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대통령 권한대행' 표기 더불어 ‘NSC' 확인
‘NSC 중심 공감대 만들어야’ 원본 나와…임태훈, “黃 외통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작성된 계엄령 문건이 다시 한 번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령 검토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정치권 공방도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범여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관련자들의 수사 재개를 촉구했지만 한국당은 조국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정부·여당의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계엄 문건을 지시했고 어디까지 보고를 받았는지 그 윗선을 향한 수사가 다시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무사 기획한 ‘계엄’…무슨 내용인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지난 2017년 3월 작성한 계엄령 관련 문서.ⓒ청와대 제공.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지난 2017년 3월 작성한 계엄령 관련 문서는 지난해 7월 공개됐다.

해당 문건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작성됐으며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2017년 3월3일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이 문건이 보도되자 청와대도 같은 달 20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문건들을 공개했다.

당시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계엄선포와 함께 언론 사전 검열과 보도통제,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구체적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광화문, 여의도에 대해서는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돼 있다.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총 67페이지로 작성돼 있고 구체적인 내용에 따르면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유지 하에 신속한 계엄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여부가 계엄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 ‘목’이라는 표현을 길목의 ‘목’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그와 함께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 비상계엄선포문, 담화문, 포고문 등의 문서 내용이 이미 다 작성되어 있었다.

특히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조치하는 등 국정원 통제 계획도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계엄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 출판, 공연, 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고문’과 ‘각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도 작성되어 있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 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품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

KBS·CBS·YTN 등 22개 방송, 조선일보·매일경제 등 26개 언론, 연합뉴스·동아닷컴 등 8개 통신사와 인터넷신문사에 대해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를 통제할 계획이었다.

인터넷 포털 및 SNS 차단, 유언비어 유포 통제 등의 방안도 담겨 있었다.

국회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해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의원들이 ‘계엄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당시 해당 여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말한다. 여소야대 국회에 대응해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계획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먼저 계엄사령부가 ‘집회·시위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구속수사 등 엄정처리 방침 경고문’을 발표한 후,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 집중검거 후 사법 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김의겸 당시 대변인은 ‘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실행을 염두에 뒀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여러분이 판단해달라”면서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의 내용과 전혀 상이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상 계엄 선포문과 계엄 포고문이 이미 작성됐고 광화문, 여의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 뿐 아니라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구체적 계획은 단순 계엄 매뉴얼을 넘어 실제 실행에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계엄 문건에 거론된 황교안…찜찜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상계엄 선포문의 승인권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표기돼 있다./ⓒ국방부 제공.

이때에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다. 비상계엄 선포문 문서 하단에 계엄 최종 승인권자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발표를 염두해 병기한 것으로 이해했다.

한 전 장관 측도 지난해 7월 해당 문건과 관련해 “문건이 유출될 시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군이 오해 받을 소지가 있으니 종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조 전 사령관에게 돌려줬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지난해 7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불러 ‘한민구 장관이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 참모장은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당시 한 장관께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같이 만들었다”며 “조 사령관이 한 장관에 보고할 때 동석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조 사령관으로부터 한 장관이 ‘알았다’고 했다고 들었고 조 사령관이 ‘나중에 훈련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보존 해놓으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을 실제 작성한 기우진 기무사 처장도 “기무사령관이 장관 지시라며 위수령과 계엄 절차를 검토해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무사가 국방부 한민구 당시 장관에게 보고한 점이 밝혀지면서 해당 문건 생산을 지시하거나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 한민구 전 장관 윗선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특별수사단을 꾸렸지만 사건 주요 관련자가 민간인인 점을 고려해 검찰과 군(軍)검찰의 합동수사기구가 구성됐다. 하지만 민군합동수사단은 만들어진지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7일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핵심 피의자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2월13일 학업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를 중지했다.

또한 계엄령 검토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수사를 중단하는 참고인 중지를 결정했다. 이와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도 같은 이유로 참고인 중지가 결정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내란음모의 진상규명을 지시했지만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빈손으로 중단한 것이다.

