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에도 여야 갈등 격화…원내선 사법개혁안 충돌·원외선 장외집회 재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지난 1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갑작스러운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진사퇴로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에 밀렸던 지난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를 설욕하는 듯했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에서도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도리어 검찰개혁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면서 양측은 이제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 예상 깬 조국의 ‘깜짝’ 사퇴…기세 오른 野, 다음 표적은 누구?

조 전 장관 사퇴설이 돌기는 했었지만 불과 사퇴 하루 전인 13일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출구전략이니 사퇴설이니 보도 놀라 지도부에 진중히 체크해보니 낭설”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을 만큼 대부분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에서도 이토록 빨리 일어날 줄은 예상 못한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4일 오후 정론관 브리핑 이후 “사실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여당도 조 장관 부담이 커서 곧바로 정리할 거라 생각했지만 바로 오늘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조 장관의 사퇴 배경을 놓고도 지지율 급락을 의식한 당청의 조국 압박설부터 검찰 수사를 받던 조 장관 부인이 뇌종양 및 뇌경색 진단을 받은 데 따른 가족 건강 문제설, 위증죄가 두려워 법무부 국감 하루 전 돌연 사퇴했다는 주장 등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마저 14일 오후 2시에 계획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 회의를 한 시간 연기하는 등 조 장관의 전격적 사퇴를 예상 못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청와대는 조 장관이 지난 13일 고위 당정청 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으나 청와대와 여당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사퇴에 대한 사전 논의설이 계속 나돌면서 일부 강성 당원들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반면 조 장관 사태로 드디어 지지율 상승세를 탄 보수야권에선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나온 조 장관 사퇴 소식에 잠시 당황했는데, 자유한국당의 박맹우 사무총장은 14일 ‘조국 사퇴로 당내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그런 면이 있겠다”고 답했으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9일 개최하려던 촛불집회를 “물러났으니 하지 않겠다”면서 취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단 조 장관 사퇴와 별개로 여진은 계속되는지 조 장관 관련 의혹을 둘러싼 국정감사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는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조국 없는’ 조국 갈등이 이어지는 묘한 모양새인데, 1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해온 웅동학원에 대한 채권 회수 문제를 두고 집중 추궁이 이어졌고 법사위 국감장에선 사퇴한 조 장관을 대신해 김오수 차관이 출석하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공동 책임을 지고 새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 동반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등 조 장관의 이름이 계속해서 오르내렸다.

일견 주요 표적을 잃은 ‘눈 먼 공세’처럼 비쳐질 수도 있으나 야권에선 조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점차 문 대통령에 대한 압박까지 본격화하고 있는데, 한국당에선 14일 일부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대통령 하야 요구에 대해 박맹우 사무총장이 “그런 단계까지는 안 갔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일 문 대통령을 향해 “제대로 국민 앞에 사과해 달라”고 촉구한 데 이어 바른미래당에서도 오신환 원내대표가 15일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한 목소리를 내는 등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쪽으로 공격 포인트를 잡았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본관 245호)에서 열린 '文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본관 245호)에서 열린 '文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의 경우 15일 국감 중간점검회의에서 “성난 민심이 고작 조국 사퇴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라며 9·19남북군사합의 폐기와 소득주도성장 3법 저지 등 국정 전반에 대한 대전환을 요구했다.

심지어 야권은 평양에서 치러지는 남북 월드컵 예선전이 현장 중계되지 못하는 데도 적극 항의하지 않는 현 정부의 대북 기조를 꼬집어 한 목소리로 공세에 나섰는데, 황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축구경기를 보지 못하는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현주소를 확실히 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서도 노영관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상습적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계속 넘기는 정부의 속내가 궁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고민 깊은 與, ‘검찰개혁’ 강행으로 역공 나서…핵심은 공수처?

