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계 ‘꽃가마’ 발언에 安 측 격앙…시간 촉박한데 속만 타는 劉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변혁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 ⓒ포토포커스DB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변혁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 끝에 새로운 길을 갈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며 사실상 정계개편 준비 작업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꼬이면서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홀로서기’에 반드시 필요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미국행을 택하면서 엇박자를 냈을 뿐 아니라 이혜훈 의원의 이른바 ‘꽃가마’ 발언으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사이에 불안한 조짐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 전 대표가 재론하는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감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자유한국당에 요구하면서 보수통합을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수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안철수, 귀국은 시기상조?…‘오매불망’ 劉 “우주라도 가겠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결집에 들어간 유 전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10월1일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유력하게 전망되어온 귀국 가능성에 스스로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최근 정계복귀설에 힘을 싣게 만든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서적 출간에 대해선 “독일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정리하는 의미”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미래를 대비해 혁신혁장을 다니며 우리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고, 미국에선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만 해도 “직접 연락하고 의사를 묻고 그런 노력을 하고 있으며 문자도 주고받고 있다”고 강조하던 유 전 대표를 허탈하게 만들 만큼 안 전 대표의 결정은 예상을 깨는 갑작스러운 변수가 됐는데, 일단 유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안 전 대표가 독일로 유학가면서 ‘1년 정도 있다 오겠다’고 밝혔던 점을 의식한 듯 “미국 가는 거야 본래 있었던 계획 같고 그 안 대표 뜻이 중요한 거니까 뜻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차분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같은 날 오후 안철수계 의원 등 현역 6명과 함께 한 청년당원과의 간담회에서 “분명한 답은 아직 없다. 당분간 미국에 있어 국내정치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보지만 어차피 정치하려고 뜻 세운 분이니 마땅히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고 짐짓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유 전 대표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김철근 대변인은 “유 의원이 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미국이 아니라 우주라도 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을 만큼 실상 유 전 대표의 속내는 초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전 대표는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듯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 자신이 있다. 국민이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정의당에 만족하겠나”라고 역설한 데 이어 “너무 시간을 끌지는 않겠다”고 호언했는데,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신당 창당이 유력한 옵션 아닌가’란 질문에 “나는 자신감이 있다”고 거듭 창당 쪽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신당 창당을 위해선 내년 총선을 감안해도 시간이 촉박해 안 전 대표를 오래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유승민계 하태경 의원은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 전 대표가 우주까지 가신다고 하니까 안 전 대표 (있는) 미국까지는 가실 거라 본다”며 안 전 대표가 응답할 시한에 대해선 “11월 못 넘긴다. 그럼 우리 15인끼리 이야기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설령 유 전 대표가 미국행을 감행하더라도 설득작업은 내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설상가상 ‘꽃가마’ 논란까지…급기야 문병호도 ‘관전’모드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제는 한시가 급한데도 정작 안 전 대표 설득은 차치하고 도리어 양측 관계가 꼬여가는 듯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 일례로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안 대표 스타일이 문제가 있을 때는 거기에 끼고 싶어 하지 않고, 문제가 정리되고 나서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라고 많이들 얘기 했던데 그분들이 안 대표를 정확하게 알았던 것 아닌가" 유 전 대표가 안 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정치적인 수사라 보이고 다른 진영으로부터 비난 받게 되는 상황엔 절대 안 전 대표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하태경 의원까지 같은 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를 겨냥 “이번 총선 건너뛰면 해외에서 객사한다”며 “총선 건너뛰고 대선으로 바로 가는 것은 자기 기반 다 사라지고 뭘 한다는 이야기냐. 본인도 출마해야 된다”고 강한 어조로 압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유승민계 의원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김도식 안 전 대표 비서실장은 당장 입장문을 통해 “마음이 급하거나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정치 입문 후 평탄한 길을 걷지 않고 험로를 걸어온 그에게 ‘꽃가마’ 운운 발언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이런 예의에 벗어나는 발언은 함께 모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직접 경고하기도 했는데, 이런 기류 때문인지 비당권파 측에 합류하려던 인사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실제로 당권파였음에도 변혁 출범 이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손 대표와 거리를 둔 모습을 보여 온 문병호 최고위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분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저의 선택은 일단 안철수·유승민 두 분의 힘을 합친 조합”이라고 밝혔으나 끝내 안 전 대표가 함께 하지 않으면 비당권파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하 의원이 8일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현재 15명인 당내 비당권파 모인인 변혁에 플러스 1이 되거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던 만큼 추가 합류 가능한 인사들도 안 전 대표 행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승민계 의원들과 달리 현재 변혁에 함께 하고 있는 안철수계 의원들 대다수가 비례대표 의원이란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의원직 상실 없이 탈당하려면 현재 당권을 쥔 손 대표에게 출당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안 전 대표도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역시 유 전 대표 측에서 강하게 요구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안 전 대표의 귀국 여부는 유 전 대표가 추진하는 정계개편의 최대 관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조차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대해선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성격상 본인 희생 속에서 자기 조직을 살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직 희생 속에 자기가 대통령 되는 길을 택하는 분”이라며 “대권이 목표라면 총선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느냐를 봐야 되는데 3~4년 전 국민의당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총선 전 귀국엔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 한국당엔 ‘탄핵 입장’까지 촉구한 劉,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탄핵 이후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포토포커스DB
탄핵 이후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이렇듯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 돌파구를 찾으려는지 유 전 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구체제를 혁파해야 한다. 한국당이 탄핵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입장을 분명히 할 때 황교안 대표든 누구든 만나 통합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는데, 이는 곧 친박계 인적청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총선 전 당내 결속이 중요한 한국당 지도부로선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이미 박맹우 사무총장,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 추경호 전략부총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친박계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조국 사태를 계기로 간신히 잦아든 당 내홍을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때문에 재발시켜 자칫 총선 전 보수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부진한 반면 한국당은 격차를 바짝 좁히며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굳이 이 시점에 다시 탄핵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변혁 측과 손잡아야 될 필요성은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는데, 그래선지 황 대표는 탄핵 문제에 대해 “과거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당 의원 중 내년 총선 공천을 받기 어려워진 일부 세력과 손을 잡는 ‘이삭줍기’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하 의원이 지난 8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한국당 내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도 적극 만날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국 사태로 숙청되는 사람도 환영한다”고 밝힌 데 비추어 결국 총선 전 보수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각과 관련해선 박지원 의원이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가 도로 박근혜당 되려고 노력하는 한국당, 친박신당, 그리고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면서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는 유승민당, 이렇게 3분이 될 수 있는 그런 구도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친박신당인 우리공화당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탄핵에 가담한 너희들하고는 같이 하지 않겠다, 이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향후 안 전 대표의 합류가 성사된다면 중도층 확대를 원하는 한국당에서도 유 전 대표 측에 지금보다 실질적 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마저 조국 사태 후폭풍으로 인해 중도층 민심이 한국당에 쏠리게 되면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만큼 앞으로 유 전 대표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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