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10% 증원론’에 한국당 ‘10% 축소’ 맞불…변혁 오신환 “선거제 개편, 자유 투표하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현 의원정수의 10%인 30석을 더 늘리자는 ‘330석 증원론’을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올라 있는 것조차 반감 갖고 있었던 자유한국당이 한층 격하게 들끓고 있다.

정의당으로선 군소정당에 유리한 선거제 개혁에 협조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의 합의를 깨고 선거법보다 사법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하려고 하면서 자칫 선거법 개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나 일찍이 준연동형 비례제에도 부정적이던 한국당에선 아예 한 술 더 뜨는 ‘의석수 증원론’까지 나오자 이를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으면서 범여권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 군소야당發 ‘의석 증원론’에 민심 눈치 보는 민주당

조국 정국 당시 여당과 한 목소리를 내다가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했던 정의당의 심 대표는 2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 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로 그 논의가 바탕이 돼 지난해 12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함께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 확대하는 합의를 했다”며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당연히 논의될 것”이라고 10% 증원안을 주장했다.

심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그 이튿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30석을 늘려야 한다. 세비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최소 5~10년간 동결하겠다고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줬고,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까지 같은 날 “30명 증원은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인구와 면적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라고 곧바로 힘을 실어줬다.

패스트트랙 당시 함께 했었던 군소야당들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의석 수 증원을 요구하면서 답변을 내놓으라고 압박하자 민주당에선 28일 우원식 의원이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하실 수 있으실 지에 대해서는 좀 자신 없는 대목”이라고 국민 눈치가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아예 29일 KBS1TV ‘사사건건’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합의한 뒤에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5당의 합의와 국민의 동의를 거치는 일은 무척 어렵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이인영 원내대표마저 같은 날 군소야당의 정수 확대 요구에 대해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확대하지 않는 입장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기본 설계를 하고 약속했으니 그 안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으며 전날 국회를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무석도 “국민이 동의를 안 할 것”이라고 정수 확대 가눙성엔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민주당에선 의원정수 확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주요 이유로 국민 여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당내 일각에서조차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행될 경우 수도권 10석 내외, 호남 5~6석 등 지역구 의석이 28석이나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의석수 증원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기 때문인데,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까지 지난 28일 SBS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나와 “개인적으로 월급이나 보좌진에 대한 지원은 더 줄이더라도 국회의원 숫자는 좀 늘어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사견을 전제로 역설하기도 했다.

◆ 의석수 증원 ‘부정적’ 여론 내세워 공세 나선 한국당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란 비율이 다수로 나온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여의도연구원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란 비율이 다수로 나온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여의도연구원

그럼에도 조국 사태 여파로 지지율 급락을 맛봤던 당청으로선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는 의원정수 확대에 섣불리 호응하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당장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천지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25~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더 늘리자는 주장’에 대한 찬반 조사를 실시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만 봐도 찬성은 19.3%에 불과한 데 반해 반대는 그보다 4배 높은 57.5%로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국당에선 자체 여론조사 결과까지 내놓으면서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공조 체제를 흔들어놓기 위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황교안 대표의 공개 지시가 있었던 지난 28일 국회의원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전국 성인 15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신뢰수준±2.53%P)에 들어간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은 30일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답변이 57.7%로 가장 높았으며 ‘현행유지’는 22.2%, 정수확대는 13.2%에 그쳤다고 발표하면서 현재 국회의원 정수인 300명조차도 “많은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 63.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연에선 심 대표가 제안한 ‘의원정수 10% 범위 내 확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려 73.2%로 나왔으며 한국당이 주장한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전체의원정수 270명’안에 대해선 51.5%가 찬성했다고 전했는데, 이를 근거로 황 대표는 30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의원 수 늘릴지 줄일지 여론조사해보고 그 결과를 따르자고 얘기했었는데 국민 여론은 무시하고 체면도, 정의도 내팽개치고 오로지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늘리는 게 정치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나. 오히려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한국당만 제외한 채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처리를 위해 군소야당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연대하려는 데 대해서도 “당리당략에 목을 맨 정치 장사치들의 법안 거래”라며 “준연동형 비례제로 군소정당은 의석수를 늘리고 국회를 좌파 정권의 들러리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2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석수 욕심이란 본색을 속내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탐욕 정치세력 간의 야합”이라고 범여권을 비판한 것은 물론 자신이 의원정수 확대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심 대표를 향해선 3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갑자기 없는 합의를 운운하는데 벌써 두 번째”라며 “오늘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최근 표창장 수여나 공천 가산점 제의로 구설에 휩싸여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의원정수 확대까지 범여권과 합의했다는 심 대표 주장까지 방치했다간 당장 ‘원내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즉각 반격에 나선 셈인데, 이에 정의당에선 같은 날 김종대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의원정수 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는 지난 2018. 12. 15. 원내 5당이 합의한 합의사항에 명확하게 문서로 남겨져 있다. 나 원내대표 본인이 직접 서명했고 합의문서에 분명히 서명이 있는데 터무니없는 얘기라 하니 적반하장”이라고 재차 나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여기에 야당과 결은 다르나 마찬가지로 소속정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쏟아왔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한국당 일각에선 비례대표 수를 더 줄인다면 야합해줄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야합에 동조하려는 것은 패스트트랙 수사와 맞바꾸려는 시도”라며 “국회의원은 200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일관된 주장이었다. 비례대표제는 미국처럼 폐지하고 전원 지역구 의원으로 하자”고 당론보다도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선거제 공방 격화되자 오신환 ‘무기명 자유 투표’ 제안하기도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있다.

이렇듯 선거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극에 달하자 30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현행 소선거구제, 그리고 중대선거구제 세 가지 대안을 동시에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본회의 표결에 앞서서 전원위원회를 소집하고 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무제한 토론을 거쳐서 국회의원 각자의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로 결정하자”고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오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논란이 일자 “민주당과 정의당은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정석대로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촉구한데다 자당 입장과 관련해서도 “손 대표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그가 소속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유승민 대표까지 29일 원외위원장 간담회에서 “오 원내대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변혁은 의원정수 확대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공언했던 만큼 한국당처럼 ‘의원정수 반대’ 측으로 비쳐져 왔으나 범여권과 한국당이 계속 평행선만 달리자 이 같은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이유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얘기된 건 아니지만 이미 3+3 회동에서 논의된 것인데 비례성 강화를 위해 연동형과 중대선거구제를 다같이 논의해보자고 얘기했다”며 “(모두 논의하는 데 대해) 다 동의했고 앞으로 한 달 시간 속에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해 의지만 있으면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의 중재안이 수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접한 적이 없다. 실효성이 있는지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내놨으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의 연설내용 자체엔 호평을 보내면서도 선거법 관련 제안에 대해선 “선거법은 합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에둘러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급기야 이번 논란을 촉발시켰던 정의당에선 오 원내대표의 제안을 ‘오늘 연설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즉각 혹평하기도 했는데,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공조를 통해 합의한 사안에 어깃장을 놓으며 결국 선거제 개혁 무산에 동참하겠다는 심산인가”라며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 화두가 된 의원정수 확대는 기존 선거법 개정안보다 더 나아간 주제인데다 여야4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이미 합의해 패스트트랙 올린 판국에 이제 와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까지 다시 거론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오 원내대표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이런 반응만 나오면서 쟁점 사안인 의석 수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국 대치 상황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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