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많은’ 공수처법 밀어붙이자 여당 불신하는 野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 별실에서 여야3당 교섭단체 2+2+2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 별실에서 여야3당 교섭단체 2+2+2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교섭단체 3당 회동이 열리고 있는 지금까지도 평행선만 달리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대체 왜 여당에선 공수처를 설치하자고 주장하며 일부 야당에선 여기에 맞서고 있는 것인지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문제점을 보완해나가야 할지 살펴보겠다.

◆ 패스트트랙 오른 민주당 백혜련 案 vs 바른미래 권은희 案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 이전에 공수처가 무엇이며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 있는 공수처 설치법의 차이는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데, 먼저 공수처란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 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추진됐으나 사실상 통제장치 없는 막강한 권한을 보면 기존 검찰과 다를 바 없고 그저 사법 통제 목적의 ‘옥상옥’을 설치하는 셈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일단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 있는 공수처 설치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에서 추가 발의해 올린 권은희 의원 안 등 2가지가 있는데, 먼저 민주당 안에는 공수처 수사대상에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 광역단체장, 교육감, 국무총리,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고위공무원과 이들의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가족(대통령은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포함)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기소대상에 있어선 대통령과 그 친인척, 국회의원 등을 전부 제외하고 오직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포함시키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검경 등 권력 사정기관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데 있어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운 부분 때문에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민주당 안에선 7명의 처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위원 5분의 4 이상 동의로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1인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3년 단임의 처장을 임명하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7명 중 민간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차치하더라도 야당(교섭단체) 몫 위원은 2명에 불과한 반면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인사인데다 여당 추천 위원이 2명이고 법원행정처장 역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법원장이 임명권을 가진 자리여서 사실상 당청이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보니 대통령이 원치 않는 인사는 절대 공수처장이 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밖에 공수처 검사 임명 방식에 있어서도 민주당 안은 인사위원회 추천, 처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재판이나 수사 경력 이외에 조사 경력이 있어도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으며 전직 검사의 경우 공수처 검사 전체 인원의 최대 절반만 임명할 수 있게 해놓은 데다 임기는 최장 9년에 이르는데, 수사대상 범죄에 대해서도 형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와 달리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의원 안은 기소 권한과 공수처장 임명 방식, 처장 임기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기소권의 경우 미국의 기소배심제와 유사하게 기소심의위원회란 기구를 공수처 안에 두고 반드시 여기서 심의·의결을 거치게 했으며 기소심의위원회는 변호사 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추출된 7~9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게 해 사실상 수사만 공수처가 맡고 기소는 일반 국민이 판단토록 해놓았다.

이 뿐 아니라 공수처장 임명에 있어서도 권 의원 안에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해 국회의 정부여당 견제 기능을 강화했는데, 처장 임기 역시 한 차례 중임 가능하게 한 대신 2년으로 줄였고 오직 처장 자격에 대해서만 민주당 안과 똑같이 15년 이상 경력의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고 국가공공기관이나 법인사무소에서 15년 이상 법률 업무에 종사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또 검사 임명에 대해선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재판·수사, 조사 실무경력 등 자격조건만 민주당 안과 동일할 뿐 전직 검사 출신 제한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아니라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공수처장이 임명한다는 데에서 결정적 차이를 뒀다.

아울러 권 의원 안에선 수사대상 범죄도 피의사실 공표나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등 불법수사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뇌물과 직권남용 등 부패범죄로 한정했는데, 다만 민주당 안에는 없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 법률) 위반은 포함시켰다.

◆ 엇갈리는 여야의 ‘공수처 설치’ 입장, 누가 언제부터 설치 주장했나

2002년 공수처법을 발의했던 신기남 새천년민주당 의원(위)과 2004년 한나라당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내건 17대 총선 공약집 내용 ⓒ시사포커스DB
2002년 공수처법을 발의했던 신기남 새천년민주당 의원(위)과 2004년 한나라당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내건 17대 총선 공약집 내용 ⓒ시사포커스DB

