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폭풍 속 與 내 불협화음 분출…보수야당, 상호 ‘통합 타진’ 단계 돌입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약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여야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여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문의 후폭풍에 휩싸여 총선을 걱정하는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에 쓴 소리를 쏟아내는 등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인 반면 조 전 장관 사퇴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보수야당은 그에 못지않은 새로운 투쟁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총선 앞두고 ‘민심 이반’ 우려한 與 의원들, 속속 나오는 자성론
끝을 모르고 지지율 추락을 거듭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 사퇴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가 자칫 문재인 정권 전체로까지 확대될까 우려해 당장 지도부부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검찰개혁 쪽으로 화제를 옮겨가려 하고 있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달 가까이 끌고 있는 조 전 장관 수사를 결론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도 두 달 만에 끝났는데 더 많은 검사와 수사지휘도 결론을 못 내고 있다”며 “무분별한 영장청구와 피의자 및 참고인의 과도한 소환, 위압적 수사 등을 바로 척결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검사의 퇴출 방안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조 전 장관이 발표했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검찰개혁안을 법무부와 검찰은 당장,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데드라인까지 못 박으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인영 원내대표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이해찬 당 대표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겨냥 “한국당이 말하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정치적 상례를 완전히 우주로 쏘아내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사태를 당청 책임론으로 확대시키는 데엔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심지어 당내 친문계 일각에선 조 전 장관 사태로 정권이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벌써부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로 명예회복을 노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데,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조국 역할론’에 대해 “잘 추스른 다음에 (총선 출마를) 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공세적이며 상당히 낙관적인 태도와 별개로 당 내부에선 여론 동향을 차치하고 무작정 비호하는 식의 대응이 맞는 것인지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미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선의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갔다.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며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나”라고 공개적으로 자성 필요성을 역설했고, 같은 날 비례대표 초선인 이철희 의원은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며 아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자 16일 같은 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실 저도 요즘 정치에 대해 힘들더라. 서로 상처만 주는 자체가 유쾌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6일엔 지도부 내에서조차 김해영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집권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이 같은 목소리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자칫 확산될 경우 총선 전 당을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 원내대표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내부의 비판을 하는 분들조차도 우리가 분열하는 것,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당과 바른미래 변혁세력, 보수통합 접점 모색 본격화?
이렇듯 여당 내부사정이 복잡해진 가운데 야권 역시 다른 의미에서 조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총선까지 남은 반년 남짓 동안의 향후 전략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한국당은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대검찰청에서의 법사위 국정감사 이후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진 조 전 장관을 둘러싸고 벌였던 그간의 공방은 잦아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오는 19일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현 정권 실정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둬 이제 ‘반조국’을 넘어 ‘반문재인’으로 전선을 넓혀가려는 심산이다.
다만 황교안 대표도 지난 10일 국회 재정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당시 “장외집회 한 번 열면 돈도 많이 들고 힘이 들어 부담됐다. 재정이 부족해 당 활동이 위축되고, 활동이 위축되니 재정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밝힌 데 이어 12일 계획했던 집회를 취소한 바 있다 보니 이제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분명한 표적도 사라진데다 총선도 머지않은 시점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집회를 재개하려는 데 대한 회의적 기류도 없지 않은 상황인데, 19일 집회를 진행해도 과거 ‘조국 사퇴’란 구호처럼 구심점이 될 만한 메시지를 내놔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또 장외집회의 경우 규모가 커질수록 다음 집회를 개최할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권을 압박할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집회를 거듭할수록 가급적 이전보다는 인원규모가 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동시에 안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고정 지지층을 넘어선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을 내세워야 하지만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온 조 전 장관 이슈와 달리 그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현 정권의 경제나 외교안보 실책만 다시금 투쟁 동력으로 내세우기엔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선지 보수통합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는데, 이미 황 대표가 지난 8월 27일 “내년 총선까지 우파 대통합이란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며 총선 전 통합을 실현해내겠다는 의지를 표했으나 “한국당이 중심이 되어서 실현해내야 된다”고 강조해 그동안 별 다른 속도를 내지는 못했던 만큼 총선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 이 시점에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 등과 얼마나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황 대표와 유 의원 간 회동에 대해선 양측 모두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 대표를 역임 중인 유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변혁 회의를 마친 뒤 “날만 잡히면 황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황 대표도 같은 날 오후 대구에서 열린 ‘민부론이 간다’ 간담회 직후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체도 할 수 있다. 이 정부 폭정을 막으려면 자유우파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황 대표는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와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유 의원의 발언을 의식한 듯 탄핵 문제 등으로 촉발될 당내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의를 생각하면 소아를 내려놓을 수 있다.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으니 잘 모아서 대통합을 이뤄가겠다”고 공언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하나 돼야 된다는 생각은 다 같이 하고 있다. 모두 같은 마음이고 여러 채널로 말이 오갈 수 있다”고 황 대표와 유 의원의 회동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제3자인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조차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유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박근혜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해야 된다는 이런 스탠스를 갖고 가는 게 보수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길인데 결국은 한국당으로 통합할 것”이라며 양측 간 보수통합이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 與의 ‘자성’과 野의 ‘통합’, 둘 모두 당내 반발이 문제
문제는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한 자성론이나 탄핵 갈등을 넘어선 보수진영의 통합은 중도나 무당층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총선 카드로 여야 각각 작용할 수 있겠지만 자당 내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당장 여당에선 총선을 의식해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일부 보도에 핵심 지지층이 지난 15일 민주당 당원게시판을 온통 ‘지도부 사퇴’ 요구로 도배했고, 인사청문회 때 조 전 장관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은 물론 민심 이반 문제를 제기했던 박용진 의원의 SNS에도 비난 글을 쏟아내는 등 조 전 장관을 끝까지 보호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 속에 자성론은커녕 성난 고정 지지층의 압박 때문에 대부분 정권 두둔에 나서기도 바쁜 분위기다.
하지만 집토끼 눈치만 본 채 조 전 장관 문제와 관련해 자기반성적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 총선 승리에 필요한 중도층이란 산토끼를 놓치게 된다는 딜레마가 없지 않은데, 그럼에도 발끈한 집토끼를 끌어안는 게 우선순위라 판단했는지 이 원내대표는 1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 차원에서 유감 표명하고 사과 의사 밝힌 분들이 계시지만 그걸 떠나 지금은 민생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하고 신속하게 검찰개혁을 전개해야 하는 그런 시점인 만큼 그 일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며 자성론은 이제 접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야권의 보수통합 역시 각 당 내부의 반발수위가 성사 여부를 좌우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유 의원 측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구 친박계가 여전히 한국당 내에 적지 않은데다 유 의원이 이끌고 있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견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안철수계 비당권파인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유 대표가 황 대표와 만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유 대표가 한국당에 요구하고 있는 쇄신의 조건이란 것이 한국당 특성상 절대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항간에서 떠도는 통합의 가능성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선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 유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이미 감지한 듯 앞서 16일 황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통합을 위한 게 아니라 원칙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급기야 오신환 원내대표까지 변혁 내 안철수계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과 관련해 “생각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 비당권파 내부에서조차 아직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는데, “다른 동료들에 의해 재조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지만 유 대표가 우선 신당 창당 시한을 21대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인 12월17일로 제시한 상황에서 장차 당내 설득부터 통합까지 이루기엔 상당히 시간이 촉박한 만큼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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