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창동 술집 '보복 폭행' 의혹을 받아왔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한화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이 지난 25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오늘 오전으로 예정됐던 소환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경찰은 오늘 중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화와 김 회장 아들의 출석시간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아들이 해외 체류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확인해보니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실상 도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들을 조사한 뒤 김 회장을 조사할 계획이었는데 아들이 해외 도피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김 회장을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회장 아들이 25일 중국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한화 측으로부터 27일 자정을 넘은 시간에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김 회장 아들의 출국 사실은 26일 오후 6시32분에 출입국 전산망에 입력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5일 오전 10시와 26일 오전 10시 두 차례 전산조회에서 김 회장 아들이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26일 오전 11시 검찰에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범죄사실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장희곤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25일 10시경 김 씨의 출국 여부를 확인했지만 전산 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었다”고 말했다.

한화는 경찰과 김 회장 아들의 출석시간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출국 사실을 숨겼다가 28일 0시를 넘긴 시간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밝혀져 총수 아들을 감싸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김 회장의 부인은 사유서에서 "우리 아들은 유학 때문에 해외 체류 중이어서 출석하지 못한다.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방법으로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미국에 유학 중인 김 회장 아들이 비밀리에 중국으로 출국한 것은 처벌을 피하려는 도피성 출국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김 회장 둘째 아들의 소환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짐에 따라 경찰은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28일 중 전격 소환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집단 폭행할 때 김 회장 부자를 포함해 17명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 회장 일행 중 폭행 혐의가 포착된 김 회장 등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사람 중 한화 경호과장 진모씨와 김 회장의 사택 경비를 맡은 경비용역업체 S사 직원 박모씨 등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 회장 아들과 시비가 붙었던 북창동 S주점 종업원 5명과 조모 사장을 전날 조사한 결과 김 회장이 직접 폭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종업원들은 "김 회장한테서 직접 폭행당했고 다른 동료들이 맞는 것도 분명히 목격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진씨 등 한화의 경호담당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김 회장이 폭행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종업원들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씨 등은 북창동과 청담동 술집에서 폭력행위가 이뤄진 부분을 일부 인정했으며 이 자리에 김 회장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오늘 출석할 지 여부와 과연 직접 폭행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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