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창당’ 예고한 유승민과 ‘당장 나가라’는 손학규…한국당은 정작 ‘느긋’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좌). ⓒ포토포커스D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우)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좌).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바른미래당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한층 격화되면서 안 그래도 ‘시간문제’였던 분당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 하태경 이어 이준석까지…‘징계’ 통한 압박에 ‘탈당’ 기류 가속

분당 책임에 휩싸일까 거취와 관련해 가급적 말을 아껴온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최근 들어 급격히 탈당 쪽으로 기운 데에는 손학규 대표가 추석이 지나도 지지율 부진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던 약속과 달리 전혀 퇴진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도리어 윤리위원회를 통해 비당권파를 징계로 압박하고 있는 태도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혁신위원회 사태로 비당권파와 갈등을 빚었던 손 대표는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기 위해 지도부 내 비당권파들을 표면상 ‘윤리위 징계’란 합법적 수단으로 축출하기 시작했는데,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가 지난달 18일 하태경 의원에게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려 최고위 활동을 막아버린 데 이어 지난 18일엔 안철수 전 의원을 ‘X신’이란 욕설로 비하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준석 최고위원에게까지 직위해제란 징계를 내려 최고위원직과 노원병 지역위원장직 모두 박탈시켰다.

특히 비당권파가 반드시 세력 확대를 위해 안 전 의원을 포섭하려고 설득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윤리위에서 지난 3월 25일 있었던 이 최고위원의 안 전 의원 비난 발언을 들어 징계한 것은 여러모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는데, 실제로 이 최고위원은 20일 “윤리위는 이미 5월 31일에 징계절차 불개시를 통보했는데 손 대표가 안병원 윤리위원장을 새로 임명한 뒤 윤리위원회에서 동일 사안에 대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깨고 재심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변혁 내 분열을 조장하는 의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최고위원이 손 대표가 ‘변혁 내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유승민계에 대한 징계 외에 안 전 의원의 변혁 동참까지 일부러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인데, 안 전 의원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손 대표는 지난 14일 당직자들에게 안 전 의원이 최근 출간한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책을 선물하면서 안 전 의원을 극찬한 바 있어 이를 꼬집어 이 최고위원은 21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손 대표가 너무 티난다. 신뢰관계가 깨졌기에 (안 전 의원과) 같이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이 최고위원도 안철수계인 권은희 의원이 지난 17일 동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대표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항간에 떠도는 통합의 가능성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없다”고 보수통합엔 선을 긋는 반응을 보이거나 문병호 최고위원이 안 전 의원 합류 없인 비당권파와 함께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등을 의식한 듯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선 “안 전 대표를 비하했다는 녹취도 ‘안 대표가 만약 이렇게 하면 바보 되는 거야’란 발언”이라고 ‘비하 발언’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 분당 전 명분 마련? 孫 “劉, 꼴통보수”…유승민계 “孫, 민주당 돌격대장”

하지만 손 대표의 공세는 변혁 소속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끝으로 잦아들기는커녕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까지 겨냥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는 등 그 수위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는데, 지난 19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한국당으로 가겠다는 사람을 이제 더 이상 말리지 않겠다.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은 일어서기는커녕 망할 것”이라며 “개혁보수 하겠다면서 황 대표와 만나겠다는 게 개혁보수냐. 꼴통 보수를 다시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유 의원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손 대표의 공세에 심지어 한국당까지 20일 황규환 청년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는데, “손 대표가 집안 싸움 와중에 난데없이 한국당을 향한 막말을 쏟아냈다. 본인 리더십 부족과 독단적 태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한국당으로 돌려보려는 얄팍한 꼼수”라며 “갈 길 바쁜 한국당은 다른 당 집안싸움에 관심 없으니 손 대표도 본인 갈 길만 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유 의원은 손 대표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은 채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탈당 일정까지 공개적으로 예고했는데, 그래선지 손 대표는 급기야 폭언에 가까울 정도의 표현으로 유 의원에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장 그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을 꼬집어 “그간 계파정치와 분열정치를 앞세웠고 진보와 호남을 배제하는 수구 보수 정치인이었다. 원칙 없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하다가 배신했고 양보의 정치는 전혀 없으며 오직 나 혼자만이 주인 된다는 생각밖에 없다. 4월부터 탈당 생각하고 그간 자기 똘마니들 시켜 당 대표를 몰아내기만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대표는 “오늘도 (유 대표가) 황 대표(에) 만나자고 했다. 유 대표는 통합을 애걸하고 있고, 받아주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12월에 나가겠다고 하는데 빨리 나가라. 이제 당을 새롭게 정비하고 최고위도 다시 정비하니 문병호 최고위원도 어느 쪽에 설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갖고 결단 내려달라”고 당내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물론 이 같은 손 대표의 연이은 공세에 변혁의 유승민계 역시 마냥 침묵하고만 있지는 않았는데,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를 겨냥 “안철수·유승민이 만든 정당을 완전히 말아드셨다”고 비판했던 하태경 의원은 21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바른미래당을 파괴하고 분열시키는 사람은 유 의원이 아니라 민주당에 잘 보이려 돌격대장 역할 하는 손 대표”라고 지적했으며 뒤이은 게시물에서도 “손 대표는 친박으로 전향한 건가. 탄핵 찬성 보고 박근혜 배신이란 건 우리공화당 주장인데 우리공화당과 통합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이 뿐 아니라 이준석 최고위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호남당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변혁의 첫 번째 과제는 항상 당의 정상화이고 그게 안 되면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응한다는 취지”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유 의원은 손 대표 주장처럼 자칫 보수통합이 ‘야합’으로 비쳐질까 우려했는지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단순히 합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보수정치의 목표가 반문만이 될 순 없다”며 “반문재인 하자고 어영부영 합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 劉 “‘탄핵 논쟁’ 말고 ‘국가 미래 논의’”…김진태 “劉, 탄핵 반성해야”

무엇보다 유 의원은 통합의 전제조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하고 나라의 미래상을 논해야 한다. 자유만 얘기하는 외눈박이 보수로는 안 되고 공정·정의·평등·복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황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하고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고 그게 안 되면 험난해도 우리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일단 유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년도 예산과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겠다”며 공수처 설치 반대 공조 등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에 점차 속도를 낼 의사를 드러냈는데, ‘안철수 전 의원과는 연락이 안 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 더 새로운 얘기는 없다”고 답해 이 같은 행보가 안 전 의원과 합의돼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란 사실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전 대표의 구상대로 한국당과의 통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유 의원이 결행 시점을 12월이라 발표했음에도 황 대표는 “소아를 내려놓는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대통합의 길이 열리리라 생각하고 그런 길을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만 밝힌 데다 유 의원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시기를 단정해서 얘기할 일은 아니다.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합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고 짐짓 뜸을 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은 하긴 해야 하지만 원칙은 있어야 한다. 탄핵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다 끌어 모아 ‘통합만 하자’고 해선 안 될 것”이라며 “알곡과 쭉정이를 같이 다 내놓고 팔면 국민이 안 살 것 같다.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뒤 통합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친박계로서 유 의원에 비판적 시각을 가져왔던 김 의원이다 보니 그가 말한 ‘쭉정이’는 결국 유 의원을 칭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벌써 나오고 있지만, 그나마 유승민계 의원들에게 희망적으로 읽혀질 만한 부분은 김 의원조차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은 물과 기름이기 때문에 다 끌어안을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헤쳐모여 형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면 될 것 같고 우리공화당 분들은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맞을 것”이라고 우리공화당보단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좀 더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놨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