한편 조 장관 사퇴 책임을 놓고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일어날 만큼 안팎으로 위기에 몰린 여당에선 조 장관이 마련한 검찰개혁안을 어떻게든 국회에서 통과시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부터 15일 원내대책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조 장관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이정표를 만들었고 그의 역할은 불쏘시개 그 이상이었다. 민주당은 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 완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미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히 검찰개혁을 끝내라는 것이 국민의 1호 명령이다. 29일부터 본회의 상정”이라고 데드라인까지 밝힌 데다 패스트트랙 추진에 공조했던 야당들에 선거법 처리에 앞서 사법개혁안부터 처리하자고 제안했을 만큼 이 원내대표는 총선 전까지 속전속결로 국면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소수정당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때문에 여당과 손을 잡았던 일부 야당들은 사법개혁을 먼저 처리하자는 여당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는 14일 “왜 조국 때문에 국회가 이미 처리 순서와 처리 일정을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과 검찰개혁법안 처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야 하나. 검찰개혁 법안을 먼저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선거법과 공수처법 모두 통과 안 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고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도 “협의도 없이 불쑥 발표한 것은 야당 무시”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16일 열릴 여야 3당의 ‘2+2+2’ 첫 회동에서 이 같은 주장을 계속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조 장관 사퇴로 야권에 실린 무게추를 지난번처럼 패스트트랙 문제를 화두로 하면서 한국당을 고립시켜 다시 자당으로 옮겨오려는 심산이다 보니 한국당에선 여당의 이런 태도를 꼼수로 보고 ‘공수처’를 문제 삼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먼저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도 15일 국감 중간점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와) 큰 틀에서 다른 것은 없다. 공수처에 대한 원칙적 반대 입장에 대해선 다름이 없다”고 황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처럼 한국당이 ‘공수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공수처 설치를 뺀 검찰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국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하는 만큼 가짜 검찰개혁을 선동하는 비겁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팽팽히 맞섰는데, ‘캐스팅보트’인 바른미래당의 오 원내대표는 1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공수처 설치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정권으로부터 악용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수처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변해 한국당과 대조를 이뤘다.

다만 오 원내대표도 여당의 공수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선 “검찰이 밉다는 이유로 검찰의 권한을 공수처에도 똑같이 부여하고 대통령이 공수처장부터 수사관까지 모조리 임명하도록 하는 안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 부활시키는 검찰개악”이라며 “지금 이름부터 다른 두 개의 법안이 각각 여당안과 야당안으로 동시에 패스트트랙 지정된 상태인데 민주당이 진짜로 검찰개혁을 하고 싶다면 이 두 개의 공수처 법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입장부터 정리하라”고 각을 세우고 있어 여당 뜻대로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靑, 직접 대응 자제하며 반전 노리나 曺 후폭풍에 ‘국론분열’ 여전

이렇듯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천명하며 대대적 강공에 나섰다면 조 장관 사퇴를 전후로 청와대에선 여당과 같은 직접적 대응보다는 경제 행보를 통해 그간 이반된 민심을 끌어 모아 지지율 부진 상황을 벗어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15일에도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 대해 “내수경기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라며 “민생·경제와 관련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책들을 꼼꼼하게 챙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표면상 민생경제를 거론하고는 있으나 문 대통령 역시 지난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는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불만은 숨기지 못하고 있는데, 조 장관 사퇴 때문에 청와대가 검찰과 전면전을 벌이는 듯한 구도를 취해봐야 역풍만 일어날 것을 우려한 듯 청와대에서도 노골적으로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압박하는 목소리는 더 이상 내놓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는 법무부장관직 공석 장기화로 자칫 검찰개혁 추진력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야당의 인사검증 공세를 각오하고 후임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벌써 김오수 차관이 승진할 가능성은 물론 전해철 의원이나 박범계 의원부터 봉욱 전 대검차장이 발탁되거나 시민단체 출신인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비록 전 의원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의사 타진이 있었음에도 국회에 남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정권이 당초 검찰 출신을 꺼리는데다 야권의 청문 공세가 예상돼 현역 국회의원에 무게를 둔다면 인재풀이 한층 좁아져 조 장관 후임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로 개최 여부를 고민하던 광화문 장외집회를 결국 당초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뜻을 모은 분위기인데, 이제는 ‘반조국’이 아니라 ‘반문 집회’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조 장관 사퇴 뒤에도 서초동에서 19일 촛불집회를 열겠다는 친문 지지층과 또다시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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