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비문 화합주 마시고 이재명 탄원서 써주고…與, 화해의 길 모색
탄핵 극복 못하는 野…보수대통합 실패시 黃 리더십 타격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부터)와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 한 식당에서 만나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민주연구원 제공.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21대 총선이 5개월 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각각 총선 승리를 위해 단일대오(單一隊伍)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전 당내 분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원팀을 강조하는 등 단일대오 유지에 힘쓰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쪼개진 보수진영의 ‘통합’이라는 단일대오 구축에 힘쓰고 있다.

여야가 각각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각기 방향성이 다른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여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나 공천 작업이 구체화될 경우 당 내 갈등이 표출화될 수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보수대통합 여부와 함께 공천결과 발표에 따라 한국당 고질병인 계파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비문 대표주자들의 외침 ‘원팀’

비문(非文) 대표 인사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알려진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10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이 지사의 공관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두고 이 지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전 의원이 이달 초 이 지사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총선 전 당내 화합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전 의원은 지난 4일 탄원서에서 “부디 이 지사가 경기도민들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고 경기도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주시길 청원한다”며 “이 지시는 경기도에 반드시 필요한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와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민주당 의원총회 직전인 지난달 28일 회동을 했다.

당시 의원총회에서는 초선과 비문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이해찬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때다.

더군다나 지난 대선과 경기지사 경선으로 비롯된 친문과 비문의 갈등이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문과 비문 대표 주자들이 원팀을 강조하자 그 직후에 열린 의총에서는 ‘책임론’ 등 쇄신론의 목소리가 사그라졌다.

당 내 갈등요소로 남겨 있는 친문-손가혁(이재명) 지지자 간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이 지사 판결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친문과 비문 간 대립도 함께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이처럼 총선 전 단일대오에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 전 민주당 지지자를 결집 시키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총선 전 계파 갈등이 주요 지지층의 민심 이반 현상을 불러왔다는 경험이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계파주의를 청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비문과 친문의 화합을 꾀하려는 모습 뿐 아니라 조국 사태를 비판해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금태섭 의원을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참여시키면서 내부 불협화음 등 원팀에 방해가 될 장애물을 스스로 걷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 단일대오 지지부진…외통수 처한 黃

황교안 당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황교안 대표가 보수 단일대오 구축을 목표로 지난 6일 보수통합을 제안했지만 야권 보수통합 논의는 현재 위태로운 모습이다.

'변혁' 신당추진기획단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밝히면서다.

변혁은 “유승민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을 지향점 삼아 뚜벅뚜벅 가고 있다”며 “유 대표의 개혁보수의 길에 보수를 재건하는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한국당과의 통합 제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이들은 “한국당은 유 대표가 생각하는 보수통합의 길과 보수 재건의 길에 통합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수통합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던 변혁이 돌연 한국당과의 통합을 거절한데에는 탄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대표는 당초 보수통합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3대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과거를 덮고 미래로 가자’고 탄핵 문제를 덮고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우리공화당은 '탄핵 동조 세력'과 통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로의 통합의 전제가 맞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여당은 정치적 화해의 길로 가는데 야당만 아직도 탄핵 찬반을 두고 으르렁거린다면 좋아할 사람은 무능한 정권이고, 골병 드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라며 "야당도 여당처럼 정치적 원한과 갈등을 내려놓고 과거 집착이 아닌 미래개혁의 깃발 아래 하나 돼야 한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과 비문이 다시 하나 되듯이 친박과 비박도 탄핵을 극복하고 화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여당 내 친문과 비문 세력의 갈등은 과거 친박과 비박 싸움 못지않다.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관계”라며 “그런 친문과 비문이 총선을 앞두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지사가 화합주를 마시고 이 지사의 숙적이었던 전 의원이 탄원서를 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무능, 무책임 심지어 무도덕하다는 것은 이미 대다수 국민이 안다”며 “보수 야당이 통 크게 화해하고,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통합만 이뤄낸다면 내년 총선은 야당 필승 구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여당의 통 큰 정치를 배워야 한다”며 “그럼에도 친박세력이 탄핵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까지 집착한다면 탄핵극복세력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따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인터뷰를 통해 “한국당이 이 3대 원칙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유 의원이 '통합이 어렵지 않겠나'라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중도층의 표심을 견인해야 총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보수 통합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혁과 우리공화당이 끝까지 보수통합을 거부, 보수대통합이 실패할 경우 황 대표의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지난 7일 “현재 박근혜강을 넘고자 하는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오세훈, 김무성 등 차기 대선후보들은 또 '(보수 대통합) 좋다, 그럼 같이 하자'고는 하겠지만 황 대표에겐 '당신의 리더십으론 안된다'고 하고 있는 상태라 '보수 대통합론'은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대표는 현재 국면을 탈출하고 전환해보려고 보수대통합을 요구했지만, 실패할 것이고 황 대표만 자꾸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들고 일어났으면 자기가 출마하지 않겠다거나 대권후보를 하지 않겠다는 희생을 하면서 뭉치자고 해야 한다”면서 쓴소리를 했다.

때문에 황 대표가 보수진영 통합을 위해 변혁과 우리공화당 사이에서 이견을 해소하고 타협을 이끌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