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이상 용퇴론’에 ‘불출마 선언’ 이어 黃 ‘보수통합’ 천명까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사태 이후 위기감을 느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쇄신론과 불출마 선언이 속속 나왔듯 총선이 반년도 안 남은 시점인데다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에서도 쇄신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5일 충청지역 출신 재선의 김태흠 의원이 처음으로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의원들에 대한 용퇴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당 쇄신책을 제시한 데 이어 6일엔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해줄 것을 다선의원들에게 호소하는 등 초·재선 의원들이 앞장서서 인적혁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호소한 보수통합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도 화답하듯 황교안 대표가 같은 날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통합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보수통합도 본격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태흠發 ‘쇄신론’…중진 반발 속 파장 어디까지?

김 의원은 앞서 영남권·서울 강남 3구 등 한국당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나 수도권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인적혁신에 대한 화두를 던졌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당내 중진들은 즉각 비판적 반응을 보이면서 김 의원에 맹공을 퍼부었다.

먼저 부산을 지역구로 둔 4선 중진인 김정훈 의원은 6일 성명서를 통해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이라며 “감정 생기게 누가 나라가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마찬가지로 부산 출신 4선의 유기준 의원 역시 같은 날 당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을 꼬집어 “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말이 없는 점에 대해선 여러 말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원외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정권 시절 ‘십상시’라면서 김 의원을 겨냥한 듯 충남·대전의 K와 L을 꼽은 뒤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홍 전 대표는 추가로 올린 글에선 “총선 앞두고 또 박 정권을 망하게 한 십상시들이 날뛴다면 1985.2.12.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한층 수위 높여 경고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김 의원의 쇄신론에 연일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7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모임 ‘통합과 전진’에 참석한 민경욱 의원은 “김 의원이 인적쇄신 문제를 제기했는데 공천, 영입과정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어 지도부 입장에선 고민이 클 거라 생각한다. 초선의원을 포함해 자기희생이 따르는 인적쇄신 문제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여기에 같은 날 오전 열린 초선의원 25명의 첫 ‘당 쇄신’ 관련 회동에서도 이양수 의원이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총론으로는 공감을 표해주셨고 우리 초선들도 인적혁신 과정에 있어 예외의 대상은 아니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이전에 우리 당 지도부 하셨던 분들, 소위 잠룡들도 당을 구하는 차원에서 어떤 어려움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주실 것”이라고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지도부와 잠룡들까지 압박하고 나섰고 이들은 같은 날 오후엔 아예 “국지전에서의 승리가 아닌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주길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유민봉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민봉 의원 페이스북
유민봉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민봉 의원 페이스북

급기야 초선의원들 중 유민봉 의원은 선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6일 기자회견에서 “비례 초선인 저보다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가 나서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선의원들도 불출마 대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회견 직후엔 김 의원의 중진 용퇴론과 관련해서도 “다선 의원들 용퇴해야 한다든지 그런 발언을 할 입장은 아니고 저는 제 판단에 의해 (불출마) 결정한 것이나 그분들이 쇄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한다면 훌륭한 결단”이라고 에둘러 공감대를 표했다.

심지어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마저 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의 중진 용퇴론이나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 등을 들어 “그런 얘기가 우리 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 당이 뭔가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구나 하는 것을 국민한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게 시그널이 돼서 정말 혁신으로 갈 수 있는 어떤 발돋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극찬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현재 한국당 의원 109명 중 김 의원의 ‘쇄신책’에 해당되는 의원 수는 16명으로 14.7%에 이르는데다 다선의원들인 만큼 자칫 과거와 같은 공천 파동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당 지도부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황 대표는 6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 당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말씀”이라면서도 “총선기획단에서 면밀한 검토를 하고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가능성만 여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으며 앞서 연석회의 역시 참석자 중 누구도 인적쇄신 발언은 꺼내지 않았다.

◆ 다시 보수통합 거론한 황교안, ‘진심’일까 ‘선전’일까

그래선지 당 내홍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인 인적쇄신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외연확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보수통합이란 카드를 황 대표는 다시금 꺼내들었는데, 이미 과거에도 수차례 언급됐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던 화두였던 만큼 이번에도 여론을 의식한 선언적 성격 아니냐는 회의적 시선이 없지 않으나 즉각 실무 협상자를 내정하는 등 실제 추진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는 점에선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편으로는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했었던 6일 돌연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통합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등 보수진영 모두를 아우르는 대통합임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며 당초 분열의 원인이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을 불문에 부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다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면서 제3지대에서의 통합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꼭 한국당 중심의 통합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모습까지 보여줬는데, 이런 파격적 제안은 통합 대상 중 하나인 유 의원 측과도 사전 협의하지 않은 채 전격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외 공표한 이상 확실히 속도를 내겠다는 듯 7일 최고위 회의에서도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 계속 통합 노력을 진행해왔고 최근 들어 통합에 대한 국민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작업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며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 못을 박은 황 대표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박맹우 사무총장도 이날 최고위 직후 “통합 기구부터 가능한 빨리 구성하도록 하겠다”면서 홍철호, 이양수 의원을 보수통합의 사전 협의를 위한 실무협상자로 내정했다고 밝힌 뒤 “어제 유승민 대표도 성실하게 통합 협의에 임하겠다고 답을 주셨는데 저쪽 실무팀이 정해지는 대로 신속하게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묻지마 통합’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이 같은 움직임이 과거처럼 ‘탄핵 책임론’ 등을 따지면서 당 내홍으로 비화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총선을 목전에 뒀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초선부터 중진까지 보수통합엔 대부분 의견 일치를 이룬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초선의원들도 7일 오후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건 붙이는 것은 통합을 저해할 수 있고 과거에 발목 잡힐 여유가 없다”며 “당에서 그런 (통합) 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황 대표의 ‘보수우파 빅텐트론’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 바른미래·우리공화당, 정작 ‘의심’ 어린 시선 보내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 같은 한국당의 전격적 발표에 그 파급력을 우려한 범진보진영에선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는데, 여당인 민주당에선 7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정책조정회의에서 “묻지 마 보수통합을 주장했는데 일방통행식 뚱딴지 제안이었다. 선거를 5달여 앞두고 가능성 낮은 정계개편에 매달리는 제1야당의 행보가 딱해 보인다”고 견제구를 던졌고, 정의당에서도 유상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헛발질로 수세에 몰린 형국을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고 혹평했으며 민주평화당까지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밥그릇 지키기 위한 야합 논의”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통합대상인 다른 보수정당들의 반응인데, 이들 역시 보수통합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제3지대론까지 꺼내든 황 대표의 양보에도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을 뿐 아니라 탄핵 문제를 일단 덮고 가자는 한국당과 달리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통합에 응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당과 물밑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조차 7일 변화와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문제에 대해서 절대 인정을 못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제가 말하는 보수 재건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제가 말한 3원칙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말로만 속임수를 쓴다거나 하면 이뤄지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고,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마저 7일 TBS라디오에 나와 탄핵 찬반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넘어야 될 강이 있는데 그냥 약간 뜬금없다”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렇듯 한국당의 호소에도 바른미래당에선 신당 창당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어느 쪽도 아직 황 대표의 제안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어 대통합으로 가는 길은 험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추가적인 승부수를 황 대표가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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