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상 거론되던 ‘바른미래 변혁’, 한국당과 통합보다 신당 창당에 우선 무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좌)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좌)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통합을 총선 필승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측이 독자 생존을 위한 신당 창당 쪽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관심을 모은 보수통합 성사 가능성에 점차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 우선순위, 보수통합 아니라 신당창당?…변혁, 한국당과 거리 두나

변혁의 신당추진기획단장인 권은희, 유의동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유승민 변혁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을 지향점으로 삼아 뚜벅뚜벅 가고 있다. 유 대표의 개혁보수의 길에 보수를 재건하는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며 한국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수통합보다는 신당 창당 쪽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들은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이 일으킨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한국정치에는 상식이 없고 진영대결만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진영의 정치를 넘어서 상식이 기반하는 정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는데, 두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제3지대의 길, 합리적 중도를 위한 길 역시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역설하면서 안 전 대표가 총선 전에 돌아올 것이라 전망했으며 오는 12월에 만나러 갈 변혁 측 계획도 공개했다.

이런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당에서 속도를 낸 보수통합론에 변혁이 속도조절로 대응하면서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당에서 제안한 통합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에 지역구가 있는 구 국민의당 출신인 권 의원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아예 선을 그은 데 이어 ‘한국당이 당명을 바꾸거나 혁신에 나서면 연대나 통합 논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한국당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당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이 생각하는 보수통합의 길과 보수 재건의 길에 통합의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또 함께 참석한 김수민 의원 역시 “한국당이 원유철을 단장으로 정한 것에 진정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한 달 동안 변혁 내에서 통합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 얘기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흡수된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어 통합이란 워딩 자체를 가급적 안 꺼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 한국당에 공 넘기며 통합 가능성 남긴 유승민계…黃 선택은?

권은희 (오른쪽 두번째)와 유의동(오른쪽) '변혁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이 1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신당기획단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신당 창당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권은희 (오른쪽 두번째)와 유의동(오른쪽) '변혁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이 1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신당기획단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신당 창당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유승민계인 유의동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내건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보수통합 3대 원칙에 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계속 신당 창당의 길을 갈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길을 가고 우리가 가는 길, 우리가 세운 기치에 충분히 동참할 수 있으면 오는 것”이라고 통합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를 띠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는 다른 유승민계 의원들도 마찬가지 기류여서 이혜훈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죄하라고 하는 것은 통합하고 맞지 않다. 두 번째는 보수가 공정, 정의까지 가치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허물어야 새로 짓는 것인데 유의동 의원 얘기는 3가지에 대해 한국당이 명확한 답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통합에 대해 유 대표가 한국당에 공을 던졌고 답이 올 때까지는 이쪽 입장에선 투트랙으로 간다. 답이 없으면 통합은 없다”고 투트랙 상태임을 강조했다.

급기야 하태경 의원은 지난 10일 최근 출간한 ‘밀레니얼, 386시대를 전복하라’ 북콘서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김용태 한국당 의원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선지 하 의원은 “보수야당이 통 크게 화해하고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통합만 이뤄진다면 내년 총선은 야당 필승”이라며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적극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하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던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 전 대표 입장에서 과거 화해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10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문 핵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만찬 회동하면서 화해 분위기로 접어든 점도 예로 들면서 “보수는 아직도 탄핵 5적이니 7적이니 하면서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친문과 비문이 다시 하나가 되듯이 친박과 비박도 탄핵을 극복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하 의원 역시 “그럼에도 친박 세력이 탄핵을 극복 못하고 끝까지 집착한다면 길을 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여 한국당에서 탄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정리하느냐 여부가 결국 변혁 측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9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한국당이 탄핵의 늪에서 허덕이다 이 정권의 폭정과 무능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저부터 몸을 낮추고 통합을 반드시 성사시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혀 우리공화당보다는 변혁 쪽에 우선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는데, 그럼에도 10일 변혁 측에서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당에 대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의원 사이의 시각차를 비롯한 변혁 내부의 여러 사정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 역시 나오고 있다.

◆ 입지 좁아지는 黃? 보수통합 ‘제각기 추진’ 기미에 고언 쏟아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럼에도 일각에선 변혁 측에서 하루 만에 한국당을 당혹스럽게 만들 만한 이런 입장을 내놓은 상황과 관련해 황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데, 홍준표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야권 통합이란 물밑에서 다 합의한 후에 전격 공개해 사인하는 건데 아무 준비 없이 이를 공개하는 쇼로 연출함으로써 다 죽어가는 유승민만 통합의 핵으로 부상하게 해 유승민만 살려줬다”고 황 대표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전 대표는 “노련한 유승민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즐기는 형국”이라며 “보수통합 등 어느 하나 풀리는 것은 없고 우리만 점점 수렁에 빠진다. 장차 이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고 황 대표를 압박했는데, 이 같은 지적에도 황 대표 측에선 변혁의 태도를 그저 협상 주도권을 염두에 둔 힘겨루기 정도로 바라보고 있고 변혁의 신당 추진단장 발언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홍 전 대표는 변혁 측이 신당 창당을 천명하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거부한 지난 10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갈등하지만 문 정권 타도란 목표는 같지 않나. 통합이 안 되면 공존하는, 그리고 연대하는 방안도 강구하라”며 “전원 중립적인 외부인사로 구성된 현역 재심사 위원회를 만들어서 초재선을 불문하고 모두 재심사해 최소한 절반은 정리해라. 이전투구하다가 좌파 좋은 일만 시키지 말고 더 이상 댕내 쇄신 문제도 쇄신 대상자들이 나서서 코미디 대행진을 하지 말라”고 한국당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뿐 아니라 과거 친박계로 꼽혔던 김재원 의원도 11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나와 “우리 당의 통합 주체에서 대승적으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또 이해를 구할 것은 이해를 구해서 보수통합 작업에서 좀 더 넓은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며 “탄핵 문제를 갖고 거론하는 것은 양쪽 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은 차이는 극복하고 반드시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탄핵을 사과하라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고 탄핵을 인정하자는 것도,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고 말 것도 없이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양자 간 조금이라도 다른 면이 있다면 과감하게 수용해서 통합 작업에 나가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처음으로 한국당과 변혁 사이에 통합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도 지난 10일 보수통합을 호소하면서 이를 위한 밑거름으로 본인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반대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김진태 의원 등 변혁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도 없진 않아 한국당의 보수통합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한국당에선 이번 주 중 당내 통합 기구인 가칭 ‘통합추진단’을 계획대로 발족하고 변혁 측과 본격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변혁의 유의동 의원은 10일 “(한국당에서 말한 통합실무팀 등) 우리 의견이 반영된 것이 전혀 없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기대와 달리 순탄치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예상했는지 변혁 측에선 우선 신당기획단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10명 전후가 될 텐데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대략의 명단과 구체적 회의 일정은 나올 것”이라며 “11월 14일 첫 기획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고 비례대표 중 개별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원은 12월 말에, 단체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원들은 1월 정도에 합류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해 금주 중 제각각 통합 논의와 신당 준비에 착수한 한국당과 변혁 측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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