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입 사유·횟수 완화, 고용보험 상실사유 노동자 기재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부지원금 제도를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 / 뉴스타파)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부지원금 제도를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 / 뉴스타파)

#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모집이라 하고는 근로계약서는 계약직으로 계약된 거라고 합니다. 출근시간 이전에 나와 책상 닦기, 담배 심부름, 성희롱 발언 등을 당했습니다. 업무상 지시가 아닌 갑질에 불응하자 계약 종료를 이유로 퇴사를 권유 받았습니다. 계약직이 아니라 퇴사를 거부하겠다고 했더니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서류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첨부해 신청하고 이면에는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업주에게 제재나 처벌이 가능할까요?”

[시사포커스 / 이영진 기자] 500여개에 달하는 정부지원금 중 직장인들에 유용한 지원금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장려금, 일자리 안정자금이 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 등을 지원하여 일정한 소득과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정부지원금은 현행법이 개별 사업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하려면 표준 근로계약서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사항이 구비되어야 한다. 고용장려금과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고용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기타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근로감독의 한계가 있는 중소규모 사업장이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부지원금 제도를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고용조정이 발생하면 정부지원금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지원금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방치, 연차사용 금지, 연장근무 강요 등 노동법 위반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덕기업주들이 직원을 해고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하니까 괴롭혀서 내보내고, 고용보험 상실신고서에 이직 사유를 자진퇴사로 적고 있는 실정이다. 내일채움공제와 청년내일채움공제(만 34세 이하) 사업에 가입한 9만9690명 가운데 월 4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1만1760명(11.8%)이었고, 연(年) 1억원 이상 버는 사람도 222명이나 됐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재가입 사유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업장의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재가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퇴사한 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것을 전제로 1회에 한하여 재가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연차휴가 미부여,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한 재가입 요건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불가피한 사유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유로 두 번 다시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매우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가입 기간과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사업장이 노동자에게 부당대우를 일삼으면서 노동자를 묶어두는 무기로 이 제도를 악용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장갑질119는 "고용보험 상실사유 기재 권한을 노동자에게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법적으로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은 사업주가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를 각각에게 부여하여 같이 제출하게 하고 불일치가 생기는 경우 심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원금 수급을 위해 실제로는 인위적인 감원(해고, 권고사직 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자진사직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노동자가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장려금, 일자리 안정자금 등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원금 신청을 위해 신청요건에 맞게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자에게 허위 신청을 강요 등 부정수급을 조장하고, 서류상으로만 구색을 갖추는 것은 지원금 제도가 추구하는 사업장의 자율개선이라는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사업장이 지원금 제도 취지에 반하는 노동관계법령 위반행위를 하여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또는 부정수급이 적발되는 경우에 단순히 지원금 중단과 지원금 환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일정기간 제외하는 등의 패널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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