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법안 발의...현안 밀려 10년째 국회표류 중
내달 국감 후 11월 초 법안심사소위 통과하면 연내 제정 가능성도

원금손실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DLS(DLF) 사태를 계기로 10년 째 국회 표류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법안 제정 속도를 낼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고용진 의원실
최근 5년간 5대 은행별 DLF 판매 및 수수료 현황(억원) ⓒ고용진 의원실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원금손실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DLS(DLF) 사태를 계기로 10년 째 국회 표류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법안 제정 속도를 낼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일부 국내은행들은 집중적으로 증권사로부터 해외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인 파생결합펀드(DLF)를 일반 개인고객에게 판매했다.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 8224억원 중 89.1%는 이들 개인고객 대상이다.

그러나 최소 1억원인 가입 금액에서 반도 못 건지는 원금 손실이 연타 발생하면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만기일인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DLF 상품은 손실률이 98.1%에 달해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퇴직금, 노후자금 등을 ‘안전자산’으로서 예치할 목적으로 은행원에게 안내받아 상품을 가입했으나 투자금 1억원중 192만원 정도를 돌려받게 된 ‘참혹한 결과’가 나타나서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 수장들은 이러한 파생상품 소비자 피해 사태를 지켜보며 금융소비자를 위한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퇴임을 앞뒀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소비자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파생상품 사태에 대처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발언한 걸로 전해진다.

최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는 이임식에서도 금융포용성 강화를 위한 금소법 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말을 전한 걸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임명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취임 초부터 당면 과제인 DLS-DLF 사태해결과 관련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거론한 걸로 전해진다.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 보낸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금소법에는 판매원칙을 전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가 더욱 손쉽게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들이 담겨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법이 신속히 통과되는 게 절실하다고 언급한 걸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지난 2010년 발의됐으나 정부안을 포함해 총 5건이 다른 현안에 밀려 거의 10년 째 국회 표류 중이다. 최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관련법은 후순위인 21~25번대로 밀렸으나 최근 금융수장들의 잇딴 발언과 금융소비자에 대한 권익 보호 이슈가 대두되면서 법안 제정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7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금소법이 제정될 계기가 된다면 DLS 사고가 교훈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며 금소법 제정을 언급한 바 있다.

최운열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발의 이후 꾸준히 안건으로 이름을 올린 금소법은 지난 14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안건에 올랐지만 논의가 안 돼 현재 계류 중인 상태”라면서도 “이번 DLF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은만큼 계속 추진 중이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선 여야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최운열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법 내용을 보면 모든 유형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해 통합된 규제체계를 구축하고 손해액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소비자 피해의 사전ㆍ사후적인 구제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주요 사항에는 금융거래 주체들이 자신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금융상품으로 인한 재산상의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규정하고 국가와 금융회사 등 책무를 명시, 금융상품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 등 금융상품의 유형 및 금융상품업 종류에 따른 판매행위 준수사항 마련, 현행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금융분정제도를 이 법으로 이관해 규정하는 내용 등이 있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금융상품에 대해 소비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양산되는 등 위법성이 큰 경우 금융소비자가 판매자에게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도록 하고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발생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며 보장성·투자성·예금성 상품을 구매한 일반금융소비자의 손해액도 원금 수준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한편 내달 시작인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및 관련 은행 실무 임원을 불러 DLF 사태를 묻고 이후 11월 초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금소법 제정을 다룰 예정인 걸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금소법은 연내 처리도 가능하지만 실효성 있는 논의와 타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은행권에 불리한 금소법 제정과 관련해 시간 끌기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한다. 선거철을 앞두고 은행 등 금융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 삼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룬다면 금소법은 또 한 번 내년 21대 국회로 미뤄질 전망인 가운데 해당 사안을 국회에서 어떻게 다룰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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