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방지재 우수 R&D 중소기업, 기업은행 대출 불가 통보 지연에 타격
‘중소기업금융 특화’, ‘동반자금융’ 모토 맞나...기업 담보만 잡고 기술감정평가 ‘부실’ 의심
“지점 내부 갈등 희생양이 중소기업 되면 안 돼”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 중인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기업은행이 정부·해외 등에서 우수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체에 대출을 해주기로 한 뒤 대출 불가를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대출 갑질’ 논란이 일 조짐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6년 12월 취임해 중소기업 지원 로드맵인 ‘동반자금융’을 모토로 삼아왔다. ‘동반자금융’이란 자금공급자, 금융조력자에 그치던 은행의 역할을 한 단계 더 확장해 기업은행이 기업 생애주기 전반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며 성공을 돕겠다는 의미인 걸로 전해진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과 ‘혁신 성장’을 뛰어넘어 보다 포용적인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도 김 은행장은 ‘따뜻한 금융’, ‘사회와 함께하는 금융’을 강조하는 ‘동반자 금융’을 주창하는 등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에 특화된 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중 22.7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제 역할을 다하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 관련 갑질 행위 및 부실 평가 정황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질적인 측면에선 개선 및 시정요구가 제기될 전망이다.

 

◆ 층간소음방지재 우수 R&D 중소기업, 기업은행 대출 불가 통보 지연에 타격

지난 4일 기업은행으로부터 매출 부진을 이유로 대출이 거절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행정안전부로부터 금년 3월 신기술 지정을 받고 올 8~9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방지재 제품 예상 출시기간에 맞추려 기업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담보대출받기로 했는데 두 달 넘게 지연되다가 ‘대출을 못 해 주겠다’고 최종 통보받았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이후 기업은행으로부터 같은 달 22일 운영자금 약 3억 5천 만 원을 신용대출로 지원받았다. 해당 대출분은 생산 예정인 제품·설비 등과는 별도 회사 운영자금 목적으로 대출받은 돈이며 A씨는 개인카드를 이용해 신용등급까지 낮춰가며 지난 8월까지 금년 대출분 약 4억원을 상환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시제품 생산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길 원했던 A씨는 5월경 설비자재를 담보로 2억 8천 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대출을 위해 설비감정평가를 두 차례 걸쳐 받은 결과로 나온 설비감정가 7억 원에 비해 금액은 부족했다. A씨는 “은행 심사팀 측에서도 ‘2억 8천이면 부족하니 설비 등 다 셋업이 되고 나서 운영 자금이 필요하실 것 아니냐’며 ‘그때 추가대출 나갈 겁니다’라고 하여 설비 설치 후 하반기에 운영자금을 대출해주기로 기업은행 해당지점 심사부에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감정평가액은 통상적으로 시세에 약 7-80%를 해주고 이후 신용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론 감정가에 평균 5~70%를 대출받게 된다. 7억 감정가에 2억 8천 만 원은 40% 정도인 만큼 ‘운영자금을 하반기에 대출해주겠다’는 얘기가 나온 건 은행 측도 금액상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이후 대출 가능성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A씨는 결국 대출을 받지 못 했다. “지난 9월 초 생산설비를 완비하고 원자재까지 공장에 입고한 후 본격 생산을 앞뒀는데 기업은행의 부당한 대출규제로 저희 회사는 풍전등화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A씨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체가 지난 3월 4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방재신기술 지정서와 스위스 학술지에 실린 내용 사진 / 제보자 제공

◆ ‘중소기업금융 특화’, ‘동반자금융’ 모토 맞나...기업 담보만 잡고 기술감정평가 ‘부실’ 의심

A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층간소음 문제’를 다년간 연구개발해 “층간소음방지재”를 만들었다. 조달청으로부터 특허 다수를 보유하고 지난 3월엔 행안부로부터 신기술(NET)을 지정받았을 뿐 아니라 부산대학교와 함께 산학연구를 진행하며 스위스 학회지 등에도 실리는 등 기술에 대한 공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이다.

지난 5월 초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부실시공, 부적합 자재 등이 감사원 조사로 드러나 크게 논란이 된 상황에서 A씨는 이러한 문제들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고자 했다. 감사원 결과 지난해 말 입주 예정인 서울·경기 지역 아파트 191채 중 96%인 184채에서 층간소음공사가 사전에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은 등급으로 시공되고 60%인 114채는 최소한의 성능도 갖추지 못 한 걸로 밝혀진 가운데 4년간 개발한 자사 제품으로 공공문제에 기여함은 물론 충분한 수요가 있을 걸로 봤기 때문이다.

