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권 재창출’ 위해 ‘쇄신론’ 묻고 총선行
여당, 무거운 책임 의식 따라야…先 냉철한 반성·진단 필요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조국 사태로 촉발된 여권 쇄신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오히려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총선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 했다. 총선을 5개월 여 앞두고 사실상 쇄신 논의 자체가 잊으려 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기 등판론’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론은 잠잠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함께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 책임론보다 내년 총선이 우선인 현실로 인해 쇄신 논의가 힘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진단된다.

‘이해찬 책임론’에 불을 당긴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선출된 사람이 끝까지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게 맞다”며 “저는 그것을 흔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의원을 제외하고 의원평가 하위 20%를 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즉 쇄신론을 덮고 총선에만 매달리는 것이 정말 옳겠냐는 물음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 사태와 관련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게시판에 들어와서 사퇴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다 합쳐서 한 2000명 정도된다”며 “권리당원이 70만명 가까이 되니까 (사퇴 요구는) 극소수”라고 일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 됐다. 당일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대표 사퇴 요구 글이 2천여 개 게시된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비리 의혹이 초창기 불거졌을 당시에도 이 대표는 “여러가지 언론이 부풀린 것도 있다”고 언론 탓을 한다거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이 지났는데 야당이 아주 심하게 발목 잡기를 하는 바람에 중요한 입법을 못한 것들이 매우 많다”고 야당 탓을 하는 등 대다수 반성과 성찰이 없는 합리화식 정신 승리법이 작동된다.

민주당이 선거에만 매달릴 경우 당 쇄신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공천을 통한 인적쇄신은 정치권에서 해오던 임시방편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간 정치권에서 큰 폭의 인적 쇄신이 반복적으로 단행됐는데도 근본적으로 체질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항상 물갈이에만 매달린다.

여당이 지금처럼 선거에 이겨 ‘정권 재창출’, ‘야당에 발목 잡히지 않는 다수 당’이 되겠다는 궁리만 하면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 준비에 앞서 집권여당이 먼저 할 일은 당면한 현실에 대한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이고 냉철한 반성과 진단을 통한 대책마련이다.

정부·여당이 불신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고 지지율이 정체된 까닭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런 자기 성찰과 쇄신 노력을 선행하지 않은 채 선거 준비로 일관한다면 정작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당 지도부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조국 사태로 당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기감이 들었던 것은 집권 여당과 정부에 대한 심각한 국민의 경고로 보인다.

국민이 보낸 경고에도 불구하고 총선 준비라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당에게는 무거운 책임 의식이 따라야 한다. 실천하는 여당,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