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 화합의 장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사람들(이하 장행사)은 지난달 20일 제 2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 해피코리아’ 행사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에덴하우스에서 열었다.

에덴하우스는 지난 1983년 설립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직업재활을 통해 자활ㆍ자립할 수 있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에덴하우스는 대지 2,000평, 건평 1,449평에 새워진 현대 시설로 장애인들의 숙소와 재활시설도 갖췄다. 에덴하우스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지능이 낮고, 뇌성마비 혹은 반신불수, 다운증후군을 가진 중증 장애인이다.

에덴하우스를 설립한 이사장 정덕환(60)씨는 27세 이후의 생을 휠체어에 앉아 보낸 장애인이다. 유도 국가대표였던 그에게 1972년 훈련 도중 경추 4,5번이 골절됐고 전신마비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 후 몇 차례의 수술을 마치고 76년 모교에서 코치생활을 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 후 정씨는 서울 구로동에서 3평 구멍가게부터 시작해 3년 만에 손에 쥔 500만원으로 독산동의 한 장애인 수용시설에 전자 부품 설비를 들여놓았다. 이후 전자제품기판에서 문구류 제조까지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83년 독산동에 에덴하우스를 세우게 된 것. 그 후 정씨는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회와 격리돼 있던 중증 장애인들을 데리고 와 숙식, 노동을 함께 하며 사회 적응의 길을 모색했다.

그러다 89년 쓰레기종량제 실시에 맞춰 종량제 봉투 전문 생산 업체를 만들 것을 결심했고 “일하려는 장애인에게 기회를 달라”며 구청을 찾아 주문을 따냈다. 그리고 9년 뒤인 1998년 현재 에덴하우스가 위치한 파주시 교하면에 새 둥지를 틀었고 지금까지 장애인들이 합심해 쓰레기봉투를 생산하며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날 행사는 제 2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에덴하우스에서 직업재활에 열중하고 있는 장애우들을 위한 것으로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 내 매끄러운 행사진행을 도왔다. 이들은 비를 맞으며 이 건물 저 건물 종횡무진하며 선물과 기념품을 나르면서도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박강수 장행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현재 법적 등록된 장애인 수만 200만 명이지만, 직업을 가진 장애인은 10분의 1정도 밖에 안 된다”며 “정부의 정책이 생활지원이 아닌 그들 스스로 직업을 갖게 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중증 장애인 최저임금법의 별도 재정과 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의 증설 등 정부와 국회에 두 가지 정책을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주변의 많은 장애인들과 소외된 분들이 우리사회에서 그들의 능력과 존재 자체를 인정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야 할 것”이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영화 ‘마음이..’의 상영으로 시작됐다. 마음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마음이’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과 깊고 순수한 애정을 나누는 내용의 가족영화. 영화를 본 극장 안에서는 때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때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코끝이 빨개진 채 영화를 보고 나온 한 장애우는 “마음이가 죽었을 때 너무 슬퍼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는 에덴하우스에서 직업재활을 하고 있는 장애우들이 직접 부채춤 공연, 매직쇼, 벨리댄스 공연, 장기자랑, 무술시범 등을 보여줘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성심성의껏 준비한 공연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며 큰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일반인들에 비해 몸은 부자유스럽지만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진 계기가 된 것이다.

장기자랑에 참여한 한 장애우는 “내 공연을 보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자주 생겼으면 한다”고 웃음 지었다.

또 장애우와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면서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강수 장행사 회장을 비롯,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김혁규 의원 부인인 이정숙 여사 등을 비롯한 300여명의 정·제계의 인사들이 참석,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장애우들에게 직접 밥을 퍼주며 그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정을 나누기도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장애우, 봉사자, 참가자들의 마음속엔 한줄기 따사로운 빛이 스며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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