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이해찬 사퇴론’과 한국당 인재영입으로 촉발된 ‘황교안 리더십’ 논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각 정당마다 점차 총선 채비를 갖추기 바빠지는 가운데 거대양당을 이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당내에서조차 공격 받는 상황에 처해 있어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與 이해찬, 당내 비판에도 ‘사퇴’ 일축했지만 ‘이낙연 등판론’ 높아져

여당 지지율을 급전직하로 추락시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의 후폭풍이 선거를 반년도 남겨 놓지 않은 당 내부를 뒤흔들면서 이 대표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친문 당원과 소신파 의원들 양측 모두에게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선 “권리당원이 70만명 가까이 되는데 당 게시판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비판한 사람은 2000명쯤으로 극소수”라며 “대다수 당원들의 뜻에 따라서 당을 운영해야 한다. 지도부가 여기서 물러나라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당초 이 대표가 5일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엿새나 앞당긴 이날 열고 직접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은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이철희·표창원 등 간판급 초선의원들이 앞장서서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인데다 이를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자칫 지도부 책임론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 전 장관에 대해선 단 한 차례도 직접 거명한 바 없었던 데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지 16일 만에 이뤄져 ‘뒷북 사과’란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여기에 친문 당원들은 조 전 장관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극소수로 치부했다며 이 대표를 성토하기 시작하면서 돌파구로 삼았던 기자간담회는 도리어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한 30일 오후 2시 이후 하루 만에 평소의 세 배 규모인 2900여개의 글이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4일 현재 2만명 이상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서 민주당에선 지난달 31일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부 권리당원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을 낙마시키는데 앞장섰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이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항변한 데 이어 1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선 “여러 가지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의원들께서 절제되고 차분하다. 당내에 갈등처럼 비춰지는 것은 없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과장 보도하고 있다”고 적극 진화에 나섰다.

자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3일 SBS 8시뉴스 ‘김현우의 취조’ 코너에 나와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기대만큼 미치지 못했다. 물꼬는 터졌는데 물이 금방 마르지 않고 달라지는 게 없다면 더 큰 충격요법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본인의 의원직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둔 데 이어 추가로 불출마 선언이 나올지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어질 것으로 본다. 15~20명 정도”라고 강조해 이 대표를 거세게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불출마 선언을 하는 초선 의원들과 달리 지도부 책임론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는 이 대표의 태도로 인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은 ‘이대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이낙연 등판론’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 총리도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 있는 것도 흉할 것이고 제멋대로 해서 사달을 일으키는 것도 총리다운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당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벌써부터 이 총리에 힘이 실리는 듯한 기류 변화를 의식했는지 결국 이 대표도 4일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도 여러 생각이 많고 마음으로도 굉장히 괴로웠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저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이 지내왔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이철희 의원 뿐 아니라 의원들을 지역별로 매일 돌아가며 5~6분씩 대화해왔다.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부터는 여러분들과 소통을 많이 해가며 당을 역동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보다 소통에 방점을 둘 것임을 의원들에게 천명했다.

