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외서 비판 목소리 쏟아져…‘공천 가산점’ 철회됐지만 지도부 리더십 ‘타격’

22일 오전 11시에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시작 직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팀이 표창장을 받은 뒤 당 지도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22일 오전 11시에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시작 직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팀이 표창장을 받은 뒤 당 지도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와 정경심 교수의 구속으로 힘을 받은 자유한국당의 자신감이 지나쳤는지 패스트트랙 정국 등 아직 여당과의 대치가 진행 중임에도 벌써부터 논공행상에만 열중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에서까지 한국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어 사실상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조국TF에 표창장·상품권까지…축제 분위기에 당내 일각서 ‘쓴 소리’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선 조 전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TF팀에 대한 표창장을 수여했는데, 여상규·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제원·주광덕·곽상도·김종석·박성중·송언석·윤한홍·정점식·최교일 의원과 김용남 전 의원 등이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표창장을 받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으며 각각 50만원이 들어있는 금일봉까지 함께 받았다.

특히 박수와 환호는 물론 분위기에 취한 듯 급기야 “주광덕 하나 더 줘라. 곽상도 의원 세 장 주세요, 민경욱은 왜 안 주냐” 등의 발언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이를 불편하게 바라본 당내 일부 인사들은 벌써 축제를 벌이는 건 너무 경솔한 게 아니냐는 쓴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길’이란 글에서 “이건 아니다. 약간의 지지율 상승에 취해선 절대 안 된다”며 “집회 많이 하고 목청 높인다고 승리가 쟁취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여의도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을 늘 가슴 속에 품고 한걸음 한걸음 신중히 내딛자. 내년 총선 승리해놓고 나서 애국 국민과 함께 부둥켜안고 실컷 웃자”며 “문재인 캠프의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 때 한끼 릴레이 단식투쟁에 혼쭐나고도 반성 없이 또 웰빙 원위치 해가지고는 험준산령을 넘어 치러야 하는 총선은 보나마나다. 걱정에 우려가 더해진다”고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지도부 일원인 조경태 최고위원까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조국과 관련된 여러 의혹 그리고 문제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라며 “국민들이 봤을 때는 자칫 교만해 보인다. 승리했다면 그건 어떤 일부 특정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라고 표창장 수여식에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조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미경·김광림 최고위원은 24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표창장 수여식이 애당초 어느 누구와의 논의도 없이 나 원내대표가 단독 추진했다는 점을 꼬집어 “한국당이 자축할 때가 아니다”라며 나 원내대표에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표창장 수여식 관련 보도가 나오자 당장 한국당 당협 위원장들에게는 당원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을 주려면 광화문 집회에 나온 애국시민들한테나 줘라’, ‘조국 물러난 걸 갖고 대단한 성취랍시고 희희낙락하는 걸 보니 암담함을 느낀다’는 등의 항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정원석 한국당 강남을 당협위원장도 “당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내 만연해 있는 안일한 인식을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강석호 의원은 이런 행태가 오히려 당을 결속시키기보다 자칫 불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는데, 강 의원은 24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110명 의원 중 적극 나선 의원들도 있고 뒤에서 묵묵히 당론을 따라 자기 책임을 다하는 의원들도 있다”며 “상을 주고 칭찬한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끼지 못한 의원들 중엔 분발해야 겠다거나 섭섭하다고 하는 분들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설상가상’ 패스트트랙 참여 의원 공천 가산점까지 논란 불 붙여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본청 245호)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본청 245호)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무래도 총선이 반년도 안 남은 시점이다 보니 의원들로선 이 같은 표창장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민감한 상황임에도 나 원내대표는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으로 패스트트랙 사태에 동참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자고 황교안 대표에게 건의했다.

