기를 채권추심업체 직원으로부터 들으면서 처음엔 안 갚으려고도 몇 달을 버텼지만 기한을 한 달이나 두 달 밖에 주지 않고 법원에서 통지가 날라왔다”고 설명했다.

계약에 대해서는 “당시 계약서를 받은 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이틀 교육 후 종이를 주면서 ‘사인을 해야 된다’고 직원이 말하는데 읽을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무엇인지 물어보니 ‘계약서인데 이걸 해야지 교육비가 나오고 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쌍방이 가져야 하는 계약서는 주지 않았는데 안 주는 게 문제가 되는지는 당시엔 몰랐으나 나중에 보니 안 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차 “계약과 관련해 지급보증 관련 내용, 채권추심, 재판 이런 얘기는 절대 언급이 없었다”며 “보험회사를 많이 다녀봤지만 한 번도 그런 경우를 당해보지 않았고 근무 당시 우수사원으로도 꼽혀 ‘이 사람처럼 하면 된다’고 했었는데, 상담 내용이 다 녹음돼 계약이 성립됐던 부분을 5년 뒤에야 계약이 잘못됐다며 환수 청구를 한다고 하니 황당했던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B생명 관계자는 “충분한 교육과 관련된 제도 안내 등을 실시했고 거기에 대한 확인서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수정 약관 조항 내용

◆ 2014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수수료 환수’ 약관 개정에 ‘보험회사 책임’ 부분 반영 됐나

A씨 등 제보자들의 주장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00생명 사기로 직원 뽑아 일 시켜 먹고 추후 사기로 돈 뺏고 사기소송겁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와있으며 올 초와 지난해 게시된 청원글 2건에서도 지적됐다. 아울러 언론 보도를 보고 최근 퇴사를 했거나 면접을 봤다는 일부 제보자들도 댓글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 금지에 대해 나와 있는 보험업법 85조의 3항에 따르면 보험모집 위탁계약서를 교부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위법한 행위다.

또한 지난 2014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6개 손해보험사 및 생명보험사가 사용하는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서 및 수수료 지급 규정 등의 약관법 위반여부를 점검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보험계약이 고객의 민원으로 인해 무효·취소되는 경우 보험설계사에 이미 지급한 수당을 전액 환수하는 약관조항이 보험계약의 무효·취소된 사유를 불문하고 적용돼 보험설계사들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약관은 ‘이미 지급한 수당을 무조건 환수한다’는 내용에서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환수하지 않거나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에 환수하지 않는 등 예외 조항을 둔다’로 시정조치 됐다. 당시 시정내용에선 보험회사의 귀책이 있는 경우 환수제외에 포함된 12개사 중 KB생명이 포함돼있다.

한편 지난 10월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8년 불완전판매 건수가 총 280건 증가해 가장 많이 늘어난 생명보험사로 KB생명이 지목됐다. 이 가운데 ‘수수료 환수’ 문제에 있어 회사 귀책 사유인지에 대한 ‘보험회사 책임’ 부분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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