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립 이후 업계 1위 등극한 라임자산운용...펀드 환매 연기 사태까지
펀드 판매사 30곳 중 은행권 9곳 은행...‘DLS’ 이어 개인투자자 피해 또?
금년 파생금융상품 사태 줄줄...은행권 이어 운용업계도 신뢰 ‘비상’

9일 라임자산운용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환매를 각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 라임자산운용
9일 라임자산운용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환매를 각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 라임자산운용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지난 2012년 혜성처럼 등장해 고공 성장해온 라임자산운용이 고수익을 추구하다 한방 먹은 셈이 됐다. 올 초 제기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과 지난 8월 금융감독원 조사에 이어 이달 2일 사모채권 펀드 3개에 대한 상환금 지급 연기로 제동이 걸리면서다.

추가적으로 공휴일인 10월 9일 한글날, 평온한 분위기 가운데 금융업계에선 다음날 파장이 예견된 소식이 전해졌다.

9일 라임자산운용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환매를 각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은 30여 곳의 금융사에서 판매됐으며 이중 은행도 9곳이나 포함된 걸로 전해진다. 여기엔 개인 투자자 3-4000명도 있어 은행의 불완전판매와 원금손실이 발생한 ‘제2의 DLS 사태’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은행권 파생금융상품 판매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파생금융상품 관련 ‘날벼락’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2012년 설립 이후 업계 1위 등극한 라임자산운용...펀드 환매 연기 사태까지

라임자산운용(대표 원종준)은 지난 2012년 3월 30일 설립됐으며 자본금 110억원에 임직원들에 지분을 전부 나누는 ‘임직원 100% 소유 종업원 지주회사’로 알려져 있다. 2015년 12월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이후 2017년 펀드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라임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선두주자가 돼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추종하는 헤지펀드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있다.

라임운용은 공모펀드 운용사들을 모두 합쳤을 경우 26위권이지만 올해 4조9042억원 규모인 메리츠자산운용을 앞서 사모펀드 설정액만 따지면 19위를 차지한다. 대체투자 부문에 특화돼 지난해 운용자산이 3조원을 넘어선 라임운용은 올해엔 채권형 펀드와 주식 롱숏 펀드 등으로 자금이 다양하게 유입되면서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5조 37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헤지펀드 운용사 중 최초인 기록이다.

이렇듯 승승장구로 사업규모를 확장해온 라임운용은 지난 1일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3개 펀드의 상환금을 지급 연기한다고 밝혔다. 해당 첫 번째 상환 연기 금액은 약 274억원이다.

라임운용에 따르면 해당 자산의 절반은 지난 1일 만기였던 레포펀드(Repo·환매조건부채권)이며, 현금 유동화에 차질이 생겨 문제가 된 건 나머지 절반인 라임자산운용 모펀드인 ‘라임플루토’에 투자된 재간접상품이다.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는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직접 체결해 편입한 사모채권상품으로 상대적으로 시장성은 낮아 장내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라임운용 측 설명이다.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메자닌(Mezzanine)이 편입돼있으며 지난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가 됨에 따라 주식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졌다고 라임운용 측이 밝힌 걸로 전해진다.

 

메자닌 투자 예시 사진 / 라임자산운용
메자닌 투자 예시 사진 / 라임자산운용

◆ 펀드 판매사 30곳 중 은행권 9곳 은행...‘DLS’ 이어 개인투자자 피해 또?

지난 9일 발표 후 라임운용은 해당 상품들의 환매를 중단한 상태다. 중단된 펀드는 약 1조 1000억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환매 중단 대상 펀드는 설정액이 6200억원이다.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DLS 사태로 은행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년 헤지펀드 판매에 크게 나섰던 은행들은 덩달아 긴장하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9개 은행에 대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사모펀드 포함) 판매설정 잔액은 1조8236억원으로, 전체 판매사 설정 잔액 중 33.96%를 차지한다.
라임 전체 판매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1위는 우리은행이며 이어서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NH농협은행, 경남은행, KB국민은행,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순이다.

우리은행은 총 1조139억을 판매해 지난해 말 2.9%에서 올해 6월 말 18.46% 비중을 차지해 6.3배 급격히 늘어 1분기 중 가장 큰 폭으로 판매금액이 늘어난 수치를 보인 걸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자(子)펀드를 팔면서 환매가 중단된 6200억원 중 약 1/3을 차지하는 2000억원 가량을 판매한 걸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들어 연 5~7%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자산가들에게 라임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았으며 파생상품 부서에서 라임운용 펀드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신용공여(대출)를 해주는 등 판매에 적극 나선 걸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증권사들이 라임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전 판매사 합산 6200억원 환매가 중단됐는데 이 중 우리은행은 알려진 것보다는 적은 약 1700억원 규모로 판매됐다”고 말했다.

현재 라임운용 펀드 역시 DLS와 구조적 차이는 있으나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펀드 투자 구조 사진 / 라임자산운용 

◆ 금년 파생금융상품 사태 줄줄...은행권 이어 운용업계도 신뢰 ‘비상’

지난 7월 DLS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등 파생금융상품 관련 일들이 줄지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만기가 일반적으로 3년에 대부분 1년에서 1년 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기에 당장 손실을 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주가가 오를 기미는 크게 보이지 않고 있고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투자 자금이 묶일 처지에 있어 금융 소비자들은 답답한 상황에 있다.

이번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사측은 레포펀드 투자금액의 경우 신탁계약 종료일인 상환일에 먼저 지급하기로 하고 사모채권 투자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펀드 수익이 생기면 고객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라며 현금화가 이뤄지면 지급할 계획인 걸로 전해진다.

사측은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대외적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지난 7월 펀드수익률 조작 의혹 등에 대해 사측이 적극적으로 해명한 데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쏟아지면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돼왔다는 분석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펀드에 편입된 자산이 기본적으로 채권이면 발행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증시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산을 만기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라임운용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상품은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 방식인데 상품 특성상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사채나 메자닌은 유동성이 떨어져 기본적으로 개방형 펀드에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라임운용은 모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 자금을 투입하도록 자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투자하는 재간접 방식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보완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해 라임운용 관계자는 “재간접 방식은 유동성 문제 보완과 함께 분산투자 효과도 있다”며 “자사 상품 중 대부분이 환매가 안 되는 만기형인 폐쇄형 펀드지만 일부 있는 개방형 펀드는 그것도 한 달에 하루 청구가 가능하며 그 돈도 25일 영업일 후 지급될 만큼 굉장히 제한적인 개방형”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고수익 투자 문제와 관련해 묻자 라임운용 관계자는 “회사를 대표해 입장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문제로 거론된 메자닌 투자에 대해서는 “메자닌 비중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투자를 많이 하는 게 왜 문제인 걸로 여겨지는지는 모르겠다”면서 “투자를 많이 하면 중소기업에 공급을 많이 하는 건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좋은 일은 아닌 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본부장(상무)는 라임운용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단기간 급성장하면서 비슷한 펀드를 출시해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인 만큼 이번 사태로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지 않도록 운용사들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걸로 전해진다.

한편 이달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제재 여부를 검토 중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난 배경과 앞으로의 환매 계획 등이 담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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