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부터 민심을 따르겠다며 그토록 촛불혁명을 운운하던 문재인 정권이 임기 반환점도 채 돌기 전에 벌써 본색을 드러내며 그간 척결 필요성을 역설해온 적폐 그 자체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돌아봐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한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강행하더니 나라가 혼란에 휩싸여도 조 장관을 임명한 본인 결정에 무슨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양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각종 의혹이 불거져 자택까지 압수수색 당한 장관을 노골적으로 대통령마저 옹호하면서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어 검찰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 놓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만큼이나 아직도 자신을 야당 대표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며 야당의 반대에도 검찰총장을 임명해놓고 그 발언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이제 와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하라니 대통령의 주문은 결국 수사대상에 따라 예외를 두란 의미 밖에 더 되겠나.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처음도 아닐 정도로 그동안 계속 역설해왔으면서 왜 조 장관 관련 수사가 급속히 진행되는 이 시점에 유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강조하는 것인지, 그 발언 배경과 의도에 대해 먼저 해명하는 게 우선이거늘 심지어 “알아서 해석하라”는 청와대 측 대응을 보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지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집권 당시의 초심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정권을 잡기 위해 그동안 속내를 음흉하게 감춰왔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라 전체가 조 장관 한 사람 때문에 홍역을 앓고 여론도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인지 거듭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후폭풍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당초 연말까지만 재임케 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해 재기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청와대가 구상하고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조 장관 스스로 ‘만신창이’라고 표현한 판국에 청와대의 후안무치가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게 아닌가.

소위 최순실 사태를 비판하며 그에 힘입어 집권한 정권이면서도 문 대통령은 반면교사란 의미도 모르는지 끝 모를 옹호와 두둔으로 스스로 사태를 키워 국민들이 기억하던 최순실 사태를 이제 조국을 통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2016년 겨울, 교수들은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 물의 힘으로 배가 뜨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의 군주민수를 꼽았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 조국 본인이야 물러설 수 없게 됐다고 해도 나라를 안정시켜야 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편까지 들어 사태를 키우고 있으니 그 고집스럽고 우매한 모습을 보면 이 정권도 성난 파도에 뒤집힌 배 꼴이 될 게 머지않은 듯 싶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