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당 해체’ 주장에 변혁 “호평”…한국당 내 ‘보수통합’ 공감하나 ‘해체’급 쇄신이 관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영남권 3선 출신 중 처음으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쏟아낸 고강도의 쇄신 요구에 한국당 의원들 간 의견이 계파와 관계없이 양분되는 모양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인물이 전격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도 당내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자당을 가리켜 ‘좀비 같은 존재’, ‘역사의 민폐’란 수위 높은 표현을 썼을 뿐 아니라 급기야 ‘당 해체’와 ‘총사퇴’까지 주장했기 때문인데, 여기에 자신은 여의도연구원장직을 계속 역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선 김 의원이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인데다 불출마 선언 회견 당시에도 과거 유승민 의원을 적극 비호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적 발언을 내놓은 데 비추어 바른미래당 변혁 측과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마저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김 의원의 이번 발언이 황교안 대표가 추진하려던 보수통합 정계개편 구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세연 ‘당 해체’ 발언, 변혁과의 통합 가속화 위한 신호탄?

먼저 ‘당 해체’ 주장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김 의원은 19일 자신이 이 시점에 이런 입장을 내놓게 된 이유와 관련해 19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20~30%의 지지만 갖곤 불가능하기에 50~60%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항상 중도 통합적인 관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데 중도에 계신 국민들께서 어떤 생각하는지 읽으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탄핵 사태 이후에 특히 트라우마 겪어서 그런지 보수 정당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국민 목소리는 잘 들어오는데, 중도 보수부터 중도 쪽 이야기는 차단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단 생각이 들어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야기하면서 바른정당 갔다가 돌아온 복당파인데. 다른 종류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을 일부러 깔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에 대해선 “통합을 염두에 둔 다른 그림이 있을 거란 말을 하는 건데 제가 말씀드린 건 통합과는 전혀 무관하고 별개”라며 “통합은 지금처럼 하면 이뤄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전제 자체가 맞지 않아서 그런 말은 저의 주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오히려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불출마 선언 발언 중 거론했던 신당과 관련해서도 “현재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기에 역할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씀드리는 것이고 그 대상에는 저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제가 선언문에 썼듯 현재 정치권에 있는 분들은 진공 상태가 되면 새로운 정당이 나와야 할 것인데 거기 운영에 관여해서 안 된다는 취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 바른미래 변혁, ‘한국당과 통합’ 일축하면서도 金 발언 취지엔 호평

일단 김 의원이 유승민 측과의 사전교감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처럼 신당을 거론한 가운데 유 의원이 있는 바른미래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선 19일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본청 218호)에서 열린 제69차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본청 218호)에서 열린 제69차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신환 변혁 대표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당 해체 발언에 대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은 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며 더 이상 버티면 역사의 민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은 다르지만 지금 정치권의 현재를 보면 매우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라며 “현재의 지리멸렬한 야권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할 수 없다”고 공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오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적극 추진 의사를 피력했던 보수대통합론을 겨냥한 듯 “적당히 이합집산하는 눈속임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며 “낡은 과거와 과감히 결별하는 것만이 야권이 사랑받는 길이고 국민 사랑을 받는 야당을 건설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기득권을 움켜쥐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김 의원 말처럼 역사 뒤안길로 도태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당엔 재차 쇄신을 주문하는 한편 불출마 선언한 김 의원을 향해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야권 쇄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선뜻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변혁의 신당 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한 얘기들이 저희가 이미 유승민 의원을 통해 보수재건을 위한 3대 원칙을 얘기했었는데 그 내용 안에 다 담겨 있다”며 “사전에 공감이 있었던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닌데 보수 재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저희는 이미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얘기를 했다”고 김 의원 발언을 호평했다.

하지만 유 의원도 ‘새집’이 곧 한국당과의 통합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듯 “단순히 새집만 짓는다고 그래서 국민 사랑을 다시 받긴 어렵지 않겠는가. 기본적으로 저희들은 개혁보수라는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 제안한다고 기자회견 한 번 하신 적 있는데 저희는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제안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았고 실질적 접근이라기보다는 현재 한국당이 처한 입장 자체가 궁색하니까 선언적 제안 정도로 국면을 회피하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국당에서 나온 보수대통합론은 평가 절하했다.

