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송금액 1~10%, 하루 50만원 지급 보장에 지원했다 ‘덜컥’ 범죄 연루
연간 5만 달러 이내 해외송금시 송금 사유 및 지급증빙서류 미제출 악용

해외송금 알바에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범죄에 연루된 P씨가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사진 / 금융감독원
해외송금 알바에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범죄에 연루된 P씨가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사진 / 금융감독원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회사원 P씨(36세, 남)는 지난달 초 해외 구매대행업체에서 해외송금을 대행할 직원을 모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모바일 메신저ID로 연락했다. 업체 외주사업팀장이라고 소개한 K씨는 P씨에게 “구매자들로부터 수금한 구매대금을 P씨의 계좌로 보내줄테니 구매결제를 위해 캄보디아 현지업체 계좌로 송금해주면 된다”며 “우리 업체는 해외송금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불법은 아니므로 P씨에게 책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씨의 말을 듣고 P씨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3900만원을 모바일 뱅킹 앱으로 캄보디아 현지은행 계좌로 송금했으나 다음날 자신의 거래은행으로부터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는 통보를 받고 뒤늦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해외송금 알바 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SNS에서 구직자들이 해외송금 알바에 지원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들이 알려져서다.

15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구인구직사이트 게시글 또는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다수의 구직자들이 ‘해외송금 알바’에 지원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이 돼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금융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구직자들은 송금액의 1∼10%, 하루 50만원 지급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등을 보고 해외송금 일자리에 지원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됐다. 피해금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약 10~15억원으로 추정됐다.

해외 구매대행업체, 환전업체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은 광고글을 보고 연락이 온 구직자들에게 인적 사항과 계좌번호를 요구한 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받아낸 돈을 입금해주고, 자금 추적이 어려운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 등 해외 현지 은행에 모바일·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게 해 피해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이들 조직은 연간 5만달러 이내 해외송금은 외국환 거래은행에 송금 사유와 지급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론 채용·구직사이트를 통해 입사지원서·이력서 등을 접수하는 만큼 채용상담·면접을 위해 모바일 메신저, SNS 등으로 연락하라는 경우 실제 존재하는 업체인지를 확인하고, 통장·카드를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보는 게 안전할 걸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법원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범죄에 연루되면 가담 정도·횟수, 대가 수수 등에 따라 징역형 등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하는 일보다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아르바이트에 대해선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송금·환전·수금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수익 인출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일반적으로 기업에선 사업 관련 자금을 직원 개인 계좌로 입금하기 위해 계좌번호를 요구하는 사례는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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