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이 꺼낸 ‘쇄신론’…검찰개혁 보단 민생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 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여권의 쇄신론이 좌초냐 수용이냐 갈림길에 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 요구가 오는 30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계기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선발(發) 쇄신론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고도 당내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자성론과 책임론이 예상 이상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 나타났다.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다양한 쇄신책이 분출될 것으로 보여 그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초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게 되면 참여정부 시절 당내 분란이 당 뿐만 아니라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경험 때문에 표면적으로 갈등이 표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론화가 이미 된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여론의 역풍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당장 ‘이해찬 사퇴’ 여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쇄신 수위를 설정하는 것도 난감하다. 자치 수위가 너무 낮을 경우 쇄신 의지를 인정받기는커녕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민주당 쇄신론의 불씨가 크게 확산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선이 꺼낸 ‘쇄신론’…검찰개혁 보단 민생

표창원·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초선발 쇄신론에 불을 당긴 건 이철희·표창원 민주당 의원이다.

표 의원은 지난 24일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 흔들리고 위배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다”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5일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면서 불출마를 공식화 했다.

게다가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이 대표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책임론에 선을 긋던 표 의원도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도부가 더 큰 책임을 지어야 하겠으나 당장이라도 더 수습하고 개혁 및 혁신으로 인적 혁신을 함으로서 책임지는 것이 더 낫다”고 당내 인적 쇄신과 혁신을 주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나타난다.

지도부 책임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포스트 조국 정국을 수습하는 민주당의 방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민주당이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계속 하자 ‘민생’에 집중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조 전 장관을 지명한 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공정과 정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우리 당의 가치와 상치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 힘들었다”면서 “조 전 장관이 그만뒀을 때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찰개혁을 ‘제1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계속 밀어붙이다 보니 조 전 장관이 계속 소환돼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왜 조국에 이렇게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보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재판도 계속될 텐데 내용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데미지가 있을 수 있다”며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입 문제를 이야기하고, 기업과 현장을 찾는 등 경제 현안을 돌보고 있는 만큼, “당도 민생으로 돌아가자”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공수처를 우선순위로 두지 말고 민생과 외교·안보에 집중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조국 정국과 관련해 쓴소리를 해왔던 김해영 최고위원도 “샴푸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정부·여당에 우호적이던 중도층·무당층의 이탈 현상을 지적하며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28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초선 의원 대부분은 민생과 경제로 국면을 전환하고 이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한다”며 신속한 국면전환을 촉구했다.

◆지도부 책임론서 한발 물러선 ‘쇄신론’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고 쇄신론만 남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철희 의원은 28일 이 대표를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건 지도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당이 쇄신·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렸다”며 “20·30대 젊은 층의 지지와 호응을 더 받는 정당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 표창원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면담해 ‘혁신의 리더십’을 요구했다. 표 의원은 “이 대표가 리더십을 가지고 당 혁신을 할 것을 기대하고 혁신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대표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사퇴론으로 비쳐지는 지도부 책임론이 자칫 당내 분열과 대립으로 표출화 되면서 당이 풍비박산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당초 이철희 의원이 제기한 ‘이해찬 책임론’도 쏙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시절 내부분열로 정권 재창출을 실패했던 트라우마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혜련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서 “비판적인 목소리 이런 자성 있는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져야 건전한 방향으로 또 될 수 있다”면서도 “저희가 예전에 열린우리당 시절에 이런 목소리들이 오히려 당을 파괴하는 현상으로 나간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경계하는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있다”고 했다.

특히 마땅한 대안도 없이 지도부를 흔들면 오히려 혼선만 가중된다는 판단도 존재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대안 없이 지도부 책임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론”이라며 “국민들이 보시기에 자칫 당내 새로운 혼란이 제기되거나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질서 있는 퇴각과 질서 있는 국면 전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국 정국 수습 과정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당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권 내외에서 분출되는 쇄신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 대표가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다독이거나 의총을 통해 소속 의원들과 단합과 소통을 강화하는 선에서 수습할 경우 당장 이번 사태는 수습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지도부 책임론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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