“약 6년 간 친환경 건축자재를 생산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모든 것을 ‘올인’한 상태”였다는 A씨는 “그만큼 생산에 들어가는 초기 자금 부족을 조달하고자 기술감정평가를 제대로 인정받고 대출을 받고자 했으나 ‘반려통지서’에는 매출에 대한 부분만 언급돼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은행 심사팀이 승인했다는 반려통지서엔 ‘매출감소와 신용여신 과다 및 담보 보완책 미흡’이란 사유만 있었고 어떤 기술적 측면에 대한 피드백이나 가치를 언급한 부분은 없었으며 직인이나 문서번호 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이 대출을 거절한 데에 A씨가 부당성을 지적하는 이유다.

추가적으로 A씨는 “은행에서 매출 감소에 대한 소명서 제출을 요구해 11가지 서류를 두 달에 걸쳐 제출했다”며 “회사의 주생산품은 건축석재인데 건설사에 자재 납품 후 약 2-3개월 뒤 결재 받는 게 일반적이라 모든 자금을 층간소음방지재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전에 고지해 은행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어 “기업은행 담당자가 여러 가지 서류들을 요구해 제출 후 기다리다가 은행에 진행상황을 문의하면 부결되기를 반복해 약 4번에 걸쳐서야 은행 측에서 알려줬다고 A씨는 말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은행에 찾아가서 진행상황을 문의하면 그제야 알려줬다”며 “하루하루 회사는 자금 때문에 어려운데 이런 은행의 횡포가 너무 억울하게 느껴졌고 차라리 2개월 전에 대출이 안 된다고 해줬으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든 어떤 대비를 했을 텐데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4일 A씨가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반려통지서  사진 / 제보자 제공

◆ “지점 내부 갈등 희생양이 중소기업 되면 안 돼”

“은행 말만 믿고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에 들어갔고 지난 5월까지 상환한 4억 2천 만 원 이내인 3억 원만이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는데 어떠한 조정도 없이 한 푼도 못해준다는 건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며 현 지점장에게 말하자 ‘다른 은행으로 가라는 뜻입니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A씨는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한 데에는 지난 7월 새로 바뀐 지점장과 심사부 측의 갈등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점장이 교체된 시점에 부지점장 등이 심사부로 가게 되면서 대출 승인이 잇따라 거절되자 ‘기존 고객 죽이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 걸로 전해진다. A씨에 따르면 실제로 신용등급이 A였던 국방부 납품 기업도 대출승인이 거절됐다고 덧 붙었다.

A씨는 “1년 이상 거래했던 전 부지점장은 자사를 맡은 은행 담당자이기도 했는데 기존에 대출할 때 사인, 도장을 다 해서 회사를 잘 알았던 사람인데도 지난 7월 심사부로 간 이후 검토조차 제대로 안 하는 걸로 보였다”며 “대출이 거절되자 지점장에게 심사부에 올려주고 반려통지서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한 번도 반려됐단 얘기를 먼저 안 해줬다”고 지적했다. “3명으로 구성된 심사부에서는 통상 안건을 갖고 보완해 도장을 찍어서 보내오는 게 상식인데 없다는 건 전 부지점장 개인적으로 보낸 거지 검토도 안 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3억을 신청했으면 1억을 제안한다거나 특허를 담보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은행인데 7억 짜리 설비 담보에 공장부지까지 다 잡아놓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며 “내부적인 감정 갈등으로 기술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며 기술개발을 하면서 자금 문제에 어려움이 많은 업체들이 더 없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밝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3억 원에 대한 약속은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며 “혼자만의 결정으로 대출이 나가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지점장이라도 승인권자들이 있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점에서는 3월 달 거도 겨우겨우 해준 걸로 들었고 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반려 통지가 미리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점에서도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어려운 대출이었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거절된 게 안타깝지만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특허나 기술개발이 힘들겠지만 기술만 된다고 다 대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월 28일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동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하반기 60개 기업, 2020년부터 5년간 700개 기업에 채무조정 등을 지원해 부실 방지는 물론 경쟁력 회복을 돕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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