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파생상품 수수료 수입 5년새 2조원...163% 증가
우리·하나은행, 작년 이후 DLF 수수료 397억

최근 5년간 5대 은행별 파생결합상품 판매 및 수수료 현황(억원) ⓒ고용진 의원실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최근 원금손실 대란 중인 파생결합상품(DLS) 사태에도 시중은행이 파생금융상품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파생금융상품들이 벌어들이는 수입규모를 결코 무시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은 파생상품을 판매한 수수료로 5년새 2조원을 벌어 163% 급증한 걸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파생결합상품 판매로만 1조9799억원의 판매수수료를 걷은 걸로 나타났다. 이들 5대 은행에서는 2015년부터 금년 8월 초까지 460만 건, 208조원 상당인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파생상품 판매규모는 2016년 23조5566억원에서 작년 55조9131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137% 늘어났다. 덩달아 고객의 손익과 무관한 판매수수료 수입도 2078억원에서 5463억원으로 163%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 8월초까지 4323억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판매수수료율은 0.88%에서 0.98%로 0.1% 포인트 증가했다.

5대 은행은 전체 파생결합상품에서 83%인 172조원 상당인 ELT를 5년간 판 걸로 전해진다. 그 다음 ELF로는 21조원(10.2%) 상당을 팔았으며 최근 문제가 된 DLF는 9조3105억원(4.5%), DLT는 4조7618억원(2.3%)을 판매했다.

작년 한 해로만 보면 5대 은행에서만 55조9131억원 상당의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했는데, ELT를 47조4411억원, ELF를 4조4836억원을 팔아 ELS 관련 상품은 전체에서 93% 비중이다. DLF가 2조6115억원, DLT가 1조3770억원으로 4조원 가까운 DLS 관련 파생상품이 은행에서 팔렸다.

은행별로 보면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판 곳은 국민은행으로 5년간 75조원(161만 건)을 판매해 7495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이 52조원 상당을 판매해 4850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뒤이어 신한(35조), 우리(32조), 농협(14조)이 파생결합상품 판매로 각각 3,299억, 2,924억, 1,230억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최근 문제가 된 DLF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가장 많이 판매해 각각 작년부터 금년 7월말까지 2조4457억원의 DLF를 팔아 227억원의 수수료를, 1조6110억원을 팔아 17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들 두 은행이 작년부터 판매한 DLF는 4조567억원으로 전체(4조7462억원)에서 85%를 차지한다. 판매수수료는 전체 94%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0.67%의 판매수수료율을 받고 DLF를 팔기 시작해 작년엔 0.87%, 금년에는 0.99%까지 올렸다. 우리은행도 2015년 0.2%에 불과하던 수수료율을 작년부터 1% 넘게 받는 걸로 전해진다.

지난 16일 첫 번째 만기가 도래한 KB 독일금리연계 DLS 상품은 판매 당시 1.4%의 수수료를 받은 걸로 알려졌다. 만기 6개월짜리인 해당 상품은 연으로 환산하면 2.8%로 3%대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은 셈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펀드 판매수수료는 납입금액에서 2%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만기를 짧게 하면 규제를 피해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의원실 측 설명이다. 게다가 사모로 판매하면 이런 규제마저 특례를 통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진 의원은 “은행 고객들은 대부분 예·적금 위주의 안전한 투자를 찾는다”면서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초고위험 파생상품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서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은행의 파생결합상품 판매 과정에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피해를 본 투자자 구제와 제도개선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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