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이어 청년신도시' 일단 까놓고 보는 민주당…‘이러다 욕 먹을지도’

이해찬 당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핵심 공약으로 청년 신도시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청년층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청년층을 직접 겨냥한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모병제에 이은 두 번째로 내놓으면서 청년층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청년신도시 무엇인가

청년신도시는 모병제와 달리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검토만 한 단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연구원과 당 정책조정위원회, 전략기획국이 청년 신도시를 연구해왔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는 14일 본지 기자에게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주거, 보육 지원, 창업 밸리, 교통편리까지 모두 함께 융합된 청년 신도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주거 문제와 청년 일자리 및 출산·육아 등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활 맞춤형 인프라가 구축된 주거지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주거지역 내 통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공어린이집·돌보미 서비스 등 보육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다.

새로운 형태의 도시인만큼 민주당은 청년신도시를 시범사업 성격으로 도입한 뒤 정책효과를 따져 향후 대상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도시 내 주택은 소유가 아닌 거주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대 형태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청년신도시는 3기 신도시의 일부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는 지난 5월 국토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안-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에 따른 것으로 고양시 창릉동(813만㎡·3만8000가구), 부천시 대장동(343만㎡·2만가구) 등에 조성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들 입지가 청년·신혼부부가 중요시하는 ‘직주 근접성’의 요건에도 상당히 부합할 것으로 보고 현실화 된다면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총선에서 먹힐까?

민주당이 내놓은 청년신도시는 현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에서 충분히 이슈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정책 선점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공공주택 공급이나 전월세지원 강화는 야당에서도 구상·제안해 왔었지만 일자리, 출산 및 보육 문제 등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 대안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 2018년 7월 ‘신혼·청년 주거 지원방안’, 11월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추진 방안’ 등 청년 주거 지원 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문제점도 노출돼 왔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신혼부부 전용 아파트인 신혼희망타운은 로또분양 논란이 일었고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한 행복주택은 제한된 물량으로 인한 한계가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당이 대안이 될 만한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야당이 할 수 있는 비판을 차단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더불어 여당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 한국당 등 야당에서 대안 없이 ‘포퓰리즘’이라고 반대 입장만을 나타낼 경우 오히려 거센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우리가 내놓는 정책에 한국당은 반대만 하고 있지 않으냐”며 “여당은 책임 있게 정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는데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청년 신도시에 대해 조지연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현금 살포성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만 몰두하더니 이제는 '청년 신도시'까지 꺼내들었다”며 “청년을 향한 기만이 도를 넘어 섰다”고 비판했다.

조 부대변인은 “경제낙관론으로 일관하며 청년일자리 문제는 외면하고, 이제는 청년을 대상으로 표 계산만 하려는 것인가”라며 “청년신도시 조성 보다 시급한 것은 청년일자리”라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표퓰리즘' 발상을 접고 청년일자리 창출에 책임있는 자세로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며 “경제정책 전환만이 청년 일자리의 숨통을 트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청년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왜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청년 숨통을 막고 있는 것은 한국당”이라고 반박했다.

◆일단 까놓고 보는 민주당…‘이러다 욕 먹을지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하지만 모병제와 마찬가지로 청년 신도시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 내에서도 당이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연구원 내에서 검토 중인 정책이 보도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 충돌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민감한 공약에 대해 당과 조율 없이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8일 확대간부회의 이후 비공개회의 자리에서 양 원장에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사전 논의 없이 나가게 했느냐”며 “중대 사안은 당의 정제된 입장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의 개인의 의견”이라고 맞받아 쳤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의원은 “청년층에 대한 정책을 생산하는 상황인 만큼 정책을 내놓고 공론화 시키겠다는 의미는 알겠지만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구상을 내놓아야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나 언론에서 지적하듯 주무부처와 논의 없이 구상만 언론에 공개하고서는 반발이 심하거나 호응이 없다는 이유로 안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며 “오히려 야당과 국민에게 책 잡힐 빌미를 주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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