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논란 속 黃 “교체 없다”며 내홍 수습 나서…변혁 측과의 ‘이견’도 문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원유철 의원(중),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우). ⓒ포토포커스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원유철 의원(중),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던 보수대통합이 우선 협상대상이던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과 본격 조율하기도 전부터 당 안팎으로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면서 이러다 ‘용두사미’로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여부를 놓고 한국당과 변혁 사이에 일부 시각차가 드러난 바 있지만 한국당 측 통합추진단장 인선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보수통합을 화두로 삼았던 황교안 대표조차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 한국당·변혁 간 주도권 기싸움 속 ‘삐걱대는’ 보수통합

황 대표가 지난 6일 보수통합을 공개 제의한 이래 통합추진단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초선 의원들도 7일 통합지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재선 의원들까지 12일 여기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일견 표면상으로는 보수대통합을 위한 준비가 별 문제 없이 속속 진행되는 듯 비쳐져 왔다.

무엇보다 황 대표로선 당초 자신이 대권주자로 거론되어온 만큼 기존 보수진영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로의 외연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내년 총선을 계기로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세력까지 결집시킬 수만 있다면 대선가도를 달리는 데 한층 용이해질 수 있어 우선 우리공화당보다는 중도로의 확장성이 있는 바른미래당의 변혁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의원 수로만 살펴봐도 현역 2명뿐인 우리공화당보다는 유승민계 8명 등 15명으로 이뤄진 바른미래당의 변혁 측과 적극 통합을 추진하는 게 우선순위로 비쳐질 수 있겠으나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당 내부의 해묵은 계파 갈등까지 재현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유승민 변혁 대표가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의 길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을 것’이란 3가지 대원칙에 대해 황 대표가 확답을 줘야 통합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황 대표는 제3지대 통합 가능성을 내비치거나 탄핵 불문 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어도 유 대표가 제시한 3대 원칙에 직접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래선지 변혁 측에서도 한국당에서 제안한 보수통합 논의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 어린 시선도 나오고 있는데,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당 이름을 바꾸고 색깔을 바꾸는 정도로 되겠는가. 근본적으로 바꿀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황 대표와 유 대표 간 전화통화에 대해서도 “무슨 합의에 이르고 발표할 내용을 만들어낼 정도의 전화통화는 아니었다. 합의된 것 없이 대충 얘기된 것들을 공개하는 식으로 (언론에) 나가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황 대표 자체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듯 “지금 상황에선 황교안, 유승민 두 축이 있다. 황 대표 측 인사, 핵심관계자라는 사람이 오히려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강한 것 아닌가”라며 “핵심관계자란 사람들이 옆에서 훼방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파열음 키운 원유철 인선 논란, 친·비박 갈등 다시 불거지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이 와중에 한국당에선 통합추진단장으로 과거 ‘신박’을 자처하기도 했던 원유철 의원을 내정하면서 논란이 한층 확산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찍이 변혁 측과의 보수통합을 주장해온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구 비박계 출신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구 친박계 의원들이 맞불을 놓으면서 자칫 통합은커녕 내분 가능성까지 비쳐지고 있다.

불씨 중 하나로 작용한 부분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황 대표에게 지난 11일 건의한 권성동 의원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었는데, 같은 날 김무성 의원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거듭 강조한 가운데 이 메시지에서 권 의원이 김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한 사실이 밝혀져 당장 통합을 추진할 인사를 놓고도 한국당 내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구나 이에 앞서 권 의원은 구 친박 출신 김재원 의원의 ‘이해찬 2년 내 사망’ 발언을 꼬집어 윤리위 회부가 필요하다고도 황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로 건의해 이런 분위기 속에 구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 심상찮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구 친박계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권 의원의 문자 건의 이전인 지난 8일 황 대표에게 유승민 측과 통합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면서 아예 반대 의사를 전한 바 있는데, 권 의원 문자 논란 이후인 13일엔 구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마저 말을 아끼던 이전과 달리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 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며 김 의원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단 황 대표는 이러다 자칫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원 의원 내정으로 확산된 이번 논란을 진화시키고자 12일 오후 수도권·충청권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 자리에서 변혁 측이 원 의원하고 접촉하면 좋겠다고 해 그 선택의 결과로 원 의원을 선정하게 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마저 유 의원 측에선 “원 의원을 원한 적 없다”고 즉각 반박함에 따라 이제는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될 모양새다.

급기야 논란의 중심에 선 원 의원이 13일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소통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에서 유 대표의 변혁 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부적절한 인사라던 권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고, 황 대표는 ‘원 의원을 원한 적 없다’는 변혁 측 반응에 대해 13일 ‘중앙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는 통합을 위해 함께 가겠다. 반박이라기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수습에 들어갔다.

특히 권 의원에 직격 당했던 원 의원도 역공에 집중하기보다 “권 의원 말씀은 우리 당이 보수통합, 야권통합이란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이라며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가야 한다. 보수통합, 야권통합은 국민이 가라고 하시는 길”이라고 강조해 확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쳤는데, 황 대표도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자는 것이 통합 아니냐”면서 인선 교체는 없다는 듯 원 의원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 한국당 안팎 ‘회의적 시선·공천 문제’도 黃에 도전과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럼에도 아직 양측 간 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황 대표가 최근 보수통합론을 화두로 내세운 데 대해 우선 당내 원외인사들까지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황 대표의 보수통합 추진 발표에 대해 “대표가 다급하니까 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순서가 틀렸다. 물밑에서 협의가 된 뒤에 발표하는 것이 옳았다”고 꼬집은 데 이어 “진보좌파도 끌고 와야 하는데 유승민 한 명 달랑 데려오는 것이 보수통합이 아니다. 저러다 통합이 쇼에 그치면 당과 대표는 치명상을 입고 다 죽은 유승민만 살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황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원외인사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대구에서 가진 북콘서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 없는 인수합병은 없다.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인수합병이 발표됐는데 그런 입수합병이 잘 되겠느냐”며 홍 전 대표와 같은 지적을 한 데 이어 “잘 되려면 물밑 대화가 많아야 하고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짜진 상태로 갖춰져야 한다”고 공천 문제 등 구조조정이란 현실적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통합을 위해 현실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공천 문제에 대해선 김무성 의원이 지난 12일 “국민경선 등 한국당과 변혁 양쪽이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공천 제도를 만들면 통합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국민경선제’를 대안으로 띄웠는데, 일각에선 변혁 측 유 대표 역시 한국당에 국민경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혁 소속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대표가 국민경선을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언론플레이를 하는 건 논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표면상 3원칙을 내세워왔으면서 정작 물밑에선 공천 문제까지 협상한 것으로 알려지면 자칫 보수통합이 ‘염불보다 잿밥’ 논의였던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현재 신당 추진에 힘을 쏟고 있는 변혁 내 안철수계 의원들과 불신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변혁 측 신당추진기획단장인 권은희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도 “(유 대표의) 3대 조건이 한국당에서 달성하기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그런 정도”라고 한국당과의 통합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흔쾌히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통합이고 혁신”이라고 꼬집어 황 대표가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이 같은 난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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