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고객 “정기예금 만들러갔는데 펀드 권유 받아...계약 철회하고 싶다”
우리은행 관계자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확인이 어렵다”

라임자산운용이 우리은행에 제공한 펀드 소개 자료 사진 / 제보자 제공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만기가 연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은행 라임펀드의 가입 고객이 직원으로부터 "만기가 되도 돈을 못 주겠다"는 통보를 받은 걸로 나타났다.

18일 은행 직원에게 펀드 상품 사기를 당했다고 밝힌 A씨는 "우리은행이 '라임무역금융' 상품을 추천했는데, 최근 '만기가 되도 돈을 못 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씨가 가입한 상품명은 라임무역금융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7호다. 이는 지난 9일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로 발표해 이달 초부터 만기시점이 도래했으나 연기된 펀드상품 중 하나다.

금융투자협회가 밝힌 지난 8월 말 기준 9개 은행에 대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사모펀드 포함) 판매설정 잔액은 1조8236억원으로 전체 판매사 설정 잔액 중 33.96%를 차지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총 1조139억을 판매해 지난해 말 2.9%에서 올해 6월 말 18.46% 비중을 차지해 6.3배 급격히 늘었다. 

우리은행이 고객에게 상품 가입 설명시 보여준 펀드 개요 내용. 사진 / 제보자 제공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중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와 '라임TOP-2' 펀드, 모펀드가 '플루토 TF1호'인 무역금융과 대출채권이 포함된 '라임무역금융' 펀드 등을 환매가 중단된 총 6200억 원 중 약 1700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이중 '플루토-FI D-1호'와 '라임무역금융' 펀드는 리스크방지 차원에서 검토가 진행된 이후인 4월 말까지 판매가 이어진 걸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초 판매했다가 원금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와 같이 개인 자산가들에게 라임 펀드도 집중적으로 판매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장 고소·고발까지 이어진 DLF와구조적 차이는 있으나 이와 유사하게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앞서 제기된 바 있다. 

A씨는 “만기일이 오는 25일인데 10일을 앞두고 우리은행 C지점 부지점장에게 연락이 와 만기가 되어도 돈을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은행 측 입장은 라임이 발표한 공지만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이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 측은 라임이 2년 8개월 뒤 60%, 4년 8개월 뒤 40% 준다고 한 발표를 그대로 통보했는데 이것도 원금보장에서 60%, 40%가 아닌 투자금에서였다”라고 덧붙였다.

A씨가 가입한 상품 가입날짜는 지난 4월 1일이며 피해금액은 1억 원이다. 해당 금액은 같은 달 18일 빠져나갔으며 A씨는 직원으로부터 펀드 날짜 시작일이 17일이라 1일에는 신청만 받고 18일에 돈이 나갈 거란 설명을 들었다.

라임자산운용이 우리은행에 제공한 펀드 소개 자료 중 일부. 본 상품은 운용 결과에 따라 투자 원금 손실에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 상품으로 투자원금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돼있다. 사진 / 제보자 제공 

당시 상품 가입 과정에 대해 A씨는 “지난 4월 1일 정기예금을 들으러 우리은행 C지점을 방문했는데 담당을 맡아준 B과장이 '왜 정기예금을 들으시냐'며 라임 상품을 추천하자 처음엔 펀드를 들 생각이 없다고 극구 사양했다”며 “그럼에도 B과장은 '원금 보장되요 사모님'하며 6개월만 넣으면 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임에서 우리은행에 보낸 펀드 설명자료에는 채무불이행, 환매중지 등 투자자 유의사항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있으나 우리은행에서 고객에게 제공한 내용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펀드 가입 이후 며칠 뒤 주 거래 은행인 우리은행 D지점 직원으로부터 A씨는 ‘왜 이 상품에 가입하셨냐’며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방이점에 가서 말이죠”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듣고 ‘잘못 되는 거 아닌가’라고도 생각한 A씨는 “둔산점에선 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차후 C지점에 재방문한 A씨는 “부지점장이 제 거래 내역을 보더니 ‘사모님 이 상품 정말 잘 드셨네요’하며 잘하셨다고 칭찬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 15일 재연락이 온 부지점장은 ‘돈을 줄 수 없다’면서도 웃으며 웃지 말라고 해도 ‘어이가 없어 본인도 웃음만 나온다’고 답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가장 황당하다고 밝힌 부분은 지난 2018년 11월 북미펀드가 환매중단됐고, 2월 남미펀드 역시 패쇄형 펀드로 전환됨에도 우리은행이 ‘실적과 수수료’ 때문에 이러한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A씨는 “가입 당시 직원의 지시에 따라 작성했던 투자자정보 확인서에는 '고객님의 투자경험과 가장 가까운 것은 어느 것입니까?'란 질문에 공격투자형이라 체크돼있고, ‘고객님께서 투자한 펀드 기간은 얼마나 되십니까’란 물음엔 3년이라 적혀있어 저의 투자자 성향 분석 점수가 95점으로 됐다”며 “그저 직원 지시에 따라 표시한 부분으로 일평생 저금만 하며 모은 1억을 가지고 이렇게 공격형 투자자가 되어 돈을 잃게 생겼다”며 하소연했다.

추가적으로 “가입신청서 끝에 서명 또는 (인)란에 이름만 있고 싸인은 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이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며 A씨는 계약 철회 의지도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은 상품만 팔고 수수료와 실적만 챙기고 고객의 피해는 라임으로 넘기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신속히 보장 처리 해주겠다는 뉴스도 나왔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실망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30여개 판매사 동일한 상황으로 라임자산운용 보도자료와 같이 현재 상황(만기 지연)에 대해 고객분들께 자세히 안내드리고 있고 자금유동성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산운용사와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DLF건과 같이 6개월만 펀드 상품에 돈을 넣으면 된다고 설득한 부분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에 6개월 만기 상품이 있었고 이에 대한 수요에 따라 판매된 상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판매된 게 은행의 실적 때문인지에 대한 질의와 가입신청서 끝에 ‘서명 또는 인’ 란에 사인을 하지 않고 이름만 기재한 고객이 계약무효를 원하면 가능할 지에 대한 물음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자산관리체계를 전 영업점 대상으로 전면 개편해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논란이 커진 DLF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해 상품 선정부터 판매 후 관리까지 시스템 전 과정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상품에 투자를 결정한 뒤에도 취소를 할 수 있는 ‘고객 철회제도’ 도입과 고객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투자 숙려제도’ 등을 검토한다는 뜻도 밝혔으나 세부시행시기는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 논란이 많았던 우리은행이 달라진 태도와 실천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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