비록 이처럼 공수처 설치안에 대해선 차이가 있어도 공수처가 비단 이번에 처음 나온 이슈는 아니었는데,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와 관련해 “1996년 11월 7일 참여연대가 국회에 입법청원한 부패방지법 제정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란 명칭으로 최초로 포함된 조직”이라며 “1998년 9월 23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참여연대와 면담에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공직자 비리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된 수사기관의 설치가 절실하다’며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바 있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심재철, 김성태 의원 등이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앞서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98년 당시 이 총재도 공수처 설치 주장했고, 2012년도에도 새누리당 여러 의원들이 공수처 설치법 발의했으며 2016년 새 당 대표로 뽑힌 대표(이정현 의원) 역시 공수처 설치 찬성했다”고 주장했었는데,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원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감찰반과 특검을 이야기했지만 이 총재가 공수처를 청와대에 건의했고 김 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에 한국당에선 22일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이 총재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해 특별검사제가 필요해 부패방지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한 것으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반박한 데 이어 23일엔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해찬 대표 본인도 과거에 반대했던 공수처를 이제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게 참 갸우뚱하다”며 지난 2004년 국무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왔던 당시 ‘대통령이 사정 집행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던 이 대표 발언을 꼬집어 직격탄을 날렸는데, 이렇듯 공수처 설치를 누가 주장하고, 누가 반대했었는지를 놓고 과거 발언을 반추하면서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공수처가 처음 정치권에서 본격 거론된 시점은 정치검찰 문제를 지적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1997년부터였는데, 정권 말기인 2002년 10월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신기남 의원이 임기 5년의 공수처장을 대법원장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의 대통령 소속 공수처법을 내놨었는데 국무총리 이하 고위 관료, 국회의원,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해 지금과 비슷하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04년 노무현정부에선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국가청렴위원회 소속으로 하며 반부패수사에 15이상 종사한 인사가 처장을 맡고, 공직자의 배우자 등 가족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공직부패수사처’란 정부안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끝내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의 양승조, 김동철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했는데, 김동철안의 경우 공수처장 등이 퇴직 후 2년 안에 고위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등 대체로 공수처의 독립성에 방점을 뒀지만 이때도 실체화되지 못했고, 2012년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 등으로 공수처 필요성이 재론되면서 다시 양승조, 김동철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섰으나 이전처럼 별무소득으로 끝나버렸다.

그 이후 2016년 현직 검사장 뇌물 및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등으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통령을 포함해 퇴임 3년 이내의 전직 고위공직자와 친족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안을 내놨으며 민주당에선 또 양승조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 의원이 그동안 준비한 공수처안을 내놨지만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기관 설치 주장을 펼쳤던 적은 전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2004년 한나라당의 17대 총선공약집(94페이지)에 나오는 ‘바로 서는 검찰 중립화 방안’ 내용에 따르면 ‘살아있는 권력의 성공한 비리’는 손도 못 대면서 야당만 때려잡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정치검찰과 그것을 고무·조장하는 부도덕한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요체’라면서 ‘특별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립적 사정기관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2012년 12월 3일에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심재철·김성태·심재철·김영우 등 13명이 공동발의한 당시 법안은 의외로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과 유사한 부분이 없지 않아 심재철 의원의 법안엔 공수처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며 처장과 차장 각 1인을 추천위원회의 제청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의안 원문에선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함으로써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를 근절하고 나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법안 제안 배경을 밝혔는데, 2013년 4월 국회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신중한 검토와 사회 합의를 거쳐 입법정책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란 수석전문위원의 설명과 함께 법안심사 1소위원회로 회부됐다가 19대 국회 임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럼에도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했었던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도 당내 분위기에 개의치 않은 채 “내가 정부의 국무위원을 해보니까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선 현직 검찰이 현직 권력 수사를 제대로 안 하는 경우도 있고 수사를 덮는 경우도 있고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고위공직자란 것이 여권 인사들이지 야당이 탄압당할 이유가 없다”며 “공추처 책임자나 검사를 정권 일방적으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되는 거지 (야당 탄압) 그것 때문에 공수처법을 반대한다는 것은 납득가지 않는다”고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심지어 이 고문은 공수처에 수사권만 주고 기소권은 주지 말자고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에 제안한 절충안에 대해선 “수사하는 사람이 기소해야지 무슨 소린가. 수사 따로 하고 기소 따로 하면 기소할 때 빼버리면 그건 마찬가지지”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공수처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 공수처 놓고 與 “검찰도 견제 받아야”…한국당 “野 탄압 우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포토포커스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포토포커스DB

이처럼 공수처에 대한 입장은 시대에 따라 여야가 돌아가며 주장해오기는 했는데, 현재 정치권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와 여당에선 사법개혁의 일환에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야당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이 문제라면 검찰 권한을 조정하는 선에 그쳐도 충분한데 대통령이 처장도 지명할 수 있는 공수처에 기존 검찰과 같은 권력을 부여하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탄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당청에선 공수처 설치안을 발의했던 백혜련 의원이 15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를 믿지 못하고 조직에 속한 검사 수사는 전혀 믿지 못한다. 고위공직자에 대해 독립적 기구가 수사하고 기소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공수처가 나온 거고 검찰 견제장치”라고 주장해했으며 문 대통령도 22일 시정연설에서 “공수처의 필요성에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부연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나 향후 있을 수 있는 당청 관련 수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3일 변혁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를 빨리 설치하라는 것은 윤 총장이 말을 안 들으니까 조국 사건을 공수처로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22일 페이스북에선 법무부 국감 당시 김오수 차관의 답변을 꼬집어 “조국 일가 수사를 공수처가 가져올 수 있냐는 김도읍 한국당 의원 질의에 김오수 법무차관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부분을 들어 한국당에선 아예 조국 수사란 차원을 넘어 공수처법을 현 정권이 ‘장기집권’을 노린 독재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9일 문 정부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면 수사를 중단시키고 사건을 갖고 오라고 할 수 있는 게 공수처”라고 주장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패스트트랙의 2대 악법인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법 개정안은 장기집권으로 가는 독재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암시하듯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만 포함됐던 공수처 설치안의 기소대상 범위에 국회의원까지 포함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18일 최고위에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을 배려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국회의원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가 도리어 당에서 이해식 대변인이 나와 “한국당의 반대를 비판하면서 원론적으로 말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법안을 손질하자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급히 수습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국당에선 21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 공안위에 국가감찰위원회가 있는데 공수처는 한국판 국가감찰위를 만든다는 것으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가고 검찰 장악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문 정권의 게이트를 모두 덮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여당이 애당초 원한 검경수사권 조정도, 선거제 개편도 안중에 없고 A부터 Z까지 공수처 만을 원한 것”이라고 즉각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공수처는 기존 검찰의 공직자 반부패 수사권한을 넘겨받는다는 검찰 밖의 공직비리 단죄조직이란 면에선 지난 2018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기조에 따라 신설된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와 유사한데, 비록 감찰·수사대상에 고위공무원 뿐 아니라 모든 공무원 및 국유기업 관리자 등도 포함된다는 점에선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쪽이 보다 강력하지만 대신 공수처는 제한적이나마 기소권을 갖고 있으며 공직자 가족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그 권한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다.

