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文 탈당에 당권파 ‘흔들’…孫, 지도체제 정상화 천명했지만 미래 ‘불투명’

문병호 최고위원이 바른미래당을 전격 탈당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병호 최고위원이 바른미래당을 전격 탈당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거취를 고심하던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문 최고위원의 탈당으로 그간 손학규 대표를 주축으로 해온 당권파가 분열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한층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 문병호의 심경 변화? “당 어려움, 安·劉 책임”-> “安·劉·孫 화합해야”-> “安·劉 조합”

지난 5월 1일 패스트트랙 강행을 이유로 비당권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던 손 대표는 자신의 퇴진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하고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병호 전 의원을 임명하는 정면 돌파를 택하며 당내 입지 강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러다 보니 문 최고위원도 임명된 지 하루 뒤인 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총의로 뽑힌 정통성 있는 대표로 지난 보궐선거 책임을 물어서 사퇴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어려움에 처한 것은 손 대표 책임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안철수, 유승민 전 두 대표의 책임이 크다. 지지도 하락이 손 대표가 잘못해서 온 게 아니고, 처음부터 바른미래당 세팅을 잘못했고 창당 초기에 당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손 대표를 적극 비호하며 비당권파 공격에 앞장섰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의 5·18 기념식 불참을 꼬집어 비당권파와 설전까지 벌이기도 했는데, 이처럼 유 전 대표 등을 비판했던 그가 7월경에 들어서면 혁신위 파동 당시인 22일엔 “이제 안철수·유승민·손학규 세 분이 직접 나서서 바른미래당의 총선 승리에 필요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당 통합을 명분으로 안철수·유승민 회유에 나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는 한 달 뒤인 8월 17일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와 한·유 전 대표가 손 잡고 중원에서 빅텐트 치고 개혁이란 엔진 장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땐 손 대표도 당권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데 이어 9월 18일 최고위에선 “당이 살 길은 통합과 개혁에 나서는 길이고 기득권 내려놓기와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한 정치권 새 판짜기에 앞장서는 길”이라며 “당권파와 퇴진파가 싸움한지 벌써 5개월 지났고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희망 없는 당권싸움에 매몰되어 통합과 개혁을 도외시한다면 역사에 죄 짓는 것”이라고 자신을 임명했던 손 대표 측까지 싸잡아 거세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 최고위원은 같은 달 27일엔 최고위에 전격 불참하면서 손 대표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10월 7일엔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분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저의 선택은 일단 안철수·유승민 두 분의 힘을 합친 조합”이라며 얼마 전까지 자신이 주장해온 안·유·손 연합론에서 손 대표를 제외해버렸고, 손 대표 역시 비당권파의 탈당을 촉구한 21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제 당을 새롭게 정비하고 최고위도 다시 정비하니 문 최고위원도 어느 쪽에 설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갖고 결단 내려달라”고 문 최고위원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처럼 지도부에서 함께 한 지 불과 반년 만에 두 사람 사이는 완전히 벌어지면서 최고위 불참한 지 약 한 달 만인 27일 문 최고위원은 “손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의 희망이 없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는데, 회견 직후에도 그는 작심한 듯 비당권파보다는 손 대표를 꼬집어 “손 대표는 당권 지키기에만 열중한 채 제3지대 판짜기에 소홀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문 최고위원은 “당권파와 호남의원들과도 소통했다. 일단 대표를 바꾼 다음에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당의 변화고 국민이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여 당권파 내에서 손 대표 교체 필요성을 느끼는 인사가 비단 자신뿐이 아니란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 文 탈당 계기로 한국당·변혁 등 당 내외 사퇴 압박에 궁지 몰린 孫

바른미래당 변혁 소속의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손 대표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변혁 소속의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손 대표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때문에 이번 탈당 사태의 파장이 당권파 전체로 확산돼 손 대표 체제를 뒤흔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당장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부터 자유한국당 일부 인사에 이르기까지 문 최고위원의 탈당을 계기로 손 대표에 맹공을 퍼부었다.

먼저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손 선배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의 정치 노마드 행각은 차치하고서라도 사퇴 약속을 수없이 하고도 지키지 않은 그의 잘못된 정치 행보 때문”이라며 “사람의 평가는 말년의 정치 행보에서 결정되며 선배들로부터 약속 정치를 배웠던 나는 국민과 한 약속대로 두 번이나 당 대표를 사퇴한 일이 있다.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지니 이제 그만 사퇴하라”고 손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바른미래당에선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준표의 유통기한은 벌써 끝났다. 손 대표에게 추근대지 말고 한국당이나 신경 쓰시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사람이 손 대표에게 무슨 헛소리인가. 한 겨울 단식을 해야 했던 이유, 모욕과 조롱을 참아내야 했던 이유, 손 대표의 대도무문을 이해할 수 없는 홍준표”라고 즉각 반격에 나섰는데, 이런 맞대응이 무색하게 당내에선 변혁 소속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도 당권파를 버리는데 (손 대표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고 꼬집은 데 이어 “안티의 안티는 친구”라며 홍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놨다.