◆ 한국당도 인재 영입 논란 속 ‘황교안 리더십’ 도마 올라

마찬가지로 한국당에서도 황교안 대표가 자신이 직접 추진하던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비롯해 청년 인재로 발탁한 백경훈 ‘청년을 여는 미래’ 대표가 신보라 청년 최고위원의 비서 남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인재영입이 처음부터 구설에 휘말려 황 대표 리더십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황 대표가 적극 영입하려던 박 전 대장에 대해선 조경태, 정미경, 김광림, 김순례, 신보라 등 한국당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표할 정도로 지도부 내에서조차 부정적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 같은 반발이 일어난 데 대해 당 대표 리더십 논란이 일어나자 황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걸 리더십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표가 한 마디 하면 아무 찍소리도 못하는 그런 정당을 희망하고 있나”라며 “여러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당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하면서 급히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총선을 우려했는지 황 대표를 향한 쓴 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홍준표 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태 황 대표에게는 직접적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최근 헛발질이 계속돼 답답한 마음”이라며 “인재영입은 공천을 앞둔 시점에 하면 된다.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과 혁신”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2일 “인재 영입 카드는 정책적 집행권력이 없는 야당으로선 차기 총선을 위한 당 지지율 향상에 가장 큰 무기이자 이벤트인데 이 소중한 기회가 시작부터 삐걱한 것은 무척 뼈아픈 실책”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인재영입의 콘셉트가 와 닿지 않는다. 단 한 명을 영입하더라도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된 정당의 모습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인물을 통해 던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일부 충청권 의원들은 ‘이대로는 총선 전망이 어둡다’고 보고, 금주 중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비판적 분위기에 황 대표는 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좌파독재 실정 보고대회에서 “싸우다 보면 이길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는데 이길 때만 박수치고 실수한다고 뒤에서 내부총질 할 것이냐”라며 “지금 우리가 (정권) 빼앗겨 힘들어하는데 ‘왜 잘 못하느냐’고 말하면 쓰러져 있는 군사가 싸울 수 있겠나. 잘해도 박수치고 못해도 격려해 달라”고 응수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러자 홍 전 대표는 3일 다시금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정치초년생’으로 지칭한 뒤 “친박이 친황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런 레밍정치, 계파정치를 타파하지 않고 국민들께 표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은 데 이어 4일엔 아예 “내부 총질 운운하는 것은 당원들에게 협박이나 하는 협량정치에 불과하고 비판을 허용치 않겠다는 문재인식 정치와 다를 바가 어디 있느냐”고 황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가 영입하려 했던 박 전 대장에 대해서도 “오늘 박 장군의 기자회견을 보니 이 분은 5공 시대 삼청교육대까지 거론했다. 5공 시대에나 어울리지 이 시대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는데, 야권에서도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박 전 대장 영입 논란을 들어 “당내에서 충분한 소통이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황 대표가 아마추어”라고 황 대표 리더십에 일침을 가했다.

◆ 당내 여론에 자세 낮추는 이해찬·황교안…쇄신 여부가 성공 관건

이처럼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황 대표는 4일 최고위에서 “최근 당을 위한 많은 질책과 고언이 있어 이를 경청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일도 있었는데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당의 혁신과 통합을 통해 국민께 새 정치를 보여드리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다만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박 전 대장을 2차 인재영입 때 포함시킬 것이냐는 질문엔 임명 강행을 시사한 듯 “면밀히 살펴 시기와 범위를 잘 판단하겠다”고 답해 리더십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모양새로 비쳐졌는데, 박 전 대장도 이날 오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는 ‘이번에 끝이 아니라 또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며 이 같은 관측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문제는 김용태 의원이 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뼈아프게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쓴 소리가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는데다 박 전 대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충남 천안을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이 지역에서 그간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한국당 당협위원장과의 갈등 조짐이 불거지는 등 박 전 대장 영입에 따른 부담감은 가중됐다.

그래선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필요한 자세는 선당후사의 정신”이라고 강조한 황 대표는 임명식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여러 요인을 감안해 좀 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재영입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재영입 기본 틀은 위원회에서 추진토록 하겠다”고 공을 넘겼고,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박맹우 사무총장도 2차 인재영입 발표 시점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뒤에 시간을 가지고 할까 한다”며 당초 이번 주 후반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2차 인재영입 환영식 일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한편 같은 날 양정철·금태섭·정청래 등으로 구성된 총선기획단을 공식 출범시키며 자신에 대한 사퇴론을 조기 총선체제로 전환시킨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4일 의총에서 일단 자세를 낮췄는데, 의총 직후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총에서 누구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게 아닌, 당정청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결과를 전했으나 의총에선 자성론은 물론 쇄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표가 당 안팎에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결국 어느 쪽이 보다 소통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줄 수 있는지가 내년 총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시험대에 오른 이들 두 대표가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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