이런 기류 속에 공수처 설치안을 함께 올렸던 바른미래당이나 급기야 여당 일부에서도 현재의 공수처 설치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데,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15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공수처가 권한남용을 한다면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한 데 이어 “우리나라는 검사가 수사권도 행사하기 때문에 권한 분배하려면 기소와 수사를 나눠야지, 검사처럼 기소·수사권 다 행사하는 기능을 또 만드는 건 문제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서 공수처 설치안을 발의했던 권 의원은 지난 1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당이 끝까지 공수처안을 반대해도 처리할 수 있나’란 질문에 “네”라고 답한 데 이어 자신의 공수처 설치안에 있는 ‘기소심의위원회’가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적에도 “위헌 여부가 아니라 기존 입법체계에 입법재량 범위 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냐 이런 부분”이라며 “특검법을 보면 입법재량 문제로 이 부분이 해소됐다는 부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공수처 설치에 힘을 실었는데, 23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선 공수처 반대한다는 유 의원 입장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백혜련 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권은희 안으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서두르는 與 의도 의심돼…檢 견제 이전에 공수처 ‘독립성’ 방점 둬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야당들이 23일 오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결의 시민사회 정치권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야당들이 23일 오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결의 시민사회 정치권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현재로선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해 이렇게 교섭단체 정당 간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이미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는 군소정당 대표들의 단식에도 협조 여부를 놓고 한참 뜸 들였던 데다 7월 초엔 선거법 개정안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의 위원장과 공수처법 등을 다루는 사법개혁특위의 위원장직을 놓고도 어느 곳을 택할지 2주 이상 고민했을 정도로 자당 현역의원들에게는 불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돌연 공수처법을 오는 28일 본회의 상정하겠다면서 당초 패스트트랙 동참한 군소야당과 합의했던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 방침도 깨려하자 애초에 공수처만 목적 아니었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과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함께 했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전국 5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법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아니라 당초 합의대로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되고 검찰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면서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거론한 여당에 맞서 선거법 우선 처리를 목표로 공동 대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당 역시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은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서 90일간 더 심의해야 함에도 마치 오는 29일 자동부의 되는 것처럼 억지를 부린다. 조만간 민주당이 본회의장에서 군사작전 하듯 공수처법을 날치기할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며 갑자기 민주당이 서두르는 데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목숨을 걸다시피 공수처를 추진하는 이유는 임기 후반이나 퇴임 이후 받을 검찰 수사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채 여당 주장대로 공수처법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친문은폐처·반문보복처’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보는 건데, 공수처 검사는 재판이나 수사 경력 이외에 ‘조사 경력’이 있어도 될 수 있고 최대 검사 절반을 이런 인사들로 채워질 수 있게 해놨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변 출신 인사들로 채우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좌편향 논란이 있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대법원장(김명수)과 헌법재판소장(유남석)을 임명해놓은 것은 물론 헌법재판관은 민변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으로 과반인 6명을 채운 데다 대검 감찰본부장마저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인 한동수 변호사를 임명했다는 점에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공수처까지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포진함으로써 사법 장악을 완수하려는 것으로 야권은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설령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입김이 최소화되도록 무엇보다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방점을 둬야 하는데, 패스트트랙에 공조한 야권과의 약속까지 도외시한 채 조속한 공수처법 처리만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여당이 공수처 자체를 불순한 의도로 추진한 게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당에선 해당 법안들은 당초 사개특위 소관 법안이기 때문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추가로 90일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29일 표결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에 맞서고 있으며 23일 사법개혁안 실무 논의에 참여한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안에 허점이 많아 대타결을 전제조건으로 법원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을 권은희 의원이 준비하면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차라리 반부패수사청을 만드는 것은 모르지만, 수사대상을 특정한 공수처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고 반부패수사청 제안까지 내놨는데,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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