무엇보다 ‘표창장 수여식’이 있었던 그 문제의 의총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투쟁 당시 고생했던 의원들에게 가산점이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황 대표의 경우 공천관리위원회가 있어 확정해 말하기 어려우니 원내대표인 제가 더 적극 건의하겠다”고 분명하게 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나 원내대표의 제안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패스트트랙 충돌 고발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의원들 중 한국당이 가장 많은 60명이나 돼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당내 불안감을 완화시키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더구나 패스트랙 정국 당시 강경투쟁을 적극 독려하면서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줄곧 공언해온 데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이런 제안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당내에서 연일 높아지고 있는데, 이미 지난 23일 유기준 의원이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원내대표가 공천에 대한 소관을 갖고 있지 않다, 원내대표가 이야기하더라도 정치적 수사”라며 “당을 위해 노력한 의원들에 대해선 패스트트랙 뿐만 아니라 다른 예도 공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도 24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정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며 어떤 후보를 내세워야 당선이 가능하고 국민 여망에 부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공천심사위원회가 판단할 몫”이라면서 패스트트랙 의원들에 공천 가산점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나 원내대표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원외 인사들은 한층 강한 어조로 ‘가산점 제안’을 비판했는데,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의원으로서 여당의 단독 처리에 맞서 싸우는 게 당연한데 공천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해괴한 일이고 초등학생들도 그런 짓은 안 한다”며 “아직 대여투쟁할 일이 태산 같은데 쓸데없이 내부분열 일으키는 것은 지위불문하고 해당행위다. 백지화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아예 조국 사태 유공자 표창장에 대해서도 “야당의원이 대여투쟁은 본분인데 상품권까지 줬다니 국민들 볼 면목 있나. 원천무효하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도 25일 “국회선진화법상 회의 방해죄로 기소되면 공천 받아도 당선 어렵고 당선되더라도 벌금 500만원 이상 선고 확정되면 당선무효인데 야당 일각에선 벌금 500만원 이상 받더라도 당선무효 되지 않고 그 다음 국회의원 출마만 제한된다고 엉터리 법해석하면서 국회의원들을 안심시킨다. 참으로 어이없는 무대책”이라며 “윤석열 칼날이 야당으로 향하는데 이에 대비하지 않고 자축파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여기에 홍 전 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겨냥 “어설프게 민주당과 협상해 패스트트랙 양보하고 가능하지도 않는 검찰수사를 무마하려고 시도하면서 자기가 빠져 나갈 생각만 함으로써 나라 망치게 하는 짓은 하지 마라”라며 “지도부만 책임지고 지휘에 따른 국회의원들은 모두 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세게 압박하기도 했다.

◆ 거센 반발에 일단 ‘가산점’ 제안 무산됐으나 나경원 문책 불가피

25일 오전 황교안 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창업 소상공인들과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청년 사업가들의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25일 오전 황교안 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창업 소상공인들과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청년 사업가들의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렇듯 원내외를 막론하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 원내대표로부터 ‘패스트트랙 의원 공천 가산점’ 건의를 받았던 황 대표 역시 25일 청년창업 소상공인 토크콘서트 직전 기자들과 만나 “가산점에 대해선 생각해 본 바 없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조 전 장관 사퇴와 정 교수 구속으로 모처럼 잡았던 주도권을 잃게 생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가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가장 난처해진 인사는 앞서 ‘공천 가산점’을 적극 제안했던 나 원내대표다.

비단 당 내부 뿐 아니라 이번 사안을 반전 계기로 삼으려는 범여권에서도 이제 나 원내대표를 표적 삼아 맹공을 가하고 있는데, 당장 민주당에선 23일 남인순 최고위원부터 “저항을 앞장서서 하신 분들이고 기여도를 높이 평가해야 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황당무계할 따름”이라며 “"법을 위반하는 것이 ‘저항’으로, 폭력과 무력을 행사한 것이 ‘기여’로 간주되는 ‘한국당식 공천’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정치 역사상 다시없는 역대급 코미디”라고 나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의당에서도 윤소하 원내대표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나 원내대표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감옥) 들어가라, 뒤는 내가 봐주겠다’는 조폭 논리”라고 나 원내대표를 직격했으며 민주평화당까지 25일 문정선 대변인 논평에서 한국당의 표창장 논란까지 겨냥 “선진화법 위반한 범죄혐의자들에 가산점을 주고 조국사퇴를 이끌어낸 공로로 표창장 수여라니 폭력은 권장하고 불법은 장려하겠다는 선언인가”라며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셀프 표창장이 아니라 나경원리스트다. 표창장 주도한 나경원은 국민이 믿고 거르는 정치인 중 하나”라고 나 원내대표를 몰아붙였다.

아울러 민주당에선 이미 내부자성론을 바탕으로 몇몇 현역의원들이 불출마를 자진 선언하며 ‘대규모 물갈이’ 분위기로 가는 반면 도리어 나 원내대표는 소속의원 과반인 60명의 현역의원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자면서 한국당의 인적쇄신에도 찬물을 끼얹은 점도 없지 않아 결국 이번 사태 책임은 임기 만료 2달도 안 남은 나 원내대표가 온전히 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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