이미 한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조 전 사령관의 소환을 기다리면서 수사가 중단되면서 계엄령 검토 의혹의 윗선 개입 여부는 안갯속에 갇혔다.

◆다시 황교안 이름 거론…무엇이 다른가

군인권센터가 21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해 공개했다./ⓒ군인권센터 제공.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21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인권센터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되었을 가능성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익 제보를 통해 2018년 7월 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했다.

이들은 “새로운 문건은 기존 문건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며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을 다루는 부분에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 적시했다”고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계엄 검토에 개입했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었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황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합수단도 이미 이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자료도 확보했을 것인데 합수단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러한 내용은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고 조현천이 도주하여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사실 상 수사를 덮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정 질서를 뒤엎으려 한 사건을 이런 식으로 수사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는가”라며 “검찰은 이미 확보한 수많은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즉시 수사를 재개해 황 대표를 위시한 연관자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정부·여당 기획설 제기 VS 민주당, “수사 재개” 촉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황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군인권센터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황 대표는 한국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제가 언젠가 '계엄령의 계 자도 못 들었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제게는 보고된 바가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NSC에 참석할 일이 있으면 참석하지만 계엄 문건 같은 건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다”며 “완전 거짓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고소나 고발을 금일 중으로 하겠다”며 “수사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 소장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법적 대응 조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황교안 대표가 몰랐다면 왜 몰랐는지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며 “그것도 밝히기 어렵죠. 본인 무능하다는 허수아비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자기 명예가 실추된다고 판단하는 것도 있고 하나는 개입됐다 그러면 내란 예비 음모죄 그 중죄에 해당되니까 못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봤을 때는 (황 대표의) 외통수이기 때문에 법적조치를 해준다면 저희야 늘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정이 파탄나고 조국 사태로 민심이 떠나가자 급기야 등장시킨 것이 야당 대표를 거짓말로 물고 늘어지는 사람의 등장”이라고 정부·여당의 기획설을 제기했다.

전 대변인은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을 정도로 현 정권과 밀접한 임태훈은 현재 여당 의원의 입법보조원”이라며 “어제 정론관도 장관출신 여당의원이 빌려줬다. 군인권센터라는, 잘못보면 국가기관이라 착각할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임태훈은 이정도면 어용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 무리수를 두다가는 공천장 받기 전에 검찰청, 법무부 교정시설 두루 거칠 수 있음을 명심하라”며 “더 이상 우리 사회가 거짓말에 농락당하지 않도록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황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수사 재개를 촉구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로 시기상으로 황 대표가 참석한 NSC 회의에서 계엄령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황 대표가 계엄령 문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황교안 대표를 소환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며 “검찰은 이미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황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즉각 재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지도부도 이날 황 대표의 조사를 촉구했다.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를 향해 “이제라도 이 문건에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를 포함해 분명한 사실 관계를 국민 앞에 밝혀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차원의 검토가 있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의장이었던 황 대표는 더 이상 ‘가짜뉴스’라는 주장 뒤에 숨어있기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 재개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은 황 대표를 소환조차 않고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도주를 이유로 맥없이 수사를 중지했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를 재개해 더 이상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황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도 국정조사를 실시해 국회와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한 계엄 획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며 “민주주의를 또 다시 군홧발로 짓밟으려 실행 계획을 짰다는 의혹을 분명하게 규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하려 드는 세력들은 언제고 또 등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대 의원도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계엄을 검토했는지 황 대표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천만다행으로 계엄은 선포되지 않았으나 만일 선포되었더라면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대대적 검거와 언론사 보도지침을 적용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대학가와 광장, 주요 교통로와 시설을 군이 점령한다고 적시되어 있다”며 “계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정치활동도 포고령 위반으로 금지되는 등 유신시대의 긴급조치에 버금가는 천인공노할 독재의 부활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기를 문란케 하고, 역사에 도전하는 이와 같은 행위를 묵과하고 넘어간다면 우리는 군사쿠데타 시도에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촛불 시민의 항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국정조사로 역사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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