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탈당’ 가능성도 열며 보수행보 본격화…한국당도 통합 호소 나서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인 유승민(좌), 안철수(우) 전 공동대표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인 유승민(좌), 안철수(우) 전 공동대표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석 이후에도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어떻든 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굳히고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로 당 장악 의지를 한층 분명히 하면서 이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회의조차 따로 할 정도로 갈라서게 돼 사실상 분당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혁신위 갈등을 비롯해 지난 5개월 간 신경전을 벌여왔던 양측은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는지 이전보다 노골적으로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보수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정계개편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 침묵 깬 유승민과 잠행 깬 안철수…바른미래 분당 수순?

그동안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의 손 대표 비판에도 좀처럼 전면에는 나서지 않았던 유승민 전 대표가 최근 들어 침묵을 깨고 적극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바른미래당 탈당을 포함한 독자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유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안철수계를 포함한 비당권파 의원들 15명이 결성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에서 대표로 추대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이 이대로 가서는 그 어느 것도 이룰 수 없어 지금부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드리고 출발한 정당이었다.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일각에선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그간 한국당과의 통합을 의심해온 손 대표의 지적을 의식한 듯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면서도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는 것은 우리의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에선 탈당을 하더라도 일단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비록 당권쟁탈전에선 손 대표에 끝내 밀려버렸지만 우선 소속 국회의원 28명 중 과반이 ‘변혁’에 함께 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해 신당을 결성하면 원외 출신 중심인 손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자격을 잃어 내년 총선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거란 계산 역시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세 불리기’에 나선 비당권파의 오신환 원내대표는 유 전 대표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권파 측) 호남계 의원들도 (동참 권유를 위해) 접촉 중”이라며 호남 의원들까지도 포섭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비당권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유 전 대표와 함께 공동 창당 주역이었던 안철수 전 대표의 동향인데, 이미 안철수계 의원들이 유승민계와 함께 하고 있다지만 독일에 있는 안 전 대표까지 직접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할 경우 비당권파 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힘입어 손 대표 측과의 ‘갈라서기’도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출국한 이래 1년 이상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해외에서 잠행을 이어왔던 안 전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겠다고 자신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을 통해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어 드디어 정계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유 전 대표도 같은 날 ‘변혁’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모임이 출범한 만큼 저도 안 전 의원에게 뜻을 전하고 (동참할) 뜻도 물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유 전 대표는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란 입장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뒤인 2일엔 자신이 대표를 맡아 열린 첫 ‘변혁’ 회의에서 “우리의 선택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내리겠다. 지금 이대로는 절망뿐이란 공통인식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사즉생의 각오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겠다”며 오는 4일엔 원외위원장, 6일엔 청년정치학교 1~3기 전원을 초청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 안 전 대표와 관련해서도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통해 교감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총선까지 반년도 채 안 남은 점이나 탈당하더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20명 규모엔 못 미친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비당권파 내에 없진 않은데, 유승민계 지상욱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가 나갔을 때 신당 창당을 하면 교섭단체가 일단 안 되지 않나”라고 지적하면서 도리어 한국당과 함께 할 가능성에 대해선 “6개월이란 시간이 있어서 어떤 플랫폼으로 어떻게 변화되느냐에 따라 미래 여지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바른미래 주시하던 한국당, ‘봇물 터지듯’ 보수통합 역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바른미래당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이 일어나자 한국당에서도 연일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당장 김무성 의원은 1일 오전 자신이 주최한 ‘열린 토론, 미래’ 세미나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보다 몇 배 더 중요한 선거법 개악을 막아야 하며 삭발, 단식투쟁보다 높은 수위인 최후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며 “분당 상태인 바른미래당의 양심세력과 통합을 위한 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명목상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저지를 