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간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미북 간 핵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핵미사일 역량 강화를 위해 쉬지 않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면서 그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기 위한 꼼수로 진정성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고, 미국과의 협상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자 대한민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연일 여기에 으름장을 놓으며 화풀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현 정권이 그동안 상당히 우호적으로 접근해왔음에도 여전히 변화 없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 북핵이 우리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아니라는 주장은 북한 정권을 한참 모르는 무책임한 낙관론에 불과하며 안보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북한의 핵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이들이 계속 그 기술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세울 실질적 대책은 똑같이 핵보유로 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지만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압박이 들어올 수 있기에 여러 면에서 고려할 때 기존의 핵보유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식만이 실질적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냉전 체제 당시 구소련으로부터 핵 위협을 느꼈던 유럽의 NATO 가맹국들은 자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전략·전술핵 및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핵 동맹’ 관계를 구축해 대응해왔고, 미국은 나토 회원국 중 5개국에 총 150~200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유럽을 소련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전례를 참고해 지난 2013년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을 세우거나 2016년엔 사드 배치를 발표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자 ‘낮은 수준’의 핵공유 체제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북한의 핵무기 역량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바라보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조속히 ‘높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핵 공유란 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인데, 지난 1991년 남북 간 한반도비핵화 선언으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모두 철수하였으나 북한이 이미 비핵화 방침을 먼저 어긴데다 제대로 된 비핵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는 유일 대안이다.

이미 하노이에서 있었던 미북정상회담만 봐도 북한은 수명을 다한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는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다가 미국이 모를 줄 알았던 핵시설까지 추가적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받게 되자 이를 수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비핵화에 진정성이 전혀 없다.

결국 주한미군 철수 등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다가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속셈인데, 북한이 이런 모습으로 일관하는 이상 대한민국도 미측과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하는 ‘국가 수준의 약속’으로 한미 핵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때마침 한미 양국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15일 한미안보연례협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미국이 요구 중인 지소미아 연장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등을 일부 수용해주는 대신 한미 간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자고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미국이 이미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ICBM도 보유하고 있는 판국에, 굳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으나 실체 없이 그저 서명뿐인 안전보장 협정이나 각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음을 무수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확인한 바 있기에 유사시를 대비한 전술핵무기는 반드시 한반도에 배치돼야 하며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적극 공론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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