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무경비, 해당 실무자들 안 주고 과장급 이상에 10년간 ‘관행’ 지급
관계자 “횡령 아닌 기관 위해 썼다...결국 직원에게도 돌아가는 돈”

특정업무경비의 예산외자금 조성 및 집행방법 사진 / 감사원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최근 전·현직 원장이 송치된 조세심판원이 “검찰 조사에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조세심판원은 최근 특정업무경비를 해당 실무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과장급 이상에 전달해 애초 목적과 다른 기관업무에 사용한 혐의로 지난 30일 전·현직 원장이 검찰 송치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5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세심판원 전·현직 원장 7명이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와 함께 허위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행정실무사 14명도 함께 송치돼 총 21명이 검찰에 넘겨진 걸로 전해진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감사를 받아 6월 달에 최종 감사를 받고 특정업무경비를 기관운영비로 사용해 기관주의처분을 받았다”면서도 “당시 예산을 돌려서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횡령한 건 아니며 앞서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소명은 다 했지만 검찰조사가 시작된 만큼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조세심판원 관련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부처 공무원이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 부당 간여했다는 감사제보와 함께 특정업무경비를 부당하게 예산외자금으로 조성·집행하고 있다는 감사정보가 접수돼 감사결과 각각 징계요구, 주의요구가 내려진 바 있다.

이중 특정업무경비 사안에 대해 경찰조사에서 전·현직 원장은 ‘10년 간 관행으로 이루어져왔다’고 답한 걸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조세심판원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매년 조세심판 청구사건 조사활동을 위해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해 정액으로 국장·과장 등에 지급하게 돼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 총 예산 중 3600만원 규모인 특정업무경비 예산에서 과장급 13명엔 10만원, 국장 6명엔 21만원, 원장엔 30만원이 전달됐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특정업무경비는 정액지급이 가능한 예산으로 심판 사건조사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라며 “과장 이상에 줬지만 관련 실무 직원들에게 쓰도록 돼있는 돈인데 매달 총 300만원 규모를 6-70명 정도인 사무관 등에 직접 나눠주게 되면 1인당 4-5만 원 정도로 금액 자체가 너무 작은 푼돈이 돼 지침 상 간부들을 통해 지급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제45조를 보면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기획재정부, “이하 집행지침”이라 한다)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또한 집행지침 Ⅲ-5-3-나-(3)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편성된 경비목적에 맞도록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고 업무추진비나 축·조의금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경상적으로 소요되는 경비가 일정액 이상인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매월 30만 원 범위 내에서 개인별로 정액 지급할 수 있다. 직접 상시적으로 특정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자에겐 월정액으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나와있다.

하지만 확인된 감사결과 조세심판원은 관행적으로 매월 초 특정업무경비를 지급 결의한 후 관서운영경비 계좌에서 특정업무경비를 현금으로 인출하고는 실제 지급대상자인 국·과장 등에게 지급하지 않고 ‘특정업무경비 지급명세서’에 국·과장 등의 수령 확인 서명만 받고는 현금으로 보관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조성해 직원격려금, 명절 선물 구입비용 등 기관운영 성격의 비용으로 집행했다.

회식비 등은 다른 예산에 책정된 부분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일반운용비 예산이 있긴해서 특정업무경비를 이러한 기관운용비로 쓴 부분은 잘못”이라면서도 “10년도 더 된 사항이다 보니 과거엔 문제없이 썼던 돈”이라고 말했다. 즉 10년 간은 관행으로서 사용됐다는 얘기다.

이를 개선할 계획이 있는 지에 대해 묻자 “현금 지급 방식으로 이뤄져 따로 보관이 되거나 목적 외 지출로 사용돼 문제가 된 부분은 투명성을 위해 계좌이체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용도에 안 맞게 사용된 부분이 지적된 만큼 예산지침에 명시된 현금 지급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바꾸는 것 외에는 사실상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과장급 이상에 전달되는 지출방식이 나와 있는 예산지침이 바뀌지 않는 한 방식 자체는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년에 문제가 돼서 방식을 바꾸려고는 하는데 아직 조사도 진행 중이라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세심판원 관계자에 따르면 15-20년 연차인 사무관의 평균 월급은 4-500만 원 선이다. 15년 이하 연차인 주무관급은 월 300만 원 미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