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상 ‘원내대표 임기 1년’…유기준·강석호·심재철 등 출마 관망 중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 대표와의 사전 협의 없이 ‘조국 청문회TF’에 대해 표창장을 수여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투쟁한 의원들에게는 공천 가산점을 주자고 건의했다가 당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보다는 차기 원내대표 쪽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벌써부터 몇몇 의원들이 후보로 거명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높아지는 지도부 내 나경원 비판, 羅 연장보다 경선 수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 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조국 청문회TF’ 의원들에게 전격적으로 표창장을 수여했지만 당 대표와 논의하지도 않은 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선 4선 중진인 같은 당 주호영 의원도 지난 28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 장관 후보의 흠을 많이 찾고 노력했기 때문에 칭찬은 할 만하지만 표창 주고 상품권까지 준 것은 좀 과했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더 크게는 광화문에 모였던 국민들의 힘이 훨씬 더 작용했는데 마치 한국당의 노력만으로 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비판을 많이 했다”고 꼬집었고, 심지어 지도부 일원인 조경태·정미경·김광림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한국당이 자축할 때가 아니다. 조 전 장관 사퇴를 이끌어낸 건 국민과 당원”이라며 나 원내내표에 사과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투쟁에 참가한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을 황 대표에 건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뒤인 23일 당 일일점검회의에선 황 대표조차 “공천 룰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엄격한 절차가 다 있는데 특정 현역 의원들에 대한 가산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천 룰이 의원들에게 얼마나 예민하냐. 근거 없이 말들 하면 당 전체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해당행위”라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자리는 원내대표가 참석 대상도 아닌 자리였던 데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표가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해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나 원내대표가 건의했던 공천 가산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놨었기에 나 원내대표 비판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25일엔 결국 “가산점은 생각해본 바 없다”고 원론적 입장으로 돌아가면서 황 대표의 의중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당장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패스트 트랙 공천 가산점과 관련해서 황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가 이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해당행위’라고까지 비판하는 것을 보면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나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경선을 통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며 나 원내대표 재신임보다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 쪽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했다.

반면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가산점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서 해당행위라고 황 대표가 발언하신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은 팩트가 다른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대상이 되었던 부분은 ‘특정 지역 3선 이상에 대해서는, 동일 지역 출마 3선 이상에 대해서는 배제하겠다.’ 이제 이 대목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라고 해명해 나 원내대표와의 불화설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같은 당 신상진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표창장은 원내활동의 일환으로 원내대표가 아마 결정한 것 같은데 패스트트랙 가산점도 그렇고 당 대표는 과연 협의가 됐었을까”라며 “요즘 사태를 보면 좀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에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닌가. 나 원내대표는 12월 중순까지가 임기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하는 데까지 있어선 좀 더 긴밀한 협의를 통한 발표, 이런 게 강화되지 않으면 당내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김 의원과는 온도차 있는 시각을 내비쳤다.

◆ 黃 일단 “불화 아냐” 선 그었지만 지지율 하락에 고민 커져

10월 5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10월 5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 같은 ‘불화’ 의혹에 황 대표는 자칫 총선을 앞두고 분란만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한 듯 31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해당행위’라고 언급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질의에 “아까 나 원내대표와 둘이 들어올 때 서로 갈등하고 질책해서 야단맞고 야단친 그런 얼굴로 보이던가”라며 “보도를 보면 나 원내대표를 향한 발언이 아니라고 다 돼 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말한 부분을 떼서 저기서 말한 부분이랑 붙여 여기에서도 말한 것처럼 (해서) 없는 갈등을 부추기는 건 올바르지 않다”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면 고맙겠다”고 기자들에게 거듭 당부했는데, 이로써 일단 당 ‘투톱’ 불화설은 잦아들겠지만 나 원내대표 임기 만료도 목전으로 다가온 만큼 최근 논란 속에 당 지지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재신임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표창장 수여 및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 22일~24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1%P 상승한 37%를 기록했으나 한국당은 1%P 하락하면서 26%를 얻는 데 그쳤고, 리얼미터가 지난 28~30일 전국 성인 1503명에게 조사해 31일 발표한 10월 5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8%P 내린 30.4%로 3주째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도층이 한 주 만에 31.6%에서 27.5%로 적잖이 한국당에서 이탈함에 따라 민주당과의 격차도 9.5%P로 벌어지게 됐는데,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 모두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어 내년 총선까지 투쟁 방향을 잡아가야 할 황 대표로선 근래 여러 논란이 일어나는 당내 상황으로 인해 한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유기준·강석호·심재철 등 차기 원내대표 출마 놓고 관망

자유한국당 유기준(좌), 강석호(중), 심재철(우) 의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자유한국당 유기준(좌), 강석호(중), 심재철(우)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여기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까지 지난 27일 의원정수 확대에 나 원내대표가 합의했었다고 주장하면서 재신임을 바라고 있는 나 원내대표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데, 30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심 대표를 겨냥해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강경하게 맞대응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재신임은 차치하고 이미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패스트트랙 정국을 비롯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사안이 많다는 이유로 ‘전쟁 중 장수를 바꿔선 안 된다’는 재신임론도 없진 않지만 지난해 12월 11일 나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원까지 받으며 압도적으로 당선되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일부 달라진 모양새다.

먼저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유력후보였지만 단일화로 인해 뜻을 접게 됐던 강석호 의원은 지난 24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임기가 마치면 많은 의원들이 또 원내대표 자리에 도전하지 않을까. 한 두 분이라도 나온다면 원내대표는 경선을 해야 된다”며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은 하지 않겠다. 여러 추이를 보고 당내 여론 따라 할 예정”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심지어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마저 지난 29일 동 라디오 방송에 나와 “원내대표 임기는 정해져 있는 것으로 원래 12월 초순까지고 원내대표 하겠다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나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까 임기 마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선출(하는 것)”이라고 현 원내대표 재신임보다는 경선 쪽에 분명하게 무게를 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 의원은 “총선 승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상당한 의정활동 경험과 경륜을 가진 중진들이 나서야 된다는 그런 목소리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가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 당의 중진으로서 저의 행정 경험, 의정활동 이런 것을 갖고 문 정부의 실정과 여당의 오만에 대해 막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실상 출마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원내대표의 임기는 한국당 당헌 제62조에 유 의원의 지적대로 ‘원내대표의 임기를 1년으로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는데, 나 원내대표는 당규 제24조 3항의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월 이내인 때에 의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의원 임기 만료까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니 이렇게 상호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비단 이들 외에도 심재철 의원 측까지 3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출마 관련해 “생각은 있으신 것 같은데 확실하게 출마하신다고 한 적은 없어 조심스럽다”면서도 “관망하고 계신 것 같다”고 밝혀 나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12월 10일이 다가올수록 속속 이들의 행보도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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