또 다른 변혁 인사인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최고위원이 손 대표 체제 희망 없다고 탈당했는데 손 대표가 좋은 사람 여럿 잡는다”며 “계속 버틴다면 손 대표는 조국스러운 것을 넘어 조국보다 더한 사람이란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손 대표를 압박한 데 이어 재차 올린 SNS 게시글에서도 “문 최고위원까지 손 대표 버린 것은 조국을 비호해왔던 민주당 당권파인 박주민 최고위원이 조국 버리겠다고 하는 상황과 같은 의미”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거센 당내외 공세가 자칫 지도체제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을 불식시키려는 듯 손 대표는 28일 최고위 회의에서 “문 최고위원이 어제 당을 떠났다. 총선을 앞두고 당과 저에 대한 핍박과 도전은 거세질 것이지만 바른미래당은 할 일이 있고 제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며 “당내 문제가 정리 되는대로 제3지대를 열어 통합개혁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발 빠르게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새 정당의 대표자가 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인사를 모시겠다”며 그럴 경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제가 밀알이 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새 정당의 중심을 이룰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겠다. 통합개혁위원회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 孫 체제 하 총선 ‘회의론’ 만연…각자도생? 기로에 선 당권파

손학규 대표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손학규 대표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무엇보다 그는 “최고위원회를 곧바로 정비하고, 새로운 제3지대를 형성하는 준비를 하겠다”면서 그간 문 최고위원의 불참으로 ‘재적 위원 과반 및 출석위원 과반 찬성’이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정상화되지 못하던 최고위를 조속히 재가동할 의지를 드러냈는데, 하태경·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윤리위 징계를 받은 데다 문 최고위원의 탈당으로 당권파(손학규·주승용·채이배)와 비당권파(오신환·권은희·김수민)가 동수 구도여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새로 임명해야만 당권파가 과반으로 최고위 장악 상황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비당권파인 하 의원인데, 손 대표는 하 의원이 재적위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반면 당내 일각에선 직위해제 징계를 받은 이 전 최고위원과 달리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 의원이 의결권만 행사할 수 없을 뿐 재적에는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어떤 견해가 힘을 얻느냐에 따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 대표는 문 최고위원 탈당으로 본인 리더십에 대한 비판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 후임 최고위원 인선까지 벌써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로선 패스트트랙 당시 비당권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여당과 공조했었던 김관영 의원이나 이수봉 당 대표 선언이행 TF팀장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손 대표가 이 같은 강공을 택한다고 해도 당내 호남계 의원들 역시 당내 비당권파의 보수통합을 경계하느라 당장 손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을 뿐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유승민계를 비롯한 비당권파 의원들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손 대표 역시 더는 대표직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데, 호남계와 당권파까지 포함한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 16명은 지난 22일 주승용 국회부의장실에서 회동한 뒤 이번 모임을 정례화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아울러 탈당 회견 당시 문 최고위원도 본인 거취와 관련 “만약 안 대표가 손 대표의 바른미래당에 복귀하면 참여할 생각 없다. 손-안-유 혹은 안-유 연대는 참여할 수 있고 내년 총선 승리할 수 있는 조합이라 보지만 나머지 조합은 전망 어렵게 보고 있다”며 사실상 어떤 형태로든 손 대표는 안철수·유승민보다 우선순위가 아니란 점을 역설한 데다 최도자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모든 세력은 언젠가 큰 바다에서 만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놔 향후 정계개편이 본격화된다면 손 대표의 거취는 지금보다 더욱 미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손 대표도 28일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도 접촉하지 않고 있다. 자칫 또 하나의 호남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비난이 있을 수 있어 피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세력을 정당화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한 준비, 사람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만 새 대표 영입 이후 공동대표 체제가 되느냐는 질문엔 “그건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부연해 내홍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28일 오후엔 변혁 소속 원외위원장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원회 징계와 고소를 자파의 당권장악을 위해 남발하며 당을 운영하는 손학규 대표의 지도력은 이미 끝났다. 손 대표는 즉각 사퇴하고 선관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일갈하면서 손 대표 리더십은 더욱 흔들리는 모양새인데, 과연 손 대표가 이 같은 위기 속에 향후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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