심지어 유 의원은 지도부를 포함한 총사퇴 필요성을 역설했던 김 의원의 호소에 대한 황 대표 반응까지 꼬집어 “총선을 끝까지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표현은 저희가 생각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했을 뿐 아니라 “저희는 공식적인 협상단이랄까 이런 것들 만든 적도 없다. 늦어도 얀내 창당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지금 움직이고 있다”고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보다는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김 의원의 ‘당 해체’ 발언과 관련해선 “실질적 해체란 것보다는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틀 거리를 크게 움직여보자는 취지로 한 말씀 아닌가”라며 한국당에서 공천 갈등으로 탈당하는 의원들을 변혁이 받아줄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좋은 자원을 많이 모으려고 하는 시도는 계속 있을 것이다. 개혁보수란 부분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면 저희가 그분들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조건부로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 한국당, 金 ‘당 해체’엔 각기 시각차…보수통합엔 반대 없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처럼 바른미래 변혁 측에선 우선 개혁보수란 공통분모를 가진 인사들을 자신들이 준비 중인 신당에 끌어들이면서 규모를 키워가는 한편 한국당이 해체 수준의 인적쇄신을 했을 경우에야 통합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변혁 측에서 공감한 김 의원의 주장대로 한국당에서 당 해체급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사실상 보수야권 정계개편을 판가름할 기준점이 된 모양새다.

물론 이에 대해 한국당에선 여전히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데, 친박 출신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해체는 제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다.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가 어떤 판단에 의해서 나가는 것이면 모르지만 국회의원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한다고 나가는 경우는 잘 못 봤다”며 “결국 인적 쇄신은 공천 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다. 후보자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총선기획단이라든지 또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의원은 바른미래 변혁 측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우리는 끝까지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시계바늘이 멈춘 게 아닌가. 변혁 내 신당추진기획단이 지금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 이렇게 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고 또 변혁 내부에서도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 바른정당 출신과 국민의당 출신의 이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 통합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비박계 출신의 김영우 의원은 정 의원과는 일부 온도차를 내비쳤는데, 그 역시 김 의원의 당 해체 주장에 대해선 “창조 없이 파괴만 한다? 그러면 내년 총선은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도 “야당의 시대정신은 개혁이고 그 개혁의 핵심은 보수통합이다. 황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김 의원의 사퇴 호소를 일축한 황 대표의 전날 반응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총선을 잘 치러야 된다, 그러기 위해 보수통합이 필요하다는 큰 차원의 대답은 한 셈”이라고 거듭 보수통합 성사 쪽에 힘을 실었다.

이렇듯 저마다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구 친박계 출신이면서도 이날 “해체 수준의 쇄신을 해야 한다. 이대로 안주할 수 없다”며 조건부 불출마 의사까지 내비치는 등 김 의원의 호소에 적잖이 부응하는 모습을 보인 곽상도 의원은 19일 보수통합과 관련해 “보수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많은데 이념을 통합할 수는 없고 결국 문 정부에 반대하는 쪽으로 가는 통합이 돼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연대와 같은 형태를 제시하기도 했다.

비록 당내 일각에선 김 의원의 발언을 급진적으로 보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이날 곽 의원처럼 전날 김용태 의원 정도에 그쳤던 데에서 더 나아가 김 의원에 지지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서울 광진을에서 총선 출마 준비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위해선 내년 총선을 이겨야 한다. 통합과 혁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전제조건”이라고 역설하는 등 김 의원의 우군도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만일 당 해체에 준하는 수준의 쇄신만 한국당에서 이뤄진다면 현재 지지부진한 변혁 측과의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총선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촉박한 와중에 김 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들이 그를 비판하던 목소리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로 당내를 장악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보수통합 성사를 결정지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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