접점 삼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 보수통합을 진행하라는 주문인데, 심지어 현 지도부 일원인 정미경 최고위원도 같은 날 오후 전북도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정권이 지금 오만해진 것은 비참해진 야당 때문이고 현재 수도권 민심은 ‘조국, 문재인도 싫지만 한국당도 싫다’는 분위기”라며 “무당층이 38%에 이르는데 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나와 한국당과 통합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통합 방안이 있지만 아직 언론에 말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현재 한국당과 통합하기엔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바른미래당 측 반응을 의식한 듯 “지난해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탄핵 이후 한국당의 쇄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담을 그릇도 작았고 국민들의 실망을 회복하는 방법도 강구하지 못했다”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황교안 대표마저 김무성 의원의 권고에 화답하듯 2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바른미래 탈당자가 복당하기에 어떤 조건이 필요하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문을 열어놓고 함께 하겠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상황이 아니라 대의 앞에 소의를 내려놓고 힘을 합해야 한다”며 “문호를 활짝 열고 우리 헌법가치를 지키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바른미래당에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비록 유 전 대표는 이런 러브콜에 직접 호응하는 모습을 아직 보이진 않았지만 그 역시 우회적으로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모양새인데. 유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당을 향해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치의 길에서 뜻을 합치겠다면 대화의 유무 여부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혔으며 2일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조국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 중인 이학재 한국당 의원을 찾아가 격려한 뒤 “바른정당을 같이 만들고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할 때까지 이 의원과 같이 정치를 해왔다. 지금은 당이 다르지만 동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거론하기도 했었던 선거제 개혁안, 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 저지는 향후 양측이 공조하면서 양당 통합을 정당화하는 데 내세울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애당초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도 바른미래당의 동참으로 가능하게 됐던 만큼 이들 중 비당권파가 군소정당인 자당의 의석 확대에 유리한데도 현 선거제 개혁안을 파기시키는 데 앞장서 공헌한다면 ‘탄핵 책임’을 지적하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도 무마시키고 보수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선 이미 유 전 대표도 공조 의사를 드러냈는데,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표결에 부처지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 설치에 대해서도 “한국당이든 누구든 생각을 같이 한다면 협력할 것”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 바른미래 비당권파, 원내구도 고려하면 탈당도 쉽진 않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52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52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물론 유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로선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과정으로 보고, 연일 격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지난 30일 최고위 직후 “한국당을 가겠다고 하니까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당을 어렵게 해놓고 비상행동이다 뭐다 하는 것은 정치적인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유 전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유승민계인 지상욱 의원은 ‘손 대표와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유 전 대표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대표에 맞불을 놨는데, “손 대표가 더 시간을 끌면 이상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지방선거 때 여론조사 비용 같은 것도 마구잡이로 썼다 그래서 경찰에서 조사 받고 있는 내용도 있고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도발에 발끈한 당권파에선 2일 임재훈 사무총장이 최고위 회의를 통해 “도발이 계속되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도 “손 대표는 당원들이 민주적 절차로 뽑은 당 대표다. 지 의원의 발언은 명백하고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지 의원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는데, 양측이 분당도 각오한 상황인 만큼 향후 이들의 공방이 보다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비당권파가 탈당을 택한다면 굳이 손 대표와 신경전 벌일 필요가 없지만 비당권파가 손 대표 비판을 이어가는 이유는 탈당도 쉽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고민을 보여주듯 지 의원은 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3당이 교섭단체고 원내 지도부는 개혁보수 세력이라 2:1로 (한국당과) 연대하고 있는데 우리가 탈당하면 보수정당의 교섭단체를 우리가 버리고 민주당 2중대가 될 수 있는 교섭단체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2:1로 보수가 힘을 합쳐 싸울 수 있는 원내투쟁이 거꾸러지는데 보수 투쟁력을 높이는 거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정계개편 여부는 사실상 비당권파가 교섭단체 규모인 현역의원 20명까지 이르게 될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보이는데, 설령 탈당하지 않더라도 손 대표가 당권을 쥔 채 이준석 등 다른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에 대한 징계 압박까지 가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를 깨기도 어려워 일단 지금처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선거법 개정안 등 원내 현안에서 한국당 측에 힘을 실어준 뒤 총선 공천 전에 그쪽으로 입당하는 시나리오를 진행할 가능성도 없진 않기에 어느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인지 비당권파의